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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사물인터넷 개척 '긴호흡' 필요…단기 성과주의 지양해야
입력: 2015.10.16 10:10 / 수정: 2015.10.16 18:26

SK텔레콤은 최근 IoT와 스마트 단말기를 총괄하는 ‘디바이스 지원단’을 장동현 사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SK텔레콤은 최근 IoT와 스마트 단말기를 총괄하는 ‘디바이스 지원단’을 장동현 사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자사 미래 먹거리로 사물인터넷(IoT)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내놨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KT, LG유플러스가 IoT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가면서 SK텔레콤도 IoT 분야에서 차별적 비지니스를 전개하고 있지만 생태계 특성상 '시간비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장 사장은 취임 후 제조사들과 제휴를 맺고 IoT를 통한 플랫폼 기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 사장이 지난 4월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던진 화두 역시 IoT였다. 당시 장 사장은 회사의 미래를 이끌 3대 차세대 플랫폼 혁신 전략의 하나로 IoT 서비스 플랫폼 강화를 꼽고 “통신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사업자로 진화해 2018년까지 SK텔레콤과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100조 원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중소 가전업체, 건설사, 스포츠 용품 제조사 등 다양한 업체와 플랫폼 협력을 맺었다. 지난해 연말 개발을 끝낸 IoT 개방형 플랫폼 ‘모비우스’는 올 5월에 상용화했다. 최근에는 IoT와 스마트 단말기를 총괄하는 ‘디바이스 지원단’을 장동현 사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장 사장이 사물인터넷 등 플랫폼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통신시장이 포화돼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90%에 이른다. 게다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이 늘면서 이통 3사 점유율은 사실상 고착 상태에 이르렀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고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서는 이를 대체할 만한 차세대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13년간 지켜오던 이동통신 점유율 50%가 무너진 데다 최근에는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 중 처음으로 영업정지를 겪어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50.1%에서 49.6%로 떨어졌다.

SK텔레콤의 연매출 성장세는 2~3%로 정체됐다. 2000년대 초반 30%를 웃돌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0.6%로 떨어졌다. SK텔레콤 역시 “통신시장 내의 경쟁에서 머물러선 안 되며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전략이 IoT로 만드는 새로운 수익모델인 셈이다.

장 사장은 각종 기술 개발, 조직 신설 등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올 2분기 밑그림을 완성하고, 하반기에는 차세대 플랫폼 사업의 본격적인 성과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다”고 밝힌 것과 달리 4분기에 접어들었음에도 IoT 시장을 선도한다고 부를만한 서비스는 출시되지 않았다.

귀뚜라미 보일러 등과 연계해 스마트홈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도어락 같은 부수적 가전이다. 사실 도어락과 제어가 가능한 가전제품 등 ‘스마트홈’은 LG유플러스와 KT 등 경쟁사도 모두 출시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홈 IoT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해 가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사업담당 내에 신사업발굴팀과 IoT솔루션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기자동차 관리 솔루션, 인공지능 로봇 등도 개발하고 있다.

KT 역시 황창규 회장 지휘 아래 IoT에 역량을 쏟고 있다. 미래융합사업추진실에서 스마트에너지,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의 산업 영역과 IoT를 연계한 융합 서비스를 발굴하고 있으며, SK텔레콤처럼 IoT 개방형 플랫폼 ‘IoT 메이커스(Makers)’를 내놨다. 황 회장은 지난 9월 “IoT 개척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각종 IoT 기술을 접목한 미래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의 IoT 사업이 경쟁사 대비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3년 내 기업 가치를 100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사물인터넷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인 데다 경쟁사들 역시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SK브로드밴드와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등을 인수한 SK텔레콤이 자회사에 쏟아야 하는 지원도 만만치 않다.

SK컴즈 인수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문제를 급하게 해결해야 했던 SK텔레콤이 SK컴즈를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의견이 많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SK컴즈의 경영권을 유지해봐야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제외하고는 SK텔레콤이 사실상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게 없다는 평가도 받았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유무선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강조했으나 정부의 유무선 경합상품 규제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3년 내 기업가치 100조는 SK텔레콤으로서 도전이지만 선전포고한 만큼 사물인터넷과 플랫폼 사업이 구체적은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며 “사물인터넷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SK텔레콤뿐만 아니다. SK텔레콤만의 비전을 만든 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을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IoT 생태계는 앞으로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성장할 것”이라며 “새로운 산업 기반을 다지고 상품과 서비스를 확산시켜나가는 과정에 중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인 만큼 선의의 경쟁이 확산되는 것은 고객 및 생태계 입장에서 선순환을 만들어 낼 것이다”고 덧붙였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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