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있다./종로=이효균 기자 |
산케이 "위안부문제, 한국서 역사의 '진실'로서 이어질 가능성 높아"
[더팩트 | 김민수 기자] 일본 정부가 25년 만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며 약 100억 원 규모를 기부,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대표 극우성향 산케이 신문이 "소녀상 설치는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위법 행위이자 외국공관에 대한 모욕행위로 빈 조약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전 산케이 신문은 '일한합의 지원단체 설득곤란 위안부상'성역화', 정대협 "철거 받아들이지 않겠다(日韓合意 支援団体の説得困難 慰安婦像聖域化、挺対協「撤去受け入れない」)"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은 골자의 내용을 보도했다.
일본이 일본 군의 위안부 문제 책임을 인정한 지 하루만에 일본 극우 세력들은 진정한 사죄와 반성 대신 '소녀상'은 '위법'이라는 주장을 재차 강조하며 이번 합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본문에서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위법'하게 설치된 '위안부상'의 철거·이전에 대해,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관련단체와 협의를 통해 적절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확약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한국에서 '성역'화돼 있어 아무도 이견(異見)을 낼 수 없는 분위기가 퍼져 있는 것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위안부들과 이들의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 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이번 합의에 반발하고 있어서 (한국 정부의) 여론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협은 이번 합의에 대해 "되를 받기 위해 말로 줘버린 한국 정부의 외교 행태는 가히 굴욕적이다. 평화비는 그 어떤 합의의 조건이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
산케이 신문은 소녀상이 '불법'으로 설치된 것임을 강조했다. 기사에서 "현재 해체돼 공사중인 일본대사관 앞에 2011년 위안부상(소녀상)을 설치한 정대협은 행정당국의 설치허가도 받지 않았다"며 "외국공관에 대한 모욕행위를 금지하는 빈 조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산케이 신문은 2012년에도 소녀상이 외국공관에 대한 위엄 침해 방지를 규정한 빈조약 22조 2항에 저촉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정부도 이 조항을 들어 소녀상 설치는 위법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산케이 신문은 "한국정부는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하며 위법행위를 묵인해왔다"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소녀상을 둘러싸고 반일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정부는 이번에 (일본) '공관의 안정과 위엄 유지의 관점에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일본의 항의를 받아들였지만 정대협은 '피해자와 국민을 배신하는 외교적담합'이라며 소녀상 철거·이전에 관해 '한국정부의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케이신문 29일자 해당 기사 /산케이신문 기사 캡처 |
또 "소녀상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철거된다고 해도 다른 장소로 옮겨질 가능성이 있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산케이 신문은 "소녀상은 한국 각지에 만들어지고 있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울시내와 지방에 새로 다수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국 각지에서도 위안부 기림비와 소녀상이 설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이 소녀상 위법 주장의 근거로 든 비엔나 협약(Vienna Convention on Diplomatic Relations) 제 22조 2항에 따르면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
그간 한국정부는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철거 요구에 대해 이는 일본 대사관이 아닌 대한민국의 영토로 그들의 안전과 품위 손상과 무관하다며 요구를 거부해왔다. 소녀상이 정부가 아닌 국민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것도 일본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내세웠다.
산케이 신문은 아울러 "한국에서는 내년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새롭게 '위안부교육' 수업이 시작된다"며 "(양국의 이번 합의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인 해결'로서 합의했는데도 소녀상은 철거는 커녕 향후에도 계속해서 늘어나 위안부문제가 한국내에서 '역사의 진실(歴史の真実)'로서 교육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산케이 신문 기사에 오후 4시 현재까지 48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맨 위부터 "10억엔 지불은 소녀상이 철거되고 나서부터", "합의 자체가 의미 없다", "한국 정부는 설득할 생각이 없을 것", "그렇다면 10억엔은 줄 수 없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뉴스 댓글란 캡처 |
즉 위안부 문제는 '왜곡된 역사'라고 우회적으로 주장한 셈이다. 결국 한일 두 나라가 25년 만에 이끌어낸 협상에 양국 국민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후 3시 45분 현재까지 이 기사에는 4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댓글은 "10억엔 지불은 소녀상이 철거된 이후에", "합의 자체가 의미 없구나 내년에야 말로 '절한(絶韓·한국과 인연을 끊겠다)'이다", "한국정부는 (위안부 및 정대협을) 설득할 생각이 없겠지. 이번 합의는 완전한 패배" 등이다.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소녀상 치우려고 합의봤나. 소녀상은 절대 못치운다", "10억엔 안받겠다고 전해라",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철거를 요구할 게 아니라 반성하는 마음에도 일본에도 소녀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나라 소녀상 철거했다가는 다른 나라에 있는 소녀상도 철거할 명분을 주는 것" 등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