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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인사 뚜껑 열었더니…오너일가 '고속 승진'
입력: 2015.12.05 07:04 / 수정: 2015.12.05 07:04

대기업 정기 임원 인사철인 요즘 오너일가의 고속 승진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기선(33) 현대중공업 전무, 이규호(31)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허윤홍(36) GS건설 전무, 정유경(43)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왼쪽부터). /더팩트DB
대기업 정기 임원 인사철인 요즘 오너일가의 '고속 승진'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기선(33) 현대중공업 전무, 이규호(31)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허윤홍(36) GS건설 전무, 정유경(43)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왼쪽부터). /더팩트DB

오너일가의 진격…능력보다 혈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대기업의 정기 임원 인사철인 요즘 새로이 '별'을 단 인물들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재벌가의 자녀들. 최근 기업의 사회책임경영과 경영투명성 제고 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승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오너일가의 '고속 승진'이 눈에 띄는 그룹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말 부사장 6명, 전무 15명, 상무 36명을 승진시키는 후속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3) 상무가 전무로 승진됐다. 상무가 된 지 1년 만에 '승진 엘리베이터'를 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7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꾸려왔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1988년 현대중공업 회장직을 물러났다. 2002년 현대중공업 고문직에서도 물러났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인사는 40대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는 점에서 표면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기선 전무의 승진으로 현대중공업이 오너경영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회사가 대규모 적자로 어려운 상황에서 1년 만에 또다시 승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과제는 지금부터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기선 전무의 경영능력 검증이다. 고속 승진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정기선 전무는 가삼현 부사장(사업대표)이 통솔하는 선박영업본부에서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을 맡는다. 기존에 맡아 온 기획실 내 재정과 기획 총괄부문장도 겸직할 예정이다.

정기선 전무보다 더 젊은 나이에 임원직을 단 재벌가 자녀도 있다. 바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규호(31) 신임 상무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이었던 이규호 상무보는 2일 코오롱 인사에서 고속 승진했다. 차장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오른 것이다. 흔히 말하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재벌가 자녀라는 이유로 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번 인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규호 상무보의 지난 3년간의 '성과'다. 가장 큰 성과는 '재벌가에서 태어난 것'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승진과 함께 또렷한 이유설명이 필요하다. 코오롱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인물 평가에 대한, 혹은 그 이유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GS그룹은 1일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오너일가 3·4세를 대거 인사 명단에 올렸다. 고 허만정 창업주의 2세들 중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의 조카인 허연수 사장이 그 자리에 오르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허연수 사장은 창업주의 넷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로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에서 MD부문 전무, 부사장,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쳤다.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GS그룹 내 눈에 띄는 고속 승진은 허창수 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36) GS건설 사업지원실장이다. 허윤홍 사업지원실장은 2002년 LG칼렉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해 2012년 GS건설 경영혁신담당에 선임됐으며, 올해부터 사업지원실장을 담당하다가 이번 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됐다. 1년 만에 이뤄진 고속 승진이다.

이외에도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아들이자 고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의 장손인 허준홍(40)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이 전무로 승진했다. 허창수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준홍 전무는 2005년 GS칼텍스에 입사해 2013년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 원유·제품 트레이딩 부문장을 역임했다. 올해부터는 GS칼텍스 서울 본사에서 LPG 사업부문장을 맡아왔다. 허윤홍 전무와 마찬가지로 1년 만에 이뤄진 고속 승진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아들인 허서홍(38) GS에너지 전략·집단에너지사업 부문장도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허서홍 상무는 삼정KPMG와 GS홈쇼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철 최고의 화제는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남매 경영' 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3일 신세계그룹은 인사를 통해 이명희 회장의 딸이자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43) 부사장을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신세계그룹은 오너일가 남매인 '정용진-정유경'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부사장 승진 이후 6년 만에 승진했다. 다른 기업과 비교해 고속 승진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룹의 주요 업무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인사가 정유경 총괄사장을 백화점부문에 완전히 승계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있다. 오너경영체제 구축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설명이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맡게 될 백화점부문은 이번에 신설된 조직이다. 장재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정유경 총괄사장을 보좌한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사이먼 등을 맡을 예정이다.

그룹의 미래,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대기업에서 보여준 이번 정기 인사, 그 결과표를 살펴보면 책임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는다. 고속 승진이 오너의 '혈연'이라서가 아니라 준비된 경영인이 가진 뛰어난 '경영 능력'때문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스스로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재계의 관심은 이미 그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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