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IT >E스포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TF취재기] '천재 테란'의 결혼으로 본 국내 e스포츠
입력: 2015.11.10 16:17 / 수정: 2015.11.12 15:40

천재 테란 이윤열이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 출시 행사에서 7살 연하의 신부 이수민 씨와 이색적인 결혼식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천재 테란' 이윤열이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 출시 행사에서 7살 연하의 신부 이수민 씨와 이색적인 결혼식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천재'라고 불렀습니다. 팬들은 그의 경기를 보고 환호했고, '사대천왕', '그랜드 슬래머'라는 칭호를 붙였습니다. 스포츠 스타에게 붙을 법한 이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닌 인물은 누구일까요. 그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 판을 휘저었던 'e스포츠 스타' 이윤열(32) 입니다.

이윤열은 9일 오후 7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이 진행된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는 이윤열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팬 2000여 명이 몰렸습니다. 이날 결혼식은 TV 속 여느 '스타'의 결혼식만큼 화려하고 웅장하게 진행됐습니다. 이윤열의 결혼식은 영어, 중국어로 번역돼 아프리카TV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인기 TV 쇼의 연예인도 아닌, 그렇다고 대형 리그의 스포츠 스타도 아닌 그의 결혼식이 이토록 주목받은 게 새삼스러워서일까요.

물론 이날 결혼식장은 오직 결혼을 위해서만 마련된 건 아니었죠. 정확히 말하면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공허의 유산)' 정식 출시를 기념하는 오프라인 행사 장소였습니다. 오프라인 행사 일정 중 하나가 이윤열의 결혼식이었고, 어쩌면 웅장한 세트와 수많은 관객은 이윤열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이윤열이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신랑 입장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윤열이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신랑 입장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어쨌든 이날 이윤열은 프로게이머 역사상 가장 화려한 화촉을 밝혔습니다. '공허의 유산' 출시 행사라고 하더라도 눈길 대부분은 그의 결혼식에 쏠렸습니다. 언론의 관심 또한 그랬죠. 행사를 주최한 블리자드의 '후광'이 없더라도 충분히 이날의 주인공은 이윤열로 보였습니다.

감회가 새로웠던 이유는 아마 이번 결혼식이 e스포츠의 발전과 연결 선상에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이윤열이란 선수는 '스타크래프트'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이윤열은 e스포츠 성장에 발판을 마련했고 그 열풍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스타플레이어'였습니다.

이윤열이 활동했던 시기는 'e스포츠'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았던 때입니다. 이윤열은 e스포츠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이날 결혼식장에 울려 퍼진 환호는 그 공에 대한 '대접'이라고나 할까요.

행사를 주최한 블리자드 역시 이윤열의 결혼식을 위해 신경을 꽤 쓴 모양이었습니다. 블리자드는 이윤열의 결혼식을 위해 애초 예정됐던 서울 광진구 악스홀에서 교통편이 좋고 장소가 더 넓은 코엑스로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이윤열은 이런 블리자드의 배려를 받아 가족, 친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전성기를 함께한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공동설립자 겸 대표 마이크 모하임은 축하 영상을 통해 "오래전부터 이윤열의 팬이었다"며 "블리자드의 전 임직원과 전 세계 '스타크래프트' 팬들을 대신해 이윤열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이윤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결혼식장에 입장하고 있는 이윤열과 신부 이수민 씨. /이새롬 기자
결혼식장에 입장하고 있는 이윤열과 신부 이수민 씨. /이새롬 기자

게임 플레이를 직업으로 삼기 힘들다고 말하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윤열은 그 시절 KPGA 투어 3회 연속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다음해인 2003년에는 세 개의 개인리그 동시 석권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죠. 2004년 IOPS 스타리그, 2006년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2에서 우승하면서 골든 마우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인 셈이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한국 e스포츠 열기에 불을 지폈습니다. 신주영, 이기석, 임요환 등을 이어 한 앳돼 보이는 청년 이윤열은 그 열기에 기름을 붓는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 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e스포츠의 전성기에 수를 놓았고, '게임을 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구나', '게임이 이렇게 사람을 열광시킬 수 있구나', 'e스포츠보다 일반적인 스포츠만큼 감동을 주는구나' 등의 인식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결혼식을 비롯해 이번 행사는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와 e스포츠의 성장, 나아가 프로게이머라는 게 실력을 바탕으로 한 직업의 한축으로 완전히 입지를 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자리로 보였습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에겐 게임 출시 행사장에서 올린 결혼식은 어쩌면 조금 불편한 결혼식일지도 모릅니다. 이윤열 결혼식에 대한 기사 한 편에 "'공허의 유산'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윤열의 결혼식이 이용됐다"는 반응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테죠.

"이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이 유례없는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자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었습니다. 여러 해석을 떠나 '프로게이머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좋은날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게 그로써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 말이죠. 테니스 선수가 리그 개막에 맞춰 테니스 경기장에서 결혼식을 치뤘다고 칩시다. 이상할건 없죠. 오히려 더 큰 의미를 가지죠.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로게이머가 광고에 등장한다는 자체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게임을 주제로 협회가 만들어지고 처음 온게임넷과 같은 게임 전문 채널이 생겨 TV에 게임을 한다는 것조차 이색적으로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죠. 하지만 이 많은 변화들이 e스포츠가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과 결혼의 접목, 그간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특이한 이날 결혼식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rock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