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시내면세점 사업이 5년이라는 짧은 특허기간 때문에 재고물량 처리, 고인 불안, 명품업체 입점 기피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팩트DB |
심재철 의원, 면세점 특허 기간 5년 → 10년 입법 추진 없던 일로?
[더팩트 | 변동진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시내면세점 사업이 5년이라는 짧은 시한부 특허기간 때문에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명품업체들의 경우 짧은 특허기간을 빌미로 신규 시내면세점 입점을 기피하고 있으며, 특허 만료 후엔 고용인력, 재고물량 처리 등 각종 문제가 방생하고 있다. 일각에선 글로벌 경쟁력까지 실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입법 추진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아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오픈하는 서울 용산 HDC신라면세점과 여의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점에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직접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 등을 만나며 유치를 추진하지만 업계에서는 내년께 입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짧은 특허 기간 때문에 일부 명품업체들이 신규 시내면세점 입점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명품업체 입점을 위해 직접 나섰다. /남윤호 기자 |
이처럼 명품업체들이 신규 시내면세점 입점을 기피하는 까닭은 5년이라는 짧은 시한부 특허기간 때문이다. 당초 면세점 특허기간은 10년이었지만 지난 2012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발의로 보세판매장의 특허 기간을 5년으로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현행 ‘5년 면세점 특허 기간’은 신규 면세점 사업자보다 특허만료를 앞둔 기존 사업자에게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이번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재승인에 실패한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00억 원에 달하는 재고물량을 처리해야 한다. 이마저도 일부 명품브랜드는 참여하지 않아 전량 처분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연말을 맞아 80%까지 할인하는 초대형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재고처리 차원의 ‘눈물의 세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고처리뿐만 아니라 기존 인력들도 하루아침 일자를 잃게 됐다. SK네트웍스의 경우 면세점 소속직원 200명, 입점 브랜드 파견직원 700명 등 약 900명이 일하고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의 경우 1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양사 모두 근무인력을 최대한 수용하고 신규사업자인 신세계, 두산과 협력해 고용안전을 보장한다는 100% 고용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산의 경우 야간영업을 해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월드타워점 기혼여성 인력은 이직을 꺼리고 있다. 더불어 월드타워점 근무자 중 80%가 여성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직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업계 중론이다.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두산은 기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인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두산의 야간영업 때문에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직원은 이직을 기피하고 있다. /더팩트DB |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5년인 면세점 특허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관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면세점 사업자들 역시 이 개정안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심재철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는) 결정된 바 없다.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며 “산업계 및 관세청의 의견을 파악하고 있다. 발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을 뺐다.
또한 면세점 특허 기간 변경의 키를 쥐고 있는 관세청과 기획재정부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상황이 복잡해졌다.
물론 정부 내에서 면세점 개선과 관련된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되고 있지만 특허 기간 연장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새 사업자가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수입을 창출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투자되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5년 현실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사업자가 사업권을 잃으면 갑자기 수천억 원의 매출이 날아가고 면세점 부지는 빈 공간이 된다”며 “돈도 중요하지만 그간 쌓아온 노하우까지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면세사업 경쟁력은 일본, 중국 등에 밀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