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 냉방 영업 단속, 적발시 과태료 300만 원' 에어컨을 켠 매장은 문을 닫았고 그렇지 않은 매장은 문을 열고 있다. |
냉방기 가동하면 바로 문 닫는 명동 매장들, '300만 원 피하기'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여파로 명동에 찾아오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조이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메르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명동은 유동인구가 최대 25.4% 하락하는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개문 냉방 단속에 '봐주기'는 없었다. 흐릿한 상공 아래 즐비하게 늘어선 명동 매장들은 과태료 300만 원을 피하고자 수시로 문을 여닫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냉방전력 소비를 줄여 여름철 전력난을 극복하겠다는 취지에서 전국 지자체별 민간부문 대상으로 개문 냉방 영업에 대한 벌금 부과 단속을 시작했다. 단속이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난 명동의 분위기는 어떨까. <더팩트>는 지난 22일 명동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날 오후 1시, 외국인 방문객이 주를 이루는 명동 거리에는 문을 반쯤 열어둔 매장들이 많았다. 자동문이 양옆으로 활짝 열린 채로 고정돼있는 한 화장품 매장을 발견해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는 바깥처럼 후텁지근했다. 천장에 달린 냉방기는 작동을 멈춘 채 얌전히 숨죽이고 있었다. 속옷 매장 근처에 있는 한 헬스·뷰티 전문점도 마찬가지로 냉방기를 끄고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매장들이 냉방기를 끄고 문을 열어두는 것은 조금이나마 오가는 방문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몇몇 매장들은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가동하던 냉방기를 끈 뒤 다시 문을 열었다. |
헬스·뷰티 전문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7~8월에는 단속이 심하다. 날이 더울 때는 에어컨 작동에 따라 계속 문을 계속 여닫는다"며 "처음 걸리면 1차 경고를 받는다. 메르스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봐주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어 "문을 열어놔야 그나마 손님이 지나가다가도 한번 들어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덧붙이며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또 그는 과태료 300만 원이 너무 많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영업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개인 사업체는 사정이 다르다"며 "영업점의 경우 자본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기 때문에 과태료를 감당할 수 있다지만 개인 사업체는 그렇지 않다"며 어렵게 운을 뗐다. 이어 "개인 사업체는 세금을 다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얼마 없다"면서 "깜박하고 문 한 번 열어뒀다가 장사를 접게 될 판"이라며 지나친 과태료에 불만을 내비쳤다.
문을 열어 놓으니 그제야 지나가던 손님 한 명이 열린 문을 지나 들어오고 있다. |
오후 2시 20분, 명동 거리에 한차례 짧은 소나기가 지나갔다. 비가 그친 뒤 매장 주인들은 가게를 환기하기 위해 일제히 문을 활짝 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들이 다시 일제히 문을 닫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더위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은 매장 내부에서는 곧바로 냉방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날 몇몇 매장에서는 고객이 실수로 열어놓은 문에 직원들이 사색이 돼 우왕좌왕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한 스포츠 신발 매장 직원은 "요즘에도 단속하고 있어서 에어컨을 틀고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하며 서둘러 열려있는 문을 닫았다. 또 한 신발 유명 브랜드 멀티샵 직원도 뒤늦게 열려있는 문을 확인한 뒤 "손님이 나가면서 열어둔 것 같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6월 29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에 따라 피크시간대(오전 10~12시, 오후 2~5시) 에너지 사용제한 지도·단속이 시행됐다. 전력 수요량이 가장 많은 시간에 전기 사용량을 자제해 여름철 전력난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매장에는 실내 냉방 온도를 28℃ 이상, 피크시간대 실내온도는 26℃로 유지할 의무가 주어진다.
특히 냉방기를 가동하면서 문을 열고 영업을 하다 적발될 시 해당 매장은 과태료 300만 원 부과 대상이 된다. 당시 많은 이목이 쏠렸던 개방 냉동 단속은 초기에 실효성 측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비가 그친 뒤 명동의 매장들이 환기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
그렇다면 현재 단속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서울 중구청 녹색에너지팀 양은조 주무관은 단속에 대한 질문에 "이달 7일부터 3명의 점검반이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계속 단속을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까지 경고장을 받은 업체는 한군데 있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구청 관계자는 "현재 메르스 여파로 명동에 관광객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강력하게 단속하기보다는 계도 위주로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단속 대상인 매장들이 느끼는 현실과는 사뭇 온도 차가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에 따른 에너지 사용 제한 및 단속은 다음 달 28일까지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과태료 300만 원에 숨죽인 명동 거리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도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 안지민 인턴기자 jiminan1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