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 삼성동=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삼성동=박대웅 기자] "신동빈이다" "앗! 비켜요, 비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여지없이 취재진과 경호원간 격한 몸싸움이 발생했다. 불필요한 '과잉 경호' 논란이 일면서 취재진도 신 회장도 신경이 다소 날카로워졌다. 지난해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그룹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숱한 이슈를 몰고다닌 그였기에 언론의 관심은 집중됐다. 새해 공식행사에 참석하는 신 회장인 만큼 취재열기는 뜨거웠다.
6일 저녁 신동빈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주최한 201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신 회장은 오후 5시 행사 시작시간을 20여분 앞두고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홀 정문에 모습을 보였다. 재계 총수등 참석 인사에 대한 카메라 후레쉬가 연방 터지는 가운데 신 회장이 검정색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내렸다.
짙은 감청색 정장에 흰 와이셔츠 자줏빛 넥타이에 검정 구두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롯데의 총수가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신동빈이다"라는 외침과 함께 취재진들은 그를 향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동시에 5~6명의 검정 수트 차림의 신동빈 회장 경호팀도 일사분란하게 '회장님'을 에워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2016 경제계 신년회에 참석했다. / 이새롬 기자 |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입장하려는 신 회장과 그의 말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취재진간 문제는 신 회장이 포토라인에서 벗어나면서 발생했다. '철벽남 신동빈'을 둘러싼 경호팀이 행사장 입구로 향하는 레드카펫과 가이드라인 그리고 취재진과 사전에 양해된 포토라인이 그어진 정문 대신 옆문으로 신동빈 회장을 안내하자, "가운데 가운데"라는 취재진의 외침이 울렸다. 포토라인에서 공식적인 자세를 취해달라는 요청의 소리였다.
하지만 포토라인은 롯데측의 경색된 경호문화때문에 무너졌다. 취재진과 경호원, 신동빈 회장등이 얽힌 가운데 곳곳에서 고함소리가 터졌다. 결국 경호팀은 취재진을 피하면서 신동빈 회장을 억지로 억지로 이동케 하는 촌극을 벌였다.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과잉 경호 논란 속에 점점 얼굴 표정이 굳어가고 있다. / 임영무-이새롬 기자 |
경호팀은 몰려드는 취재진을 힘으로 밀어내며 '회장님 지키기'라는 '특명' 완성에 혼신을 다했다. 현장에서는 간혹 비명과 고성이 오갔고, 신 회장은 경호원과 취재진 한 가운데서 힘겨워 했다. 불과 20m도 안되는 거리를 지나가는 것이 신 회장에게는 버거워 보일 정도였다. 앞서 행사장을 찾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등이 포토라인에서 양해된 촬영을 마치고 간단한 취재에 응대하는 모습등과는 사뭇 비교됐다
신동빈 회장이 입장을 마치고 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 "또 과잉경호"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신동빈 회장이 가는 곳마다 데자뷰처럼 따라붙는 과잉경호의 그림자는 '롯데가 형제의 난' 이후 익숙한 풍경이 됐다.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부터 시계방향 순)이 당당한 모습으로 행사장을 향하고 있다. / 이새롬 기자 |
언론 카메라에 비친 공식석상 속 신동빈 회장의 모습은 롯데를 상징한다. 그런데 2016 경제계 신년인사 행사장에서 <더팩트>에 잡힌 신동빈 회장은 경호원에 짓눌려 망가진 모습이 적지 않다. 신동빈 회장의 탓인지, 아니면 그룹 경호문화의 문제인지 혹은 뜨거운 취재열기에 따른 대응결과인지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경호는 신체 뿐아니라 대상의 존엄과 위용도 챙겨야 한다.
결과적으로 신동빈 회장은 그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