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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롯데, '대관의 힘'보여줬다...재계 "송곳 질문 없던 국감 무의미"
입력: 2015.09.18 11:38 / 수정: 2015.09.18 14:4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미소를 띠며 답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미소를 띠며 답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의미 있는 국감 증인 신청은 아니었다"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질의에 대한 재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올해 국감의 최대 이슈였던 신 회장의 증인 출석은 ‘별 탈 없이’ 마무리 됐지만, 뚜렷한 쟁점도 큰 의미도 없었던 국감이었다는 데 여의도와 재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더불어 롯데그룹의 국회를 상대로 한 이른바 '대관(對官) 경쟁력'이 유감없이 펼쳐진 장면이었다는 게 상당수 재계 관계자들의 '신동빈 국감' 관전평이다.

17일 국감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에게 던진 질의는 무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7일 국감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에게 던진 질의는 '무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송곳 질문’ 찾기 어려운 정무위 국감

신 회장은 17일 오후 2시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 들어섰다. 상기된 표정의 신 회장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며 차분하면서도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어눌한 한국말로 논란을 샀던 신 회장은 때때로 의원들의 질문을 이해하기 어려운 듯 귀를 내밀고 인상을 찡그리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시종일관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의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의원들의 질문과 추궁에 귀 기울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면서 “국감에 대비하기 위해 수차례 예행연습하며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은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외부에서 많이 우려했던 ‘한국말’의 경우 그간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많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신 회장이 사업 현황 및 구조에 대해 워낙 잘 파악하고 있다. 국감을 앞두고 연습했다고 알려졌는데 하루 이틀 연습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회장을 향한 의원들의 질의는 ‘무뎠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하나같이 그간 지적된 롯데그룹의 정체성과 순환출자 해소 여부, 베일에 싸인 지분 구조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핵심은 신 회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밝힌 대국민 약속을 실효성이 발휘되도록 지키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 뿐이었다. 신 회장에 대한 신랄한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송곳과 같은 거센 추궁과 질문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함께 출석한 신 회장의 가신(家臣)황각규 롯데그룹 사장의 조력도 필요 없어 보였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10대 그룹 총수의 국감 출석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지만, 의원들의 질의 수준이 예상외로 낮았다”면서 “반복된 질문과 무의미한 질문들도 눈에 띄었고, 이미 기사를 통해 접한 수준 이상의 새로울 것 없는 질문만 나왔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산업계의 기업 관계자는 “롯데 형제간 다툼 등이 재계 안팎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데는 동의한다”라며 “대기업 총수를 불러다 놓고 던진 의원들의 질문 수준이 전체적으로 너무 낮았다는 얘기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이런 식의 국감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 역시 "팽팽한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신동빈 회장이) 예행 연습을 열심히 한 노력의 결과물이기 보다는 의원들이 질의 수위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답변했다.

다만 신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 시점에 맞춰 롯데마트가 자료를 은폐하려는 행위가 드러났다는 지적에 "오늘 처음 들은 내용으로 모르고 있었다. 당황스럽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신 회장에게 "롯데마트가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부서 내 모든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하려 한 사실을 아냐"고 질문하자,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이) 질문해 알게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모르면 내용은 모른다고 말하고 있지 않냐”며 “내부적으로도 특별히 문제될 내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감장에서 나온 의원들의 ‘농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신 회장에게 "한국인으로서 한국 기업을 운영한다는데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신 회장은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며 애매한 답변만 한 뒤 어이없다는 웃음을 보였다.

또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뉴스 편향성 등에 대해 거센 비난을 가하다가 질문의 화살을 신 회장에게 돌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왕자의 난' 종료를 묻는 다른 의원들 질문에도 미소를 잔뜩 머금고는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롯데도 롯데 초코파이를 롯데마트 앞쪽에만 진열하진 않는다"며 "그렇지 않나요. 신 증인?"이라고 갑작스럽게 신 회장을 불렀고 신 회장은 짐짓 놀라는 듯 했다가 밝은 미소와 함께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의원들이 신 회장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농담을 한 것인지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면서 “국민들이 원한 국감은 저런 모습을 아닐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놓고 재계와 정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대관의 힘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놓고 재계와 정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대관의 힘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롯데, '대관의 힘' 발휘했나?

이번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놓고 재계와 정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대관의 힘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다소 어눌한 한국말과 이해하기 힘든 웃음이 겹쳐져 국감의 팽팽한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면서도 "정평이 난 롯데 대관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실제로 신 회장은 국감 출석을 하루 앞둔 16일부터 모든 일정을 접은 채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 26층 집무실에서 측근인 황각규 사장 등과 답변 자료 검토와 예행연습에 몰두했다. 또 롯데그룹 정책홍보팀과 대관업무 담당임원들은 사실상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롯데그룹 정책홍보팀, 대관부서 등은 밤잠을 설칠 정도로 초긴장 상태로 국감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국감을 앞두고 국회와 공정위원회 등에 대한 대관 업무를 해왔던 각 계열사 임원들을 총동원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갑질' 논란으로 롯데홈쇼핑 전 대표의 구속사태 이후 대관업무를 대폭 강화해,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홍보임원들의 업무의 절반 이상이 대관 업무에 치중해왔다. 대관 담당 임원들은 신 회장의 증인 출석을 대비하기 위해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역시 홍보실과 대관업무 직원들은 신 회장의 증인 출석에 앞서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은 신 회장보다 5분 먼저 도착했다. 신 회장과 황 사장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증인석에 앉았고, 소 사장은 이보다 뒷줄인 방청석에 자리를 잡았다. 황 사장과 소 사장은 이날 서로 눈짓으로 교감하며 신 회장을 보좌했다. 특히 황 사장은 신동빈 회장의 말문이 막히는 순간마다 답변을 대신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갑질 논란 이전에는 대관업무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롯데그룹이 갑질논란으로 국회에 수차례 출석요구를 받고 확 달라졌다”면서 “국감 증인 출석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신 회장의 뒤로 대관업무 직원들이 조력자가 됐다. 의원들의 질문 수준만 봐도 대관이 큰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의원들의 질문이 미리 유출된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 회장이 정해진 대답을 내놨다”면서 “롯데 대관의 힘인지 의원들의 질문 수준이 낮았던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더팩트 │ 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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