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회동 후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논란에 대해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입사 10개월 된 사원입니다"라고 담담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짧은 글에 국내 30대그룹인 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이 응답했다. 그것도 16일 이른 아침 대한상공회의소 조찬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입사원은 희망퇴직에서 제외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10개월 차 신입사원이라고 소개한 게시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7월 들어온 신입사원에게도 희망퇴직을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3세 여직원과 지난해 하반기 공개채용된 신입사원 등 사무직 직원 3000명이 희망퇴직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사람이 미래다'라고 외치던 두산그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여기에 <더팩트>는 15일 단독으로 두산인프라코어가 낸 희망퇴직 공고문을 입수해 두산인프라코어가 제시한 희망퇴직자의 처우를 확인하며 두산인프라코어의 구조조정 사실을 더욱 심도있게 세간에 알렸다.
희망퇴직자 처우는 ▲위로금 ▲전직 지원 ▲학자금 ▲경조사 ▲국민연금 ▲장기근속 포상 ▲주택 보조금 ▲지역간 이동자 주거지원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더팩트>는 15일 논란이된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과 관련해 사내 인트라넷에 게재된 희망퇴직 처우 공고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
이중 '위로금' 항목이 눈길을 끈다. 연봉 월할(1/12) 기준으로 한 위로금은 근속 3년 미만일 경우 10개월이다. 즉 10개월치 월급이 퇴직금인 셈이다. 이어 근속 5년 미만은 12개월, 근속 10년 미만은 14개월, 근속 15년 미만은 16개월, 근속 20년 미만은 18개월, 근속 20년 이상은 20개월치 급여를 지급한다.
결국 여론 악화와 <더팩트>를 비롯한 언론의 쏟아지는 기사에 박용만 회장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박용만 회장이 직접 수습에 나선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중인 박용만 회장은 1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계열사에 지시했다"면서 "곧 계열사에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입사원의 구체적 연차에 대해 박용만 회장은 "1~2년차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내가) 구체적으로 말하면 선을 긋게 된다"고 말을 아꼈다.
박용만 회장을 움직이게 한 글은 어떤 내용일까.
앞서 언급한 게시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이 이용하는 모바일 익명게시판에 "이제 10개월된 사원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들어오자마자 10개월동안 3번의 구조조정이 있었고, 팀이 3번 해체됐고, 롤(업무)이 2번 변경됐으며 1000명이 퇴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엔 사원, 대리가 주요 타깃이고 올해 7월 들어온 신입사원들도 희망퇴직 권고를 받았다. 불응시 무급휴가, 사간전출을 시킨 다음 무한 세뇌교육을 반복한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모든 것을 동원해 강제 해고시켜버린다는 '카더라'까지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게시자는 "아직 퇴직 권고를 받지 않았지만 면담 요청 후 사인할 생각이다"면서 "우리 회장님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모바일 익명게시판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피해와 두산인프라코어를 성토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30대 명퇴는 이제 쉰 떡밥입니다",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인원 반을 구조조정까지 해야하는 상황에서 제조업 기반 회사가 무슨 광고와 홍보가 필요하냐", "진짜 열불난다. 임원 자녀들은 면세점으로 제일 먼저 구해가네. 간호학과, 미대, 음대 나온 이들이 무슨 영업 마케팅 전략에서 일한다는 거냐." 실제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논란이 거센 가운데 모바일 익명게시판에 두산인프라코어를 성토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 블라인드 화면 갈무리 |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7일 희망퇴직 공고문을 내고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전체 사무직 3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만 벌써 4번째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월과 9월은 과장급 이상 직급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지난 11월은 기술직종이 대상이었다. 현재까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은 각각 180명과 200명, 450명 가량으로 모두 800여명이 짐을 쌌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이유로 건설기계 시장의 불황을 꼽았다. 그는 "건설기계 시장이 2012년부터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이후 전년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시장 침체가 결정적이다. 중국은 전 세계 건설기계 시장의 50%를 차지하지만 2012년 이후 침체 일로다. 2014년 기준 초호황기 대비 반토막 수준이고, 올해는 최악이라던 그 절반보다 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과 2012년 200여명, 2013년과 지난해 각각 60여명의 신규 인원을 공개채용했다. 활황기를 맞았던 중국 시장을 겨냥한 채용이었지만, 2012년 이후 국외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 기계 수요가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4년 전에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실패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