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제9회 자금세탁 방지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을 예정이었던 키움증권의 포상이 전격 취소됐다. 금융당국은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가 직원들의 불공정 거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포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더팩트DB |
키움증권, 지난 2월 불법 채권거래로 제재 받아
[더팩트 │ 황진희 기자] 올초 불공정 채권 거래 가담 사실이 적발되고서도 ‘자금세탁 방지의 날(11월27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던 키움증권이 결국 포상 명단에서 제외됐다.
금융위원회는 키움증권의 불공정 채권거래가 채권 시장의 신뢰도를 적지 않게 훼손한 것으로 판단, 관련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사유로 키움증권의 국무총리 표창을 전격 취소한 것으로 <더팩트> 취재결과 확인됐다.
5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는 오는 27일 열리는 제9회 자금세탁 방지의 날 행사에서 키움증권을 포상할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삼성화재보험을 포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6일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 올해 자금세탁방지의 날 행사에서 SC은행을 대통령 표창, KDB생명과 키움증권을 국무총리 표창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하고 공개 검증을 진행했다.
이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올초 채권 불법거래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웠음에도 그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고를 내리고 표창을 취소하기로 최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면서 “국무총리 표창대상은 공개검증을 통해 법령에 따라 삼성화재보험을 대신 표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FIU(금융정보분석원)는 자금 세탁방지 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11월27일을 자금세탁 방지의 날로 지정해 해마다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서는 한 해 동안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앞장 선 금융사들이 정부 포상의 영예를 얻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6일 홈페이지에 자금세탁 방지의 날 표창 대상자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
그러나 처음 국무총리 표창 수상기관으로 선정됐던 키움증권의 경우는 올해 초 불법 채권파킹 거래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기록이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당초 키움증권의 국무총리 표창(예정)소식이 전해지자 수상의 부당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키움증권의 채권 불공정 거래와 그에 따른 징계가 진행됐음에도 오히려 자금세탁방지 관련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을 것이라는 결정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거래 증권사와 짜고 4600억 원대의 채권거래를 조작(파킹거래)한 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에 중징계를 내리고 7개 거래 증권사에 대해서도 제재를 내렸다. 당시 키움증권은 ‘기관경고’와 함께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채권파킹 거래는 자산운용사가 위탁 자금으로 매수한 채권을 자신의 펀드에 담지 않고 채권 매수를 요청한 증권사에 보관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키움증권은 앞선 2013년에도 6개월간 모두 26회에 걸쳐 1조 1600억 원 상당의 채권을 부적절하게 거래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2년 간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키움증권이 자금세탁 방지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논란을 의식한 FIU 측은 이달초 관련 회의를 열고 키움증권에 대한 포상을 취소했다.
특히 키움증권을 이끄는 권용원 대표가 내부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크게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에 취임해 올해 초 3연임에 성공하며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손꼽히는 권 사장이 2013년부터 회사에서 일어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관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키움증권측은 “국무총리 표창 대상 선정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취소와 관련해서 아직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