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시승식을 개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를 뽐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직접 핸들을 잡은 <더팩트>는 평균 연비 27.8km/l을 경험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
EV모드에서는 연비 최대 70.2km/l까지 나와 '깜짝'
[더팩트 | 메이필드 호텔=권오철 기자] '아이오닉(IONIQ)의 실제 연비는 얼마나 나올까?' 모든 것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14일 전격 출시한 친환경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독창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등의 장점을 두로 갖추고 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특징은 연비다.
아이오닉의 복합연비는 15인치 타이어기준 22.4km/l, 17인치 타이어기준 20.2km/l로 동급 차량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더팩트>는 이 연비가 실제로 그러한지 팩트체크에 나섰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오닉으로 연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그 결과는 경이로웠다.
오경철 현대차 하이브리드성능개발팀 파트장이 아이오닉의 연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오닉의 복합연비는 15인치 타이어기준 22.4km/l, 17인치 타이어기준 20.2km/l다. /메이필드 호텔=권오철 기자 |
현대차는 20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메이필드 호텔에서 아이오닉 미디어 시승회를 열고 200여 명의 취재진들에게 아오닉의 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시승은 메이필드 호텔에서 출발해 경기도 파주 소재 문화공간인 요나루키까지 이어지는 약 45km 구간을 왕복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이 구간에는 공항대로, 강변북로, 자유로, 파주로, 남북로 등의 주요 도로가 있어 아이오닉의 성능을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시승 차량은 아이오닉 1.6GDI HEV Q트림 풀옵션으로 17인치 타이어를 사용했다.
연비가 최소한 20.2km/l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출발 전까지 '설마 이 연비가 나올까?'라고 반신반의했다. 지금까지 기자가 경험한 신차 시승은 급가속·급제동을 통한 주행성능 테스트를 포함했기 때문에 연비가 알려진 수치를 밑도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오닉의 실제 연비도 장담할 수 없었다.
실제 도로 위를 주행 중인 아이오닉 시승차량들. 실제로 보는 아이오닉의 뒷모습은 '귀여운' 이미지였다. 아이오닉의 디자인은 공기흐름을 형상화해 정제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담았다. |
이번 시승은 연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속주행은 최소화 하고 철저하게 연비 테스트를 중점으로 뒀다. 2인 1조로 차량에 탑승했으며 중간지점인 요나루키에서 운전자 교대를 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기로 한 기자는 조수석에 앉아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의 아이오닉 내부를 잠시 감상한 후 연비 변화에 주목했다.
현대차 관계자가 출발 지점에서 0km/l로 세팅했던 평균연비는 5km/l, 10km/l 등 차츰 오르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연비를 의식해 급가속을 자제했다. 하지만 자유로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올리기 시작, 카파 1.6GDi 엔진에서 전달되는 아이오닉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조금이나마 맛봤다. 또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와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시켜주는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기능도 짧게 경험했다. 요나루키에 도착했을 때 연비는 기대를 웃도는 21.8km/l가 나왔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요나루키의 카페에 머물렀다. 속속 시승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곳은 연비에 대한 이야기로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우리는 25km/l가 나왔다", "지금 도착한 팀이 27km/l를 찍었다더라" 등의 소식이 들려 왔다. 그 순간 기자의 마음에는 최고 연비 달성에 대한 '무한도전'의 불씨가 당겨졌다. 우리는 엔진이 식기 전에 출발하면 연비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입수,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속 중에 아이오닉의 평균연비가 70.2km/l까지 올라가 기자의 눈을 의심케 했다. 전기의 힘으로 달리는 EV모드에서 연비는 무의미했다. |
우리가 아이오닉에 다시 탑승했을 때 현대차 관계자는 다시 평균연비를 0km/l에 맞췄다. 기자가 처음 금속으로 이뤄진 아이오닉 가속 페발을 밟았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발끝에서 전해졌다.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이 사르르 녹는 것처럼 부드러운 '발맛'이었다. 연비를 위해 이 느낌을 유지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60km/h 이상의 속도가 되면 다시 발을 뗐다. 이때 EV 모드로 자동 전환 되면서 아이오닉은 전기차로 변신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는 휘발유로, EV모드에서는 전기로 달리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연비의 비밀이 속살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연비를 위해 최대한 EV모드로 주행했다. 그 결과 저속 주행 중에 놀랍게도 평균연비가 40km/l, 50km/l을 넘어 70km/l에 도달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목격했다. 거의 전기로만 달리니 연비는 순간 무의미했다. 하지만 자유로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올리자 연비는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속도는 40km/h~60km/h를 유지했다. 그 결과 다시 메이필드 호텔에 도착했을 때 최총 평균연비는 27.8km/l를 기록했다.
기자의 차량은 최종 27.8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이날 29.9km/l의 연비를 기록한 차량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우리팀의 기록은 종전에 도착한 차량의 연비 기록을 갈아치우며 단숨에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고수'는 따로 있었다. 이후 28km/l를 기록한 차량에 이어 29.9km/l를 기록한 차량이 도착을 알렸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아이오닉은 연비 70km/l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터라 이들 성적이 놀랍지는 않았다.
물론 고속주행 시 아이오닉의 연비는 이보다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이오닉의 EV모드는 120km/h 속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고속주행 시 역시 복합연비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류찬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이사는 "지난 14일 출시 이후 아이오닉 누적 판매 계약은 일주일 만에 950대를 돌파했다"면서 "올해 국내에서 1만5000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에 대한 현재 시장의 반응과 기자가 직접 체험한 연비를 고려하면 현대차는 올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상]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타고 '최고 연비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