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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재벌가 대학여지도④] 이색 전공, 경영에 어떻게 녹였나
입력: 2015.09.27 06:00 / 수정: 2015.09.27 00:47

향후 기업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재벌가 자제들은 당연히 경영 관련 학과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영과 무관해 보이는 학과를 선택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더팩트DB
향후 기업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재벌가 자제들은 당연히 경영 관련 학과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영과 무관해 보이는 학과를 선택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더팩트DB

국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총수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세간의 관심사로 꼽힌다. 그들이 입는 옷, 타는 차에 이어 혼맥 관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재벌가 스토리 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학력'이다. 굵직한 대기업 오너 일가 다수가 최상위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팩트>에서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 오너 일가의 출신 대학교를 살펴보고 ▲ 동문 관계 ▲ 여성 경영인 학력 ▲ 국내파/국외파 ▲ 이색 전공 출신 등의 주제로 정리해봤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재벌그룹 오너들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이들이 어릴 때부터 어떤 교육을 받는지는 언제나 대중의 관심사다. 재벌가 2·3세들은 대부분 학사 경제학 또는 경영학을 전공하며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을 다진다. 다른 전공을 택하더라도 이후 유학길에 올라 MBA(경영전문대학원)를 취득하거나 국내서 경영인 전문과정을 거친다.

'재벌'은 사실상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기업문화다. 외국에도 창업자가 기업을 세우고 후손들이 이를 확장시켜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대대손손 경영과 최대주주 자리를 독점하는 형태는 드물다. 미국 마리암 웹스터(Mariam Webster) 사전에서는 재벌을 '가족이 지배하는 한국의 대기업'으로 정의했다.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기보다 창업 일가족의 내부 경영으로 회사를 꾸려나가는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대외적으로 기술적 혁신이나 도전정신에 못지 않게 권력 다툼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재벌 후손들이 경영자 자리에 앉기까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디에 전문성을 두고 있는지는 향후 한국 경제의 향방에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지식과 인성, 개인적 성향 등이 기업 전체와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이 경영자로서 얼마나 적합한 자질을 가졌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이들을 만든 것은 대학 시절 공부가 분명 근간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대다수의 창업가 후손들이 실용적인 학문을 택해 일찍부터 후계자로서 기반을 닦은 가운데 몇몇은 인문학 및 예술 관련 학과, 이공계를 전공해 눈길을 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두산그룹 4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등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동양사학과를 전공했다. /문병희 기자
서울대를 졸업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동양사학과를 전공했다. /문병희 기자

◆이재용, 동양사학으로 쌓은 조예 中 사업 확장 밑거름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의 새 주인으로 우뚝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학시절 전공은 동양사학과다. 이 부회장은 1987년 경복고를 졸업한 뒤 같은해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학 대신 동양사학를 선택한 것은 '사람 공부'를 하라는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던 것으로 본다. 사람을 우선시하라는 선대회장의 가르침에 따라 이 부회장은 경영학 공부에 앞서 인문학적인 소양을 먼저 쌓게됐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오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1년부터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경영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동양사학을 전공하며 중국 문화에 대한 조예를 쌓은 것을 토대로 중국 내 사업 확장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 고위급 관리들과도 인연이 깊다.

시진핑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시절인 2005년 방한했을 때 이 부회장은 직접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소개하며 인연을 쌓았다. 지난 2010년 2월에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참석해 당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던 시진핑 주석과 따로 만나 삼성의 중국 사업 등을 깊게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중국 신문사가 선정한 '중국인의 삶에 영향을 끼칠 인물들'에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중국을 두 번째 해외 진출 국가로 정한 것도 중국 사업 확장 계획과 궤를 같이 한다. 삼성은 미국 오스틴 공장에 이어 2012년 중국에 70억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다. 지난해 5월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 후 경영 현안을 책임지고 있는 이 부회장의 중국 반도체 사업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고려대에서 물리학과를 전공했다. /이새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고려대에서 물리학과를 전공했다. /이새롬 기자

◆최태원, 물리학과 전공 살려 에너지 사업 다각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2년 7개월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최 회장은 전공한 분야를 사업에 그대로 활용하며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 사업가다.

최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명문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시카고대 경제학과 출신들은 '시카고 학파'라고 불리며 미국의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그는 경제학사 과정과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모두 시카고대학교에서 수료했다.

이후 1992년 SK의 전신인 선경그룹에서 경영기획실 부장을, 1997년 선경이 인수한 대한석유공사(유공)에서 사업개발팀장을 거쳐 1998년 SK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물리학과 졸업생들은 연구·개발 분야 및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전자·정보통신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SK그룹이 미래 사업으로 에너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최 회장의 대학 전공과 상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케미칼 등 에너지 및 화학 분야에 가장 많은 계열사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이 최근 수감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내놓은 계획도 반도체 분야에 46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유럽의 석유시장 등 미래 에너지산업을 책임질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스페인 윤활기유 합작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추진해 온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대표적인 결실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은 SK가 각 분야 대표 해외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 현지에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마케팅과 유통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적극적 행보를 통해 유럽에서도 에너지, 반도체 중심의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4세 박서원 오리콤(왼쪽) 부사장은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는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학과를 전공했다. /더팩트DB
두산그룹 4세 박서원 오리콤(왼쪽) 부사장은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는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학과를 전공했다. /더팩트DB

◆ 디자인·예술 전공, 독자적인 행보

경영학이 아닌 디자인 관련 학과를 졸업한 재벌들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두산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COO) 부사장,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등이 이에 속한다.

두산 오너일가 4세인 박서원 부사장은 재벌답지 않은 독특한 행보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동생인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이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과 달리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광고제작 전문업체인 빅앤트를 설립했다. 현재는 두산의 계열사 중 광고대행사인 오리콤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미혼모를 방지하기 위한 콘돔 브랜드 '바른생활', 태풍 피해를 입은 농가 과일로 만든 잼 '이런쨈병' 등 전공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지이 전무는 이화외국어고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현대그룹에는 2004년 현대상선 재정부 사원으로 입사해 2005년 대리를 거쳐 회계부 과장을 지낸 뒤 2006년 IT 회사인 현대유앤아이 기획실장(상무)에서 2007년 전무로 승진했다.

어머니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옆에서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지이 전무는 그룹의 주요 대북사업 때마다 현정은 회장과 함께 방북하며 현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필해 왔다. 그는 2011년 9월 외국계 투자금융그룹 맥쿼리 투자은행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신두식 씨와 결혼했다.

정 전무는 사내에서 소탈하고 격의 없는 모습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릴레이 마라톤 대회, 경복궁 돌보기 운동 등 사내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직원들과 회식 자리에도 스스로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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