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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 마이크가 무서운 신동주, '기자 정서'부터 공부하라
입력: 2015.10.10 07:34 / 수정: 2015.10.10 07:34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김민수 기자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김민수 기자

신동주 긴급 기자회견, 일방적 주장 전달에 기자들 빈축 사

"한 마디만 해주세요."

"동시통역 하면 되잖아요!"

기자들의 외침은 메아리에 불과했다.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들고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 일이 파렴치한 행위라고 고발하기 위해 기자들을 불러모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기자회견이 끝나기까지 단 한 차례도 마이크를 들지 않고 대동한 아내와 가신들의 입으로 모든 것을 대변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기자들을 부르고 일방적으로 자기말만 전달하는 모습이 국내 (기업인) 정서와는 크게 동떨어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주 먼 이방인으로 느껴졌다. 현장의 기자들은 차려진 밥상의 메뉴만 쳐다보지 않는다는 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알아야 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갑작스런 기자회견 발표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장은 만석이었다. 앞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지 못한 기자들은 뒷편에 앉아 빼곡히 들어선 카메라에 가려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갑작스런 기자회견에 먼저 '터질게 터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절치부심 반격을 준비했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향해 어떤 '카드'를 내밀지 궁금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8월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패배한 이후 처음이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안건을 통과시키고, 롯데홀딩스 이사회 전원의 지지를 받으면서 한일 롯데그룹의 대표로 자리매김했음을 확실시했다. 주총에 참석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채 안건 통과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 약 두달간 만반의 준비를 했던 걸까. 이번에는 자신의 이니셜을 딴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SDJ코퍼레이션 회장이라는 직책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손에는 동생에게 법적 소송을 할 것을 허락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다른 한손으로는 자신을 위해 뛰어줄 새로운 참모들의 손을 꼭 잡고 등장했다.

갑작스레 기자회견장에 불러모이게 된 기자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안녕하십니까"라고 입을 뗀 뒤 "한국어가 어눌해 아내가 대신 읽겠다"라는 짧막한 발언만 남긴 채 발표문 전문을 아내 조은주 씨가 대독하게 했다. 한국말이 서투르고 일본어 인터뷰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라는 것을 감안해도, 발표문 정도는 스스로 연습해서 읽어내려갈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대목이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변호인단과 상의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변호인단과 상의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법적 소송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총괄회장의 복귀와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사퇴다. 지난 7월 신동빈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이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한 결정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날 새롭게 꺼낸 카드는 '경제적 가치로 본 지분 소유 구조'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오랜 인연이라고 밝힌 산업은행 총재 출신인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법률적인 지분구조와 실질적 경제적인 지분과 차이가 있다"며 "롯데홀딩스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법적 지분구조는 28.1%지만 이를 경제적 지분으로 보면 55.8%가 된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을 50%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즉시 입장자료를 내고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약 28% 정도만 보유하고 있어, 현재의 일본롯데홀딩스 및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즉,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제적 지분' 카드를 꺼낸 이유는 현재 광윤사의 법률적 지분 28.1%로는 롯데홀딩스 및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55.8%로 만들어 경영권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위임장에 직접 서명하는 영상의 진위여부도 의문점을 남겼다. 영상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직접 나오지 않고 그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손으로 짚어주는 곳에 총괄회장이 사인을 하는 식이다.

기자회견이 진행될수록 깊어지는 의문점에 기자들의 인내심은 한계를 넘어 짜증이 극에 달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설명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들은 "왜 주주총회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경제적 가치를 제시했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왜 직접 나서지 않느냐",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 위임장은 어떤 효력을 발휘하나", "소송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나", "동생의 경영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등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 세례를 던졌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직접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답변은 동시통역도 아닌 순차통역을 거친 후 대리인의 입을 통해 기자들에게 돌아왔다. 질문에 대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답변이 통역과 대리인을 통해 두 번씩 걸러져 전달된 것이다.

같은 장소에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앉아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마지막까지 마이크를 직접 들지 않았다. "직접 마이크를 들어 달라", "동시통역은 안 되나" 등 몇몇 기자들이 큰소리로 요구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긴급 기자회견에 불려간 기자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문을 갖고 따져 물었지만 질문에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차려진 밥상만 구경하고 돌아왔다. 아버지의 위임장을 재차 공개하고 아내를 대동하는 '보여주기식' 기자회견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이유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여론전쟁에서 일단의 '기사거리'는 제공했지만 '기자 생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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