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왼쪽부터). 신 회장은 롯데의 새로운 원리더로 부상했으며 권 회장은 포스코의 여러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허 회장은 GS의 윤리성이 도마에 오른 만큼 윤리경영을 강조했으며 권 사장은 6개월 만에 현대중공업의 노사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더팩트 DB |
<더팩트>는 다사다난했던 2015년 재계를 정리하며 10대그룹과 올 한해 큰 주목을 받은 5개 그룹을 선정해 이들의 성과를 분석했다. 재계 순위 1위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 한진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아모레퍼시픽을 각각 상·중·하로 나눠 정리했다. [TF 재계 결산 <중>] 편에서는 재계 5위부터 10위까지의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 한진그룹, 한화그룹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바쁘다 바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의 난' 진행형 고민
'포스트 신격호' 자리를 두고 신동주·동빈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라는 암초를 만나며 '오너 리스크'에 시달렸던 롯데지만 사업다각화라는 측면에서 실속은 챙긴 을미년이었다. 비록 지난달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에서 월드타워점 수성에 실패했지만, KT렌탈, 더 뉴욕 팰리스 호텔과 삼성의 화학계열사 등을 줄줄이 인수하며 그룹 구조재편에 성공했다. 유통사업 중심에서 화학과 서비스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셈이다. 이를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인 경영권 다툼과 호텔롯데 상장 및 지배구조 개선 등 산적한 현안은 병신년 새해에도 신동빈 회장을 짓누르는 '왕관의 무게'다.
롯데가 경영권 다툼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 부회장에서 해임되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해임되는 등 기존의 보직을 하나씩 잃어갔지만 반대로 신동빈 회장은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러자 같은 달 신동주 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일본으로 넘어가 신동빈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면서 '롯데 궁정쿠데타'가 본격 가시화됐다. 신동빈 회장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로써 롯데를 창업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67년 만에 롯데 경영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다.
이후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은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새로운 '원리더'로 부상했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다툼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일본 기업' 이미지의 근본적인 원인인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를 약속했다. 신동빈 회장은 형제갈등이 종식된 것으로 설명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동주 회장은 10월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싸움에 들어가면서 경영권 다툼 2라운드를 알렸다. 11월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 계열사 대표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가 하면 지난 1일에는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를 업무방해 및 재물은닉 혐의로 고소하는 등 경영권 다툼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지난 22일 제2롯데월드타워의 상량식이 있었지만 신격호·동주 부자는 불참해 축제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 사재출연으로 롯데 계열사 주식을 매입해 140개 고리를 해소했다. 이어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등 3개 계열사 보유주식을 매입하며 209개 고리를 추가로 끊었다. 이로써 롯데는 10월27일 기준 416개의 순환출자고리 중 약 84%(349개)를 해소했다. 또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 현안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지난 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문제는 면세점 특허권 수성에 실패하면서 호텔롯데 가치가 하락한 만큼 실제 상장이 이어질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내우외환'의 신동빈 회장의 병신년 새해는 산적한 현안 속에 내·외부에서 계속되는 도전과 응전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혼돈의 포스코, 권오준 회장에 ‘항명’ 논란까지
"지금 포스코호는 창업 이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권오준 회장의 신년사로 을미년 문을 열었던 포스코는 그 지적만큼이나 암담한 한 해를 보냈다.
권 회장은 연초부터 재무적 성과창출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고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3월 검찰이 포스코건설 임원들의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하는 등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 급기야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그룹 전체로 확대, 8개월에 걸쳐 장기화되면서 권 회장에게도 책임론이 거론되는 등 '위대한 포스코' 재건에 어두운 그림자로 따라다녔다.
권 회장의 고강도 구조조정 가운데 포스코그룹 내부 잡음은 그칠 줄 몰랐다. 포스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전병일 사장은 대우인터의 미얀마 가스전 등 자원개발 사업부문 매각을 검토한 것을 두고 "적절치 않은 결론"이라며 권 회장에 공개 반발했다. 이어 해임설이 일었던 전 사장의 사임으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대우'와 '포스코' 간의 융합 실패라는 흉터를 남겼다.
1968년 포스코 창립이래 처음으로 계열사 파산도 발생했다. 2012년에 설립, 발광다이오드(LED)의 핵심소재인 초고순도 알루미나를 생산하던 포스하이알은 수익성 악화로 지난 14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포스코그룹의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2.3%(1조488억 원), 영업이익은 2.6%(1828억 원) 각각 감소했다. 연초 29만원 대였던 주가는 17만원 대로 떨어졌다.
권 회장의 을미년은 혼돈 그 자체였다. 올 연말까지 총 19개 계열사를 정리할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가 다가오는 새해에는 을미년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허창수 GS그룹 회장, 윤리경영 ‘도마’
을미년은 GS가 새로운 CI와 경영이념으로 출범한지 10주년을 맞이한 해로, 허창수 회장은 GS의 질적인 측면의 성장을 강조했다.
