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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 롯데, 1억짜리 태극기 달고 욕 먹는 이유
입력: 2015.08.09 11:52 / 수정: 2015.08.10 09:02

롯데, 안 다느니만 못 한 1억짜리 태극기 롯데물산은 지난 6일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내 최고 높이의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70층에 초대형 태극기를 내걸었다고 밝혔다. /롯데물산 제공
롯데, 안 다느니만 못 한 1억짜리 태극기 롯데물산은 지난 6일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내 최고 높이의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70층에 초대형 태극기를 내걸었다고 밝혔다. /롯데물산 제공

국내 최고 높이에 초대형 태극기 단 롯데, 국민정서 여전히 이해 못 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 70층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우리의 국력만큼 높이 달린 태극기를 통해, 나라 사랑에 대한 마음도 함께 높아지길 기대한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이사)

지난 6일 롯데그룹의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랜 염원으로 건설중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상층부에 초대형 태극기가 내걸렸다.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이날 언론사들에 일제히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타워에 초대형 태극기를 완성했다고 알렸다. 롯데물산 측은 해당 자료에서 '국내 최고 높이', '초대형', '1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다' 등의 문구를 볼드(bold·굵은 글자)체로 한껏 강조했다.

이어 롯데물산이 주최한 광복 70주년 이벤트에 참석하는 네티즌들이 "롯데월드타워 70층에 걸린 초대형 태극기처럼 국민들이 잊지 않고 광복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길 바란다", "초대형 태극기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새로운 도약의 상징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걸린 세계 역사상 최초의 국기가 태극기입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의 이같은 노력은 오히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신격호 총괄회장-신동진 한국롯데 회장, 신 회장- 신동주 전 롯데일본 홀딩스 부회장간에 눈꼴 사나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마당에 태극기 하나 단다고 진정 한국 기업이 되고, 국민정서가 완화된다고 롯데는 자기 최면을 거는지, 아니면 국민 수준을 '이런 정도'로 보는지 자못 의아하다. 상당수 시민들은 롯데가 '광복 70주년'이라는 타이밍을 적극 활용해 '태극기 마케팅'으로 현 위기를 타파하려는 속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롯데물산은 태극기 가지고 장난하나? 태극기를 롯데 돈벌이에 이용하지 말아라(saem****)", "롯데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일본롯데는 접어라. 자세를 제대로 잡아야 멀리 뛴다(sh****)", "한국 기업이라면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갈 일이 없다(dhk****)", "한국 기업이라 하면서 한국서 번 돈을 일본에 다 바치는 악덕기업(dolye****)",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를 분리해라. 간에 붙고 쓸개에 붙고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day****)", "그냥 떳떳하게 우린 일본기업으로서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솔직히 말해라. 그리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시장에서 받으면 된다. 반씩 걸치는 행동은 한국인이 특히 싫어하는 자세다(han****)" 등 누리꾼들은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임에도 태극기 게양으로 한국 기업인 척 눈가림하려는 '꼼수'를 비판하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롯데가 진정 한국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1억 원짜리 태극기로 '우리는 한국기업'이라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가 불분명한 일본 회사가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로 군림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에서 낸 실적의 상당 부분이 일본 회사로 가는 기형적 지배구조를 바꿔야한다는 말이다.

롯데물산이 국내최고 높이인 롯데월드타워 70층에 초대형 태극기를 내걸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롯데물산 제공
롯데물산이 국내최고 높이인 롯데월드타워 70층에 초대형 태극기를 내걸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롯데물산 제공

현재 롯데그룹은 사업규모와 업적면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다. 일본에서 '롯데'라고 하면 과자 브랜드와 프로 야구단 등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한국에서는 백화점 등의 유통업과 제과, 화학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재계 서열 5위의 재벌그룹이다. 그룹 산하 계열사는 일본이 37개인데 비해, 한국은 74개에 달한다.

2014년 한일연결재무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매출액은 6조5000억엔, 영업이익은 2300억엔, 총자산은 8조9000억엔이지만 이 매출액의 90% 이상은 한국 롯데그룹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신 총괄회장의 개인회사로 종업원 3명에 자본금 2억 원에 불과한 일본 주식회사 광윤사다. 광윤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주식 19%나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비장상사이기 때문에 지분 공개 의무가 없어 주주들의 지분 구조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자발적으로 해당 회사들이 공개하면 모를까 롯데 측이 협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개를 강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한국 롯데그룹은 계열사들은 공개되고 있지만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경제정의에 맞지 않고 '황제 경영'을 낳는다고 지적하며 순환출자 금지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7일 정부는 이처럼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해외 계열사 지분 공시를 의무화'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면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롯데는 이번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후진적이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적극 개선해나가야 한다. 해외 계열사 소유 실태와 지분 구조 등 정부가 요구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는 것이 그 첫발이 될 것이다. 1억 원 이상 들여 국내 최고 높이에 태극기를 다는 것보다 한국 경제와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배 구조를 바로잡고 경영의 투명성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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