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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LG화학 여수공장 발암물질 3년연속 배출 최다…시민들 '불안'
입력: 2015.07.13 11:10 / 수정: 2015.07.13 17:48
LG화학, 1급 발암물질 배출 전국 1위 환경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LG화학 여수공장이 1급 발암물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했다./여수=배정한 기자
LG화학, 1급 발암물질 배출 전국 1위 환경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LG화학 여수공장이 1급 발암물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했다./여수=배정한 기자

LG화학, 발암물질 배출…지역사회 갈등 '심화'

"40년 전 공단이 생기고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다.항상 불안과 염려로 살아간다" "울산보다 더 심할 줄은 몰랐다"

LG화학 여수공장을 비롯해 여수에서 배출하는 1급 발암물질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소식을 들은 여수 주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마디로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직접 찾은 LG화학 여수공장 주변의 공기는 조금 과장해서 퀴퀴한 화학품 냄새가 코를 찔러댔다.

LG화학(박진수 부회장)은 7월 10일 기준 주식 가치가 시가총액 17조1642억 원(주당 25만9000원)으로 LG그룹 내에서 가장 높다. 게다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LG화학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075억 원으로 LG그룹 계열사 중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그룹 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LG화학. 유감스럽게도 LG화학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1일 환경부가 발표한 '2013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2014년 화학물질 배출량은 2016년에 발표 예정)에 따르면 LG화학 여수공장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급 발암물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했다.

LG화학 여수공장에서 배출한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은 3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그래픽=손해리 기자
LG화학 여수공장에서 배출한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은 3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그래픽=손해리 기자

LG화학은 2013년 5만4403kg을 배출했으며, 이 수치는 두 번째로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한 한화케미칼(주)울산2공장의 2.24배이며, 2010년과 비교해 3년 만에 34.8% 증가한 것이다. 또 LG화학은 1급 발암물질인 염화비닐을 전국 배출량의 59.3%를 배출했다.

불명예의 1등이다. 기업의 성장은 기꺼이 칭찬할 만하지만 뒤에서 1급 발암물질을 이만큼 쏟아낸 사실은 '배신의 성장'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1급 발암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LG화학 공장 주변에서 살아가는 여수 시민들의 상황은 어떨까? <더팩트>는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지난 6일 여수 현장을 찾았다.

LG화학 여수공장 입구. 저 멀리 공장 벽면에는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기업이라고 적혀 있다.
LG화학 여수공장 입구. 저 멀리 공장 벽면에는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기업'이라고 적혀 있다.

13개 굴뚝서 배출되는 염화비닐, 인체 위해성 논란 증폭

여수에 도착해 제일 먼저 LG화학 여수공장를 찾았다. LG화학 여수공장 앞에 차를 세워놓고 처음 마셨던 공기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가 배어 있었다. 사전에 LG화학 측에 공장 방문을 요청했지만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장 주변을 돌면서 거대한 설비가 배출하고 있는 연기를 지켜봐야 했다.

이달 초 1급 발암물질 배출 1위로 논란이 되자 LG화학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법적 기준치(200 ppm) 이하로 배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가장 큰 PVC(폴리염화비닐)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배출량의 절대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LG화학 측이 법적 기준치 이하로 배출하고 있다는 농도는 하나의 특정 시설에 대한 수치이다. 다시 말해서 '굴뚝 하나'에 해당하는 수치인 것. LG화학 측에 따르면 LG화학 여수공장에는 염화비닐과 관련한 굴뚝이 13개 있다. 화학물질안전원 관계자는 "비록 법적 기준치 이하의 염화비닐이 배출되고 있다 하더라도 다수의 굴뚝이 집약적으로 모여 있다면 공장에서 일하는 임직원 및 지역 주민에 미치는 위해성(안전)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화학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염화비닐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배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가장 큰 PVC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배출량의 절대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G화학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염화비닐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배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가장 큰 PVC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배출량의 절대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이 배출하는 염화비닐의 위해성에 대한 보고는 다수 있다. 미국 독성물질 질병등록국에 따르면 장시간 염화비닐을 흡입하면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염화비닐이 간세포암, 뇌암, 폐암 및 림프계와 혈액조혈계의 악성종양과 같은 질병에 관여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펴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는 외국의 사례로 염화비닐에 노출된 근로자의 근무 기간과 암 발생률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정보제공시스템의 자료에는 염화비닐 노동자의 혈관육종(혈관 내벽의 암) 사례가 120건 등록돼 있으며 첫 노출에서 진단까지 잠복기가 15~29년이라고 보고했다.

