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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소송 잇단 패소 '김앤장 위상' 흔들…'위기론 와전' 반박
입력: 2016.02.09 07:00 / 수정: 2016.02.09 02:30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최근 잇따라 재계 총수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위기론에 봉착했다. / 더팩트DB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최근 잇따라 재계 총수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위기론에 봉착했다. / 더팩트DB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징역 3년, 벌금 1365억원을 선고한다."

조심스럽게 점쳐지던 실형이 현실이 되던 순간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는 지난달 15일 8000억원대 탈세·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에 앞서 재계 안팎에서는 팔순이라는 나이와 암 투병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더구나 조 회장의 변호인단은 법조계의 '승소 제조기' 김앤장 법률사무소(대표 이재후)라 이런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재판부는 "조석래 회장의 사회적 지위를 감안할 때 조세 정의를 훼손한 방법과 내용 등 죄가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탈세 혐의(1358억원)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재판 후 조 회장의 법률 대리인 김앤장 소속 이윤식 변호사는 "무죄가 선고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해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최근들어 "김앤장이 반드시 이긴다는 건 옛말이다"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실제로 김앤장의 자문료가 과거에 비해 내려간 건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특히 김앤장의 최대 고객인 기업에서 이런 기류를 확연하게 실감할 수 있다. 김앤장은 최근 몇년 사이 CJ그룹, SK그룹, 한화그룹, 태광그룹 등의 소송을 맡았다. 결과는 패소내지는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성적표였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1심 실형 선고 후 변호인단을 태평양으로 바꿨고, 태광그룹도 1심 후 2심에서 율촌에 변호를 맡겼다. 이 때문에 '일단 김앤장에 맡기자'라는 식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동시에 송무업무 부문에서 김앤장의 위상도 추락했다.

김앤장 '독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건 실제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의 세계 최대 로펌 평가기관 체임버스 앤 파트너스(Chambers & Partners)가 기업 인수·합병, 공정거래, 형사 등 18개 로펌 업무 분야에 대해 지난 1년 간 기업과 변호사들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지난 5일 인도 뭄바이에서 발표했다. 조사 결과 법무법인 광장(대표 김재훈)이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 다름없는 역량과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세종(대표 강신섭)은 3위로 도약했다.

체임버스에 따르면 김앤장은 18개 전 평가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1등급을 받았고, 광장은 형사 등 15개 분야에서 1등급(3개 분야 2등급)을 받았다. 광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박용석 대표변호사가 주도하는 형사팀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가격 담합 관련,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던 삼성전자 직원들의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세종은 공정거래 등 7개 분야에서 1등급, 7개 분야에서 2등급(3개 분야 3등급)을 받았다.

태평양(대표 김성진)은 국제중재 등 3개 분야에서 1등급, 12개 분야에서 2등급을 획득했고, 율촌(대표 우창록)은 조세와 공정거래 등 2개 분야에서 1등급, 9개 분야에서 2등급을 받았다. 지평(대표 양영태)은 공정거래 등 분야 성과에 힘입어 국내 7대 로펌에 이름을 올렸다. 18개 평가분야는 ▲기업 인수·합병 ▲공정거래 ▲자본시장 ▲국제중재 ▲지적재산권 ▲구조조정·파산 ▲화이트칼라범죄(형사) ▲은행·금융 ▲노동 ▲프로젝트·에너지 ▲부동산 ▲조세 ▲국내 소송 ▲보험 ▲국제통상 ▲기술·미디어·통신 ▲해운 ▲선박금융 등이다.

닉 포카티 체임버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연구원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인터뷰에 응한 변호사들과 로펌들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한국 시장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있지만,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으로 규제가 조금씩 걷히고 개방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법률시장 진출을 염두한 발언이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 글로벌 로펌 평가기관 체인버스 앤 파트너스의 지난해 평가조사에서 18개 항목 모두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 더팩트DB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 글로벌 로펌 평가기관 체인버스 앤 파트너스의 지난해 평가조사에서 18개 항목 모두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 더팩트DB

글로벌 로펌이 한국시장에 들어온다면 김앤장은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로펌 업무는 크게 '소송업무(이하 송무)'와 '자문'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들은 인사관리·사업확장·인수합병 등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법률 조언을 받는다. 후발 로펌들의 추격과 김앤장의 위상 하락 등으로 김앤장은 자문료를 낮추는 사실상 궁여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기업 관계자들은 덜컥 김앤장에 일을 맡기지 않는다. 여러 로펌들을 상대로 경쟁입찰을 붙인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만큼 '이름값'만 보고 자문을 맡기지 않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글로벌 로펌들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김앤장으로서는 상당부분 시장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올해부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영국계 로펌이 전면적으로 들어온다. 내년에는 한·미 FTA로 미국계 로펌에도 시장을 개방한다. 더욱이 국내법도 영미법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글로벌 로펌의 도전은 김앤장으로서 달갑지 않다.

반면 송무는 글로벌 로펌과 김앤장의 차별성이 극대화된 지점이다. 우리 법정에는 대한민국 변호사만 들어갈 수 있다. 자문이 무한경쟁에 내던져진 '경쟁 서비스' 측면이 강하다면 송무는 보호장벽이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김앤장은 경력 변호사 스카우트와 초엘리트 판사 영입 및 공공기관 고위직 출신 등 A급 인재 모시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비법조인 퇴직 고위 공무원 중 많은 수가 김앤장으로 향했다. 면면은 화려하다. 감사원 과장, 서울시경 경감, 경찰청 상임위원, 공정위부본부장, 교육과학기술부 4급, 외교통상부 대사, 금융위 과장, 환경부 과장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이런 움직임은 송무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문제는 항상 원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김앤장은 한국도이치증권의 '매물폭탄' 사건 변론을 맡았다. 김앤장은 당시 도이치 사건을 조사한 금감원 국장을 전문위원으로 데려왔지만 소송에서 패했다. 한국도이치증권은 2010년 11월11일 주식마감 10분 전부터 2조원이 넘는 대량 주식을 매도했고, 코스피는 5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규홍)는 지난달 25일 시세 조종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국도이치증권 법인에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모 상무에게는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도이치뱅크에는 436억원, 도이치증권에는 11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김앤장이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패소한 것이다. 김앤장은 금감원 국장 출신 전문위원이 도이치 관련 소송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고, 금융 조력자로서 금융 담당 변호사 업무를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앤장 관계자는 '김앤장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재계 및 법조계 안팎의 시선에 대해 "소송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단언해서 말하기 어렵다"면서 "김앤장이 승소한 사건이 더 많지만, 워낙 세간의 이목도가 높은 사건을 수임해 변론하다보니 졌을 경우 더 크게 보일 여지가 충분하다. 전체적인 승소율을 본다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어 "'김앤장 위기' 등의 말이 있지만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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