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형제의 난에 불매운동 확산될까 한일 양국이 롯데家(가) '형제의 난'으로 불거진 롯데그룹 사태에 분노하며 '롯데 불매운동'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귀국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한일 양국 인터넷 달군 '롯데家 형제의 난'…"롯데 불매" 한 목소리
한일 양국 소비자들이 롯데家(가) '형제의 난'으로 불거진 롯데그룹 사태에 분노하며 각각 '롯데 불매운동'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롯데를 자국 기업으로 생각해왔던 한일 두 나라 국민들은 한일 양국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롯데그룹이 외국 기업 대우를 받다가 필요할 땐 토종기업인 척 편의에 따라 '정체성'을 바꾸는 행태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소비자들은 지난 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하면서 "롯데는 한국 기업이다"라고 선언한 대목에서 반(反) 롯데 감정이 폭발했다.
한국에서는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을 자칭하면서 오너들이 일본 국적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실과, 매출 90%이상을 한국에서 내면서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비상장회사로 정체가 불분명한 일본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있는 점 등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신동주·동빈 두 형제는 1954년과 1955년 연년생으로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 국적을 얻었다. 두 형제는 일본 국적으로 '군 면제'를 받은 뒤 병역 문제가 해결되자 1990년대 후반 다시 우리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오너들이 한국명과 일본명을 동시에 사용하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에 어눌한 점도 한국 국민들에겐 "한국인이라는 자각이 없다"고 비쳐지는 동시에 일본 사람에겐 "피는 한국인"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
한일 양국 누리꾼들은 서로 "우리가 속았다"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에서는 우리 정부의 배려와 국민의 사랑 속에서 고속 성장한 기업을 자본금 2억원 남짓에 정체도 불분명한 일본 광윤사(光潤社)와 지분 구조가 공개돼 있지 않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 낸 실적의 상당 부분이 일본 회사로 가는 기형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광윤사는 직원 3명에 자본금 2000만엔(약 1억9000만 원)에 불과한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장부상 회사)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일본 내 지주회사들의 지분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은 비장상기업이라 지분 구조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이 5일 오전 한 매체가 보도한 '롯데 형제의 난' 기사에 댓글을 달며 롯데그룹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네이버 캡처 |
국내 누리꾼들은 "더 이상 한국 돈이 일본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특혜를 주어선 안되겠습니다(a882****)", "일본 기업인 롯데가 국내 면세점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ilyk****)", "롯데는 재벌로서 어떤 사회적 공헌을 했나요? 롯데백화점 노원점 직원휴게실 보고 고객인 나도 화가 나더군요. 고객편의나 직원배려보단 비용절감해 이익 내려는 모습이 인상을 찌푸리게 하더니 결국 바가지가 깨졌네요(mari****)",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이라며 정작 지주회사는 일본에 있고 탈세와 탈법, 편법과 부당거래 즐기는 기업(subt****)", "한국 국민들 호주머니 털어서 일본 살찌우는 기업(kkyj****)", "친일파들이 키워준 쪽바리 기업. 이번 기회에 국민들이 롯데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kimj****)"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국민적 반감은 롯데의 면세점 사업권 재입승에 반대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30년 동안 한국 기업인줄 알았다. 면세점 사업은 진짜 손 떼라(bree****)", "불매운동해야 한 순간이겠지만 최소한 면세점은 포기하게 합시다(chlg****)", "면세점 허가권 절대 안 된다(jong****)", "한류붐으로 잘된 면세점 사업권을 일본 기업에게 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롯데면세점 사업권 반드시 회수하길. 국내기업에서 줘야합니다(einl****)", "세상에 면세점 사업권을 외국인에게 주다니. 당장 반납시켜라(dubl****)"등 롯데의 면세점 사업권을 회수해야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롯데면세점은 올 연말 서울 소공동점과 잠실점의 사업권이 만료된다. 소공점은 지난해 약 1조9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알짜 매장이다. 이는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3조9500억 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잠실점도 제2롯데월드 개발계획의 핵심 지역으로 미래 롯데의 주 매출원이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은 다음 달 25일까지 특허 신청을 마감하고 11월 내로 특허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일본 네티즌들이 '롯데 제품 불매'를 외치며 '한국 기업 롯데는 일본에서 나가달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야후 뉴스 기사 댓글란 캡처 |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롯데가 한국 기업인줄 알고 나서부터 구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국 이름이 본명 아닌가? 시게미쓰는 일본 이름이고 '신'이 본명", "돈의 연인, 롯데" ('당신 입의 연인, 롯데' 캐치프레이즈를 인용),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와 완전히 연을 끊어야 한다. 지금 상황으로선 롯데 과자 팬들과 치바롯데마린스 팬들이 너무 불쌍하다", "롯데 불매" 등 롯데그룹의 경영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롯데'의 이미지는 '과자'와 '야구'로 나뉜다.
'お口の恋人 ロッテ(당신 입의 연인, 롯데)'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선전 구호)는 일본인들이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익숙한 문구다. 1959년 TBS에서 제작된 '롯데송'이 유행하면서 이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롯데는 일약 유명 기업이 됐다. 껌, 초콜릿 등 과자가 주력 제품이다. 이후 롯데는 일본을 대표하는 제과업체로 입지를 다져왔다.
롯데가 운영하는 프로야구단 '치바롯데마린스'도 일본국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971년 롯데 오리온스 구단을 인수해 현재 치바롯데마린스를 운영하고 있다. 야구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의 야구단 인수는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롯데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치바롯데마린스 매각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