연초부터 GS는 유가급락 여파로 지난해 4분기 452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GS칼텍스의 상황에 고민이 컸다.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GS칼텍스의 부진은 고스란히 그룹 지주회사와 중간 지주회사인 GS, GS에너지, GS건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GS의 비윤리적 경영행태가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GS홈쇼핑은 지난해부터 불공정 거래 논란에 휩싸여 오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9억 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GS ITM 등 GS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식 경영 행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더욱이 일감 몰아주기로 몸집을 키운 계열사 주요주주 대부분이 범 GS그룹 4세라는 점에서 논란이 가열됐다. 또 GS건설은 건설사들과 '나눠먹기식' 담합을 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GS칼텍스는 11년 전 국내 정유사들과 가격담합을 한 것에 대한 소송전 결과 과징금 162억 원을 물기도 했다.
이러한 그룹 상황 가운데 허 회장은 계열사 CEO를 비롯한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한 GS임원모임에서 "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GS건설, GS홈쇼핑 등 GS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올 3분기 시장 예상치에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71.48% 하락한 GS건설은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기지 못하면서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GS건설은 삼성물산을 제치고 지난 19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자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불황 속 노사갈등 ‘골머리’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불황 속 노사갈등의 한 해를 보냈다. 권 사장은 1분기부터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강행하며 노사 간 불협화음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9월 정 전 의원으로부터 노사 간 관계 개선 및 임단협 협상 합의를 주문받고 현대중공업으로 둥지를 튼 권 사장이지만 노사갈등은 깊어만 갔다. 19년 동안 이어져 온 현대중공업의 '무파업 전통'도 깨졌다. 올해 노사 임금협상은 6개월여에 걸친 43차례 협상 끝에 최종 타결됐다. 기본급 인상·동결 등을 놓고 노사가 기나긴 싸움을 했지만 결국 기본급을 동결하는 데 노조의 59%가 찬성했다.
이번 임협 타결은 조합원들 사이에 회사가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3조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털어낸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8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1조 원의 누적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길선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하여 흑자를 실현할 때까지 긴축경영체제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그 외에 현대중공업 등 조선관련 계열사에서는 부서장까지도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올 4분기는 실적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병신년 현대중공업의 변화에 업계 안팎의 기대가 모아진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부터). 조 회장은 지난해 승무원 하기 사건 논란을 딛고 도약의 기반을 다졌으며 김 회장은 석유화학·방위산업 계열사 편입, 면세점 진출 등 사업확장의 한해를 보냈다./더팩트 DB |
◆ 조양호 한진 회장, 난관 딛고 '도약 기반' 다져
지난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승무원 하기(下機) 사건' 사태 논란과 관련해 "국민과 고객의 질책을 달게 받아 잘못을 진심으로 깨닫고 사려 깊은 행동으로 옮겨 더 나은 기업이 되겠다"라는 고백으로 을미년을 열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회사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를 강조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지난 4월 자회사인 정석기업과 합병하는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했다. 이어 한진의 최대주주가 정석기업 외 9인에서 한진칼 외 9인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정석기업의 지분 27.21%을 보유하고 있던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5.63%에서 17.83%로 늘었다. 한진그룹은 내년까지 지주사 체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진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1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고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약 2조 원 규모의 에쓰오일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3조 원을 투자해 순차적으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를 늘려갈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임직원들 간 소통 강화를 위해 '소통광장'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지난해 발생한 논란 등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한진에게 을미년은 난관을 딛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 해로 풀이된다.
◆ 김승연 한화 회장, 을미년 핵심 코드는 '사업 확장'
김승연 한화 회장은 석유화학·방위산업 계열사 편입, 면세점 진출 등 사업확장의 한 해를 보냈다.
한화는 지난 4월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을 계열사로 편입시키면서 19조원대 국내 최대 석유화학 기업으로 부상했다. 또 6월에는 삼성과 7개월여 만에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며 국내 방위산업 부문 1위 업체의 탄생을 알렸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명을 한화테크윈와 한화탈레스로 변경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7월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 사업자로 선정됐다.한화갤러리아 측은 2000억 원을 투자해 면세점과 63빌딩 수족관 등 내부 시설을 새단장하고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6) 한화건설 과장이 그룹 시내면세점사업 전개를 위해 조직된 '면세 태스크포스(TF)팀'에서 그룹 신사업 업무를 맡는다.
한화갤러리아가 공개한 면세점 구성방안에 따르면 63빌딩 면세점은 지하 1층과 63빌딩 별관 1∼3층 총 4개 층(1만72㎡)이며 ▲지하 1층(5396㎡)은 럭셔리 부티크·화장품 ▲1층(726㎡)은 시계, 주얼리 ▲2층(1970㎡)은 국산화장품, 패션, 잡화, 담배, 주류 ▲3층(1980㎡)은 국산품, 중소·중견기업 특별관 ▲4층은 한강이 보이는 휴식·문화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한화는 새해를 나흘 앞둔 28일 오전 여의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갤러리아면세점 63'을 프리오픈했다. 병신년 새해 한화의 면세점사업이 어떤 성과를 올릴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