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 | 김민수 기자] 16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0일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모든 게 제 탓"이라며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데 대해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빼돌린 기업총수들에게야말로 사법정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심각할 정도로 쇠약한 이재현 회장의 몸 상태를 고려해 경영자로서 재기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이재현 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도 휠체어를 타고 링겔을 꽂은 채 출석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염의 우려가 있지만 재판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로 출석했다"며 "신장이식 수술에서 제일 중요한 기간인 1년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사실상 10년 남짓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 상태에서 수감된다면 건강에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사실상 수용생활은 불가능하다"고 재판부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 측은 이날 최종 의견에서 "액수를 확정할 수 없으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아닌 일반 배임 혐의를 적용하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법리적으로 의견이 다르다"며 파기환송 전 구형량인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그대로 구형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 회장 등은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CJ재팬에 손해를 끼칠 의사가 없었다. 실제로 CJ재팬에는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피해 변제를 위한 모든 조치도 취했다"며 일반 형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한 대법원의 판단이 맞다고 반론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모든 게 제 탓"이라며 "건강을 잘 회복하고 선대 유지인 사업보국, 미완성의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4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403호에서 이재현 CJ 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열렸다. |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집행유예가 기업총수들의 특권이냐'며 사법정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0억을 횡령했는데 구형이 5년이면 결국은 집행유예란 이야긴데 엄청나네(book****)", "비리만 저지르면 입원하는 관행은 기업회장들의 특권인가?(sost****)", "1600억인데 검찰이 5년 구형.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풀어주겠지. 어느나라가 이렇게 살기좋을까? 돈만 있으면(gunm****)", "1000억 피해 입혀도 감옥 안가는 헬조선(mirt**** )" 등 죄를 지은 재벌총수들이 쉽게 집행유예를 받고 복귀하는 현상에 대해 한탄했다.
한 누리꾼은 "죄가 있으면 그에 따른 처벌을 하는게 마땅하다. 기업은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는거지 국가를 위한다는 말로 죄값을 줄이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CJ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은 수입화장품 유통하면서 수입가의 수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감히 사업보국이란 논리를 계속 펼칠 것인가?(akhn****)"라고 질타했다.
재계와 결탁한 법조계의 부정부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아이디 "mama****"는 "사법정의가 무너진지 오래다. 법치후진국. 사법개혁부터 하라! 대법관, 법원장, 검사장 이상은 국민이 선거로 뽑자. 김영란법, 특별감찰관제 대상에 판사, 검사, 변호사 포함하자. 전관비리, 유전무죄의 법조계 부정부패가 법치를 무너뜨렸다. 비리 판사들과 대형법무법인 변호사들의 결탁을 척결하자. 나쁜 판사들의 쓰레기 판결을 감시, 통제, 처벌할 제도와 기구(배심원제 전면 시행, 재판소원 허용, 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 내부자신고포상제도)로 법조계 비리 줄이자"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이 회장을 경엉 일선으로 돌려보내 재기할 기회를 부여하자는 주장도 눈에 띄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재벌들 환자 코스프레 눈에 거슬리지만. 이재현 이 사람은 진짜 아픈것 같다. 삼성가 유전병 근육병도 있고. 신장이식 수술도 받은 걸로 아는데. 다리 보니 뼈만 앙상하던데. 삼성이 지금 정부랑 친해서인지. 삼성과 소송 벌였던 CJ는 이번 정권 들어서 불이익 많이 받는 느낌이다(life****)", "저 사람은 코스프레가 아니고 진짜 아픈게 맞다. 완쾌해서 죄값 달게 받고 기업 운영 잘하셨으면 좋겠네요(lkll****)"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비자금 3600여억 원, 해외비자금 2600여억원 등 모두 6200여억 원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면서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719억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받은 혐의 중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회장의 조세포탈·횡령 혐의 이외 배임에 대한 가중처벌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 회장의 운명이 결정되는 마지막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5일 오후 1시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