'3·1절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토종 SPA 브랜드 탑텐 강남점의 삼일절 당일 모습. /강남=권오철 기자 |
소비자들 "삼일절이다 보니 발길이 한국기업 탑텐으로"
[더팩트 | 강남=권오철 기자] 강남역 강남대로는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들의 치열한 격전의 장소다. 이 일대 대로변에는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지오다노, 미쏘, 자라, 에이치앤엠, 후아유, 스파오, 탑텐, 에이치커넥트 등 국내외 유명 SPA 브랜드 매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10개가 넘는 SPA 브랜드 중 토종 탑텐(TOPTEN·대표이사 염태순)만 5대 국경일 중 하나인 삼일절을 기념,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3·1절 기념 이벤트'를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SPA 브랜드 중 유일하게 삼일절을 기념하고 있는 탑텐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1일 <더팩트>는 이 같은 질문을 가지고 탑텐 강남점을 찾았다.
탑텐 강남점은 몇 걸음 옆에 일본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두고 있어 '묘한' 대척을 이루고 있었다. 탑텐 강남점 쇼윈도에는 태극기와 함께 큰 글씨로 '3·1절 기념'이라고 적힌 이벤트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해당 포스터는 '대한민국 패션브랜드의 자존심, 탑텐이 영광스러웠던 그날, 삼일절을 기념합니다'라고 부연하며 봄신상품 세일을 알렸다.
삼일절 당일 탑텐 강남점은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로 가득했다. 탑텐 관계자는 "삼일절 당일인 오늘은 평소보다 두 배 정도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일은 15%에서 최대 35%까지며 맨투맨 셔츠는 1만4900원, 옥스포드·후드셔츠는 1만9900원, 치노팬츠는 2만4900원, 스웨터·데님셔츠는 2만9900원으로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었다.
'삼일절 마케팅이 통했던 것일까?'
건물의 1층과 2층을 매장으로 쓰고 있는 탑텐 강남점의 두 층 모두 고객들로 붐볐다.
탑텐 강남점 관계자는 "이런 할인행사를 할 때는 매출이 오르는 편이다"면서 "정확한 매출은 집계하기 어렵지만 삼일절 이벤트 효과 때문인지 몰라도 평소 주말이나 공휴일보다 두 배 정도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탑텐의 삼일절 이벤트 취지와 세부 할인 품목을 설명한 뒤 "모 경쟁 브랜드의 점주 중에는 일본인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토종 브랜드인 탑텐의 점주는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고객들에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준다"고 덧붙였다.
'탑텐의 삼일절 행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서울 서초동에 살고 있는 성모(42)씨는 "강남대로 일대 SPA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탑텐이) 삼일절 이벤트를 하는 것을 봤다"면서 "오늘이 삼일절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곳에서 지갑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날도 아닌 오늘은 토종 브랜드에서 옷을 구입해야 할 것 같았다"며 웃었다.
여자 친구와 함께 탑텐을 찾은 김모(27)씨는 "탑텐은 한국기업이라는 것을 원래 알고 있다. 이번에 삼일절을 기념함으로써 탑텐이 한국기업이라는 사실이 한 번 더 각인된 것 같다"면서 "오늘이 삼일절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평소 유니클로는 일본 기업이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서울 전농동에 사는 박모(36)씨는 "사실 (탑텐) 쇼윈도에 삼일절 이벤트 문구를 보고 들어오게 됐다. 이왕이면 오늘은 여기서 구입할 계획이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탑텐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토종 SPA 브랜드의 삼일절 이벤트에 이곳을 찾은 것이냐' 질문에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발걸음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10대들은 유니클로와 탑텐의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정의하며 탑텐 선호를 나타내기도 했다.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탑텐에서 의류를 구입한 강모(18)씨는 "탑텐의 품질은 유니클로와 비슷하다"며 "하지만 가격은 탑텐이 훨씬 저렴하고 스타일에 도전이 없는 유니클로에 비해 트랜디(유행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클로는 어른들이 주로 찾지만 탑텐은 연령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