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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부동산사업 ‘눈총’ 지적에 “보유자산 활용 차원”
입력: 2015.07.09 10:47 / 수정: 2015.07.09 16:34

부동산 집중? 황창규 KT 회장이 KT 유휴용지를 활용한 부동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가 보유한 전국 부동산 자산 면적은 618만8077㎡이며 건물면적은 361만8705㎡이다./ 더팩트DB
부동산 집중? 황창규 KT 회장이 KT 유휴용지를 활용한 부동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가 보유한 전국 부동산 자산 면적은 618만8077㎡이며 건물면적은 361만8705㎡이다./ 더팩트DB

그간 ‘통신 집중’을 외쳤던 황창규 KT 회장이 ‘부동산 집중’에 나서면서 안팎의 의아한 시선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가토피아로 정체된 통신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뚜렷한 수익원을 찾을 수 없는 데 대한 보강책을 ‘부동산’에서 찾는 게 아니냐고 꼬집는다. 눈에 띄는 통신분야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 부동산 사업에서 눈앞의 수익을 찾으려고 한다는 주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오히려 통신 자회사보다 부동산 자회사가 더 성장하는 모양새까지 보여 황창규 회장의 ‘기가토피아’가 단기 이익을 추구해 이른바 ‘랜드토피아’로 기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황 회장은 효과적인 부동산 사업을 목적으로 재무실 산하 부동산가치팀을 부동산 사업 태스크포스(TF)로 만들고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와 더불어 부동산 사업을 진행한다. 해당 조직은 상무급 임원이 총괄한다. 지난해부터 전국 도심에 있는 옛 전화국 용지를 활용해 임대 사업에 나선 황 회장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KT는 현재 동대문구 신당동과 서울 영등포구, 부산 등에 몇 백 가구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고 있다. 1~2년 내로 전국에 일정 규모의 임대주택을 보유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KT송파지사 부지에 가족호텔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으며, 신사지사 부지에는 16층짜리 관광호텔도 짓고 있다. KT영동지사 자리에 ‘신라스테이 역삼’을 지은 데 이은 두 번째 KT 호텔이다.

KT가 추진하고 있는 오피스텔 및 호텔 건축 사업.
KT가 추진하고 있는 오피스텔 및 호텔 건축 사업.

황 회장은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단순한 자산매각이 아닌 임대와 개발 등에도 초점을 맞춰보겠다”며 부동산 진출을 사실상 공표했다.

황 회장이 부동산 사업을 확대하면서 부동산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의 실적이 대폭 늘었다. KT에스테이트는 KT 건물과 부지의 임대사업을 진행하며 유휴 용지의 시행자 자격으로 건물을 짓는 데 관여한다.

업계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95.3%나 급증하면서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인 2010년 출범한 KT에스테이트는 15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 300명에 이르는 인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통신 계열사 실적은 오히려 낮아졌다. KT M&S, KT파워텔, KT서브마린, KTDS 등 통신 계열사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부동산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 금융 계열사인 BC카드(3.1%)만 매출이 증가했을 뿐이다. 황 회장의 ‘통신 집중’이 무색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KT에 가장 급한 것은 경영정상화다. 현재 황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기가토피아는 황 회장 임기 내에 뚜렷한 수익을 얻기가 힘든 사업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 사업에 적극 투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ICT인프라에 기반한 뚜렷한 성장동력을 제시하지 못한 점과 해당 수익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KT 수장으로 취임한 후 KT에 남아있는 이석채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특히 무분별하게 늘어났던 계열사를 대폭 정리하고 ‘통신집중’을 외쳤다. 그간 알짜계열사로 꼽혔던 KT렌탈과 KT캐피탈 등도 매각했다.

업계는 황 회장이 굳이 알짜배기 계열사를 매각한 이유로 대규모 자금 마련과 함께 또 다른 이면에는 이 전 회장의 유물 청산을 한 배경으로 들기도 한다. 황 회장은 자회사 매각 이유에 대해 ‘통신사업 경쟁력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유물인 KT에스테이트로 부동산 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통신사업 경쟁력 제고라는 발언이 무색해지게 됐다. 또한 일부 업계는 KT가 수조원대의 부동산 자산으로 얻은 수익의 구체적인 배분과 통신 인프라와 부동산 임대 사업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 역시 KT의 부동산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때 참석자들은 “이석채 전 회장은 부동산을 팔아 자회사를 늘리더니 황 회장은 자회사를 팔아 부동산 사업을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5년 1분기 기준 KT가 보유한 부동산 현황.
2015년 1분기 기준 KT가 보유한 부동산 현황.

황 회장이 취임한 후 KT는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수익을 냈으나 뚜렷한 캐시카우는 없는 상황이다. 황 회장 취임 후 과감한 구조조정과 자회사 매각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 이에 업계는 황 회장이 쉽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을 직접 챙기게 됨으로서 KT가 ‘통신’과 ‘부동산’이라는 조합을 만들어 내게 됐다. 황 회장이 KT렌탈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해 수익원이 감소한 상황에서 부동산에서 이를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보유 자산을 그대로 두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으므로 이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동산 설계 및 운영에 ICT를 접목해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KT가 보유한 전국 부동산 자산은 약 4조 원이다. 과거 전국 각지에서 운영했던 전화국 200곳이 유휴 자산으로 남아 있다. 면적은 618만8077㎡이며 서울에만 2조2415억 원, 경기·인천에 9201억 원 규모의 토지가 있다. 여기에 건물을 더하면 부동산 자산은 더욱 늘어난다. KT가 전국에 보유한 건물면적은 361만8705㎡로 1조5593억 원정도다. 토지와 건물을 더하면 6조 원에 이른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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