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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삼성정밀화학 마지막 주총, 아름다운 이별 (영상)
입력: 2016.02.29 16:13 / 수정: 2016.02.29 16:16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대표이사(왼쪽에서 다섯번째)가 노조 관계자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역삼동=박대웅 기자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대표이사(왼쪽에서 다섯번째)가 노조 관계자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역삼동=박대웅 기자

[더팩트ㅣ역삼동=박대웅 기자] "성인희 사장님, 수고하셨습니다."

29일 진행된 삼성정밀화학 제52기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 삼성정밀화학 노조(이하 노조) 십수명은 이같이 외쳤다. 통상 개와 원숭이의 관계처럼 으르렁 거리는 게 노사관계라는 선입견이 강하지만, 이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이날 오전 9시 삼성정밀화학은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SC컨벤션센터 12층 아나이스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사명을 '삼성정밀화학'에서 '롯데정밀화학'으로 바꾸는 등의 정관 변경 ▲롯데그룹 출신 이사·감사 선임 건 ▲이사 보수한도 및 감사 보수한도 승인 건을 논의, 의결했다. 아울러 이사의 임기를 종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안건도 가결했다.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대표이사 주재로 열린 주총은 일반 주주와 주주권을 위임받은 대리인 등의 동의와 재청 발언이 이어지며 3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오성엽 롯데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과 정경문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 그리고 임병연 롯데그룹 정책본부 비전전략실 실장이 신규 이사로 선임됐다. 또한 사외이사로는 2014년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로 선임된 전 주영국 대사관 대사(2012) 겸 전 외교통상부 제1차관 박석환 감사위원이 내정됐고, 새 감사로는 김병홍 전 롯데칠성 커피부문장이 임기 3년으로 선임된다. 또 이사와 감사의 보수한도는 각각 80억 원과 4억 원으로 책정됐다.

회사의 주인이 삼성에서 롯데로 바뀌는 안건의 무게감에 비하면 주총은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롯데는 삼성정밀화학 인수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하지만 참석한 주주와 취재진 그리고 관계자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결정적 장면'은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대표이사의 폐회 선언 후 벌어졌다.

삼성정밀화학 노조는 29일 주총에서 성인희 대표이사의 노고에 감사하는 뜻을 전달했다. / 역삼동=박대웅 기자
삼성정밀화학 노조는 29일 주총에서 성인희 대표이사의 노고에 감사하는 뜻을 전달했다. / 역삼동=박대웅 기자

"주총을 폐회합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노조원 십수명은 '노동조합은 창조적 파트너십으로 생산과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쓴 대형 걸게를 주총 현장 벽면에 내걸고 "성인희 사장님, 창조적 파트너십 실천에 감사드립니다, 노조는 창조적 파트너십으로 생산과 안정을 책임지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노조는 임직원 고용 안전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이후 노조는 성 대표이사와 석별의 정을 나누며 진한 포옹을 했고, 헹가래를 쳤다. 이어 감사패를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폭죽을 터뜨리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여느 주총 현장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자, 노사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만한 결정적 장면으로 인구에 회자될 만하다.

성 대표는 "지난 4년8월개간 생사를 같이했다. 항구에 여러분을 남겨두고 혼자 떠나는 느낌이다. 롯데에 가시더라도 삼성에서 못이룬 '세계 초일류 스페셜리티 화학사'의 꿈을 반드시 삼성 성공의 DNA와 롯데 DNA를 합쳐서 이루기 바란다"며 "몸은 떠나지만 마음과 영혼은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한다는 걸 약속한다,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으로 사명을 바꾸는 등의 정관변경을 위해 29일 열린 삼성정밀화학 주총에서 노조원은 성인희(사진) 대표이사의 그동안 노고를 치하하며 헹가래를 하고 있다. / 역삼동=박대웅 기자
롯데정밀화학으로 사명을 바꾸는 등의 정관변경을 위해 29일 열린 삼성정밀화학 주총에서 노조원은 성인희(사진) 대표이사의 그동안 노고를 치하하며 헹가래를 하고 있다. / 역삼동=박대웅 기자

노조는 헹가래로 화답했고, 서로 큰 절을 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성 대표는 눈물을 훔쳤고, 노조는 "노동가 가운데 가장 유명한 노래를 다 함께 목청 높여 부르겠다"며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민중가요 '임의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1980년대 대학가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불린 뒤 현재까지 정치·경제·사회 관련 각종 집회와 시위에서 제창되는 이 노래가 자본주의 최정점에 있는 주주총회 현장에서 불리는 것 자체가 이채롭다.

성 대표는 노조와 석별의 정을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나 "나라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노사관계가 어렵다. 이제는 과거의 대립과 반목의 갈등 구조가 아니라 서로가 살 수 있는 새로운 노사간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노사가 공유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M&A 과정에서 노조의 전폭적 지지가 나왔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께 노조가 무한 신뢰를 보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본다. 롯데가 이런 좋은 노사 문화를 잘 수용해 롯데가 성장하고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다소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성 대표와 노조 관계자들은 1층 출입구에서 일일히 악수를 하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한편 삼성과 롯데는 지난해 10월 30일 삼성SDI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 보유 지분 31.1%를 3조 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 케미칼 부문을 분할한 'SDI케미칼'은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정밀화학의 지난해 매출 1조1619억 원과 당기 순이익 900억 원을 달성했다.

※이런 노사관계 또 없습니다, 삼성정밀화학 '사장님 잘가요'※(https://youtu.be/4orjOAGKF7I)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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