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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신동빈 화법 '동문서답' or '우문현답'?
입력: 2015.08.12 12:02 / 수정: 2015.08.12 12:02
신동빈 회장 아버지에 대한 마음 그때그때 달라?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총수 일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연일 재계 안팎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 그때그때 태도를 달리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처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 문병희 기자
신동빈 회장 아버지에 대한 마음 '그때그때 달라'?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총수 일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연일 재계 안팎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 그때그때 태도를 달리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처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 문병희 기자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네 탓' 신동빈 오락가락식 태도 도마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총수 일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연일 재계 안팎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매출규모 83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기업이 창업주 일가 2~3명의 '밥그릇 싸움'으로 휘청이는 모양새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물론 재계 이슈에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해 온 정치권에서조차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방식 전반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는 국면이다.

롯데그룹에 대한 비난 여론에 불을 지핀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보다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 간 가족끼리 서로를 헐뜯는 재벌가의 행태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촌극의 중심에는 아버지에 대해 그때그때 태도를 달리하는 그룹 총수 신동빈 회장이 있다.

"아버님을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11일 오전 11시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타볼룸에서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한 신동빈 회장이 사과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의중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짧고 간결했다.

이날 취재진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 질문은 '아들에게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번 사태에서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입지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등 복합적인 의도를 담고 있었다. 민감한 질문이기에 즉답을 하기 곤란할 수도 있겠지만 신 회장은 '존경하고 있다'는 단답으로 응수했다.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한 질문도 예정돼 있었지만 신 회장이 회견장을 떠나면서 롯데 '형제의 난' 최대 변수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슈는 신 회장 입에서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이번 롯데 일가의 '집안싸움'의 시발점이 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해임 소식이 수면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신동빈 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롯데그룹 측은 보도자료 등에서 "고령의 총괄회장의 흐려진 경영 판단을 외부 세력이 조종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시 말해 사실상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진 고령의 아버지를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뒤에서 조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버지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최근 한 달 동안의 행보를 돌이켜 보면 그가 말한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존경'이 과연 진심에서 우러나온 코멘트일까라는 의문부호를 지울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된 지난달 15일, 롯데 사태가 표면화되기 2주 전만 하더라도 그가 묘사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룹 중책의 오더를 내릴 정도로 미래에 대한 뚜렷한 경영 판단이 가능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일 롯데 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히며 대표이사 선임 결정에 '아버지의 의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3일 귀국길에 오른 직후 신격호 총괄회장과 5분가량의 짧은 만남을 가진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며 다시금 화해 모드로 태도를 바꿨지만, 그의 작은 아버지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보자마자 '나가'라고 호통쳤다"며 180도 다른 주장을 폈다.

'아버지의 뜻을 받들겠다→고령의 아버지는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다→아버지를 존경한다→가족문제와 경영은 별개다' 신동빈 회장이 한 달여 동안 보여준 오락가락 식의 행보는 결국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본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총괄회장이 선언할 때는 법적효력이 있고, 해임한다고 선언한 것은 법적효력이 없다는 얘기냐" "잘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조상 탓이구나" 등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냐는 식의 조롱 섞인 비난까지 나온다.

국내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그룹 총수가 부모 형제와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세간의 비난 대상이 되는 것을 자처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신동빈 회장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태도가 국민들의 '반(反) 롯데 정서'를 키우는 데 한몫을 차지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짧은 한마디가 과연 '우문현답'이 될지, 혼란을 야기하는 '동문서답'이 될지는 신동빈 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달렸다.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을 묻는 취재진에게 '존경하고 있다'고 답한 게 동문서답인지 우문현답인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국민이 롯데에 바라는 것은 '여론 플레이'도, 보여주기 식의 '대국민사과'도 아니다. 이제라도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개편 등 조속한 사태 해결에 진정으로 나서는 참된 '경영인'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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