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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 재계 결산 <상>] 4대그룹, 2015년 관통 키워드 '변화'
입력: 2015.12.27 06:30 / 수정: 2015.12.31 09:30

재계 1·2위 삼성과 현대차 회장님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며 능력을 시험 받았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각각 경영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며 을미년 한 해를 보냈다. / 더팩트DB
재계 1·2위 삼성과 현대차 '회장님'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며 능력을 시험 받았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각각 경영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며 을미년 한 해를 보냈다. / 더팩트DB

<더팩트>는 다사다난했던 2015년 재계를 정리하며 10대그룹과 올 한해 큰 주목을 받은 5개 그룹을 선정해 이들의 성과를 분석했다. 재계 순위 1위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 GS그룹, 현대중공업, 한진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아모레퍼시픽을 각각 상·중·하로 나눠 정리했다. [TF 재계 결산 <상>] 편에서는 재계 1위 삼성그룹, 2위 현대자동차그룹, 3위 SK그룹, 4위 LG그룹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숨가쁜 삼성, '이재용식 새판짜기' 가속

올 한해 삼성그룹을 요약하면 선택과 집중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식 '새판짜기'가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지난해와 올해 걸쳐 그룹 내 모든 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매각했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또한 '병신년' 새해에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스마트카 시장에 진출한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1일 연간 생산능력 세계 최대인 18만ℓ의 제3공장 기공식을 열고, 바이오를 삼성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한 마디로 올해 삼성은 비주력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주력사업과 미래 먹거리에 베팅했다.

삼성은 이미 매각한 화학이나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상대적으로 가볍고 빠른 전자와 금융에 집중했다. 또 스마트카와 바이오를 중점적으로 키우기 위해 사전 작업을 지속했다. 이런 움직임은 병신년 새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자, 금융 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고,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바이오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구글, 애플, 테슬라 등 세계적 IT기업들이 진출한 스마트카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 삼성은 이들과 경쟁을 본격화 한다. 이를 통해 자율 주행차와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형 자동차 산업에서 삼성의 미래를 찾는다.

삼성에게 을미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발굴해 글로벌 선두로 키운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이재용식 새판짜기'로 미래 먹거리가 된 바이오와 스마트카의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된 한 해였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게 있어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 아래 삼성을 이끌 경영능력을 시험 받는 한 해이기도 했다.

◆현대차, '정의선 체제 밑그림' 차근차근

을미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 체제 구축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수직계열화와 지배구조 재편이 최대 화두였다. 현대차그룹도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올해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가장 큰 건은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흡수합병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은 시가총액 10조원 규모, 연간 매출 20조원 규모, 총자산 31조 규모의 초대형 철강기업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현대제철은 올해 3월 동부특수강을 인수해 고급강 시장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제철의 이런 움직임은 안정적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철강의 안정적 공급과 고급화 없이 자동차 산업의 성장도 없다. 결국 철강은 자동차의 종착지인 셈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수직계열화에 따른 내실 다지기에 이어 현대차가 사운을 건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주도하며 그룹 내 입지도 강화했다. 다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와 승계를 위한 '실리'다지기에 있어 다소 아쉬운 한 해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지분 확보가 관건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올해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13%를 매각하는 등 1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또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이노션 등 지분을 가지고 있어 추가적인 재원 확보도 용이하다. 곳간을 채운 정의선 부회장의 '타깃'은 현대차였다. 지난 9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주식 316만 4550주를 매입했다. 취득가격만 약 5000억 원에 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의선 부회장은 두 달 뒤 현대삼호중공업이 갖고 있던 현대차 지분 184만 6150주도 2000억 원에 사들였다. 그 결과, 1%(올해 초까지 0.0031%)도 채 안됐던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2.27%까지 늘었다. 개인 주주 중에서는 정몽구 회장(5.17%)에 이어 두 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올해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와 그룹의 주력 사업을 주도하면서 얻은 '입지' 강화 그리고 경영승계를 위한 '주식 매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계 서열 3위와 4위인 SK그룹과 LG그룹은 올 한 해 큰 변화를 맞았다. SK그룹은 최태원(왼쪽) 회장 사면 후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변화를 촉구했다. / 더팩트DB
재계 서열 3위와 4위인 SK그룹과 LG그룹은 올 한 해 큰 변화를 맞았다. SK그룹은 최태원(왼쪽) 회장 사면 후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변화를 촉구했다. / 더팩트DB

◆극명하게 갈린 SK, 오너 최태원 복귀 전과 후

을미년,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복귀 전과 후로 극명하게 갈렸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2월 징역 4년을 확정 받고 복역했다. 이 기간 계열사들은 극심한 실적 부진 등 '오너 리스크'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복귀와 동시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고, 답보 상태였던 M&A도 속도를 냈다.

최태원 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확대 경영회의'를 시작으로 창조혁신센터 방문,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사업장 방문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이어 SK하이닉스 3개 반도체 생산라인에 앞으로 10년간 모두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제조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제조·판매한다.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통신사업도 손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2일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을 통해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모두 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 중 30%를 5000억 원에 먼저 인수하고 나머지 23.9%는 5년 이내 언제든 5000억 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930일 동안의 공백을 굵직한 인수합병(M&A) 성사로 단박에 날려버렸다.

최태원 회장은 복귀 후 첫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방식을 유지하면서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6일 진행된 인사에서 최태원 회장은 공백기간 동안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끈 정철길 대표와 김영태 위원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동시에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들을 재신임하면서 오너의 공백으로 불안했던 조직 안정화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앞으로 각 관계사 CEO 주도의 자율·책임경영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그룹 차원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SK에 있어 2015년은 최태원 회장 복귀 전과 후로 나눠 이야기 할 수 있는 한 해였다.

◆구본무 LG 회장 "과감하게 바꿔야 산다"

을미년 LG는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룹 내부에서도 미래 먹거리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변화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 3분기 LG전자는 올레드 TV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플래그십 스마트폰 G4와 슈퍼폰 V10 등을 내놓으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세계 5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도전과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한 한 해였다.

그런 만큼 LG는 전 그룹 차원에서 변화를 주도했다. 먼저 LG화학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사업을 LG디스플레이에 넘겼다. 또 물류사업은 LG상사로 집중했고, LG화학은 소재 사업에 매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사업 계열사인 LG솔라에너지와 서브원을 합병했다. 특히 LG전자와 LG화학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전장사업과 태양광 모듈,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이 눈길을 끌었다.

LG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V-ENS'를 LG전자로 이관해 VC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출범 2년 만에 해당 사업부는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와 전략적 사어파트너로 선정됐고, 벤츠와 무인차 핵심 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인도 타타자동차로부터 금형제작 등 300억 원이 넘는 계약을 땄다. 배터리부문에서 이미 선두인 LG화학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넘어 ESS용 시장에서 기술력과 가격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가시적 성과에도 LG는 변화를 강조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10월 300여명의 임원이 참석한 정기 임원세미나에서 "우리 사업 방식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근복적으로 그리고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을미년을 수 놓았던 LG의 변화는 병신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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