LG화학 여수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염화비닐과 관련된 굴뚝은 13개다. 굴뚝 하나에서 배출되는 염화비닐의 농도는 법적 기준치 이하라도 13개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염화비닐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LG화학 여수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염화비닐과 관련된 굴뚝은 13개다. 굴뚝 하나에서 배출되는 염화비닐의 농도는 법적 기준치 이하라도 13개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염화비닐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LG화학 공개 사과 및 도의적 책임 져야"

이처럼 위험한 물질인 염화비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다는 소식에 여수지역 환경운동단체인 여수환경운동연합은 LG화학 측에 발암물질 배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측이 LG화학에 요구하는 것은 ▲ LG화학 측의 공개 사과 ▲ 위해성평가 및 건강역학조사, 업무상질병 조사 ▲ LG화학본사 여수 이전 및 대표이사 여수 근무 ▲ 유해화학물질 배출공정 개선 및 저감대책 실행 등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염화비닐 배출량이) 법적 기준을 넘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 사과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염화비닐 회수 타워 1기를 설치 운영하는 등 저감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측의 해명에 따르면 실제로 2014년에는 염화비닐 배출량이 4만7537kg으로 전년 대비 7.4% 줄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측은 LG화학 측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지금까지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조익환 여수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오른쪽) 인터뷰.
여수환경운동연합 측은 LG화학 측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지금까지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조익환 여수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오른쪽) 인터뷰.

조익환 여수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LG화학의 해명 자료에 대해 "여전히 LG화학은 1급 발암물질 배출 저감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하다"며 "1급 발암물질을 다량 배출한 것에 대해 반성이 없고, 지금까지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내용이 없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또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지만 공장 가동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나지 않은 공방 '팽팽한 입장 차'

LG화학 측은 13일 여수환경운동연합 발표에 대한 새로운 해명 자료를 내고 논란 가라앉히기에 나섰다. 이 자료는 위에 제시한 염화비닐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IARC)에 따르면, 염화비닐은 자연계에 상시 존재하는 물질로 평소 우리 주위에도 약 0.004ppm 농도로 상존한다. 또 굴뚝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염화비닐은 휘발성이 강해 배출 즉시 공기 중으로 희석되며, 수일 내 빛에 의해 사라지는 광산화 물질이다.

LG화학은 올해 2014년 대비 두 배 늘어난 40억 원을 투자해 저감 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며 오는 2016년에는 염화비닐의 양이 2013년 대비 57.1% 저감한 2만2000kg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LG화학 여수공장의 PVC 제조공정은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운전되고 있어 임직원들이 염화비닐에 노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3년 연세대 산업보건 연구소에서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공장 지역을 벗어난 인근 지역은 물론 펜스 지역에서도 염화비닐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LG화학 측의 해명자료 소식에 여수환경운동연합 측은 냉담한 반응이다. 여수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염화비닐 배출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세부터 LG화학은 우리와 다르다"면서 "LG화학의 말처럼 굴뚝으로 배출되는 염화비닐이 위험하지 않으면 LG화학이 수십억을 들여 저감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근로자들이 염화비닐에 노출돼 질병에 걸린 외국의 사례가 엄연히 있는데 염화비닐의 물질적 특성을 들어 이것을 덮을 수는 없다"며 "왜 건강역학조사 및 위해성평가는 끝까지 거부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LG화학이 2만2000kg 수준으로 저감할 계획에 대해서는 "저감하겠다는 그 양도 전국 2위 수준의 엄청나게 많은 수치다"라며 "40년간 공장을 돌리면서 그 많은 양의 유해물질을 배출한 LG화학은 여전히 한마디 사과도 없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연세대 산업보건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며 "투명하고 공식적인 조사가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시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한편, LG화학의 1급 발암물질 배출 1위 성적(?)은 여수시와 전라남도의 1급 발암물질 배출 1위로 이어졌다. 여수시가 2013년 배출한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은 11만7756kg으로 울산광역시(9만6665kg)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여수시청 기후환경과 관계자는 "여수가 1급발암물질 배출량이 전국에서 제일 많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고, 여수환경운동연합이 낸 보도자료를 보고 알았다"며 "소규모 사업장의 화학물질 배출량은 여수시가 관리하고 LG화학 같은 대규모 사업장은 전라남도가 관리하는데 이 상황에서 여수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라남도는 2013년 1급 발암물질 12만2736kg을 배출하며 광역단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처음이 아니다. 2007년부터 7년 연속 1위다. 이 배출량의 95.9%는 여수시에서 나왔다.

취재진은 여수를 떠나기 전 다시 한번 LG화학 공장 주변을 돌아 봤다. LG화학 공장과 가장 가까운 마을에 살고 있는 A씨(64)는 "40년 전 공단이 생기고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다"며 "항상 불안과 염려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또 LG화학에 인접한 B초등학교 관계자는 "공기가 나쁜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 대책이 없다"면서 "1급 발암물질에 대해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아이들을 돌보는 교육자로서 입장을 표시했다. 주변의 한 어린이집의 교사는 "울산보다 더 심할 줄은 몰랐다"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더팩트 | 여수=권오철 기자 kondo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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