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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L&B, 와인시장 장악…중소 수입사들 '울상'
입력: 2015.06.04 11:23 / 수정: 2015.06.04 11:29

신세계L&B 와인 사업 장악하나 신세계그룹이 지난 2008년에 설립한 와인유통회사 신세계L&B가 자사 유통망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에 와인과 해외 맥주 등을 대량으로 유통, 판매하고 있다. 중소 와인수입사들은 신세계L&B가 자신들이 키워온 와인 브랜드 판권을 사들이며 시장을 지배하려 한다며 불만을 높이고 있다./더팩트DB
신세계L&B 와인 사업 장악하나 신세계그룹이 지난 2008년에 설립한 와인유통회사 신세계L&B가 자사 유통망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에 와인과 해외 맥주 등을 대량으로 유통, 판매하고 있다. 중소 와인수입사들은 신세계L&B가 자신들이 키워온 와인 브랜드 판권을 사들이며 시장을 지배하려 한다며 불만을 높이고 있다./더팩트DB

마트 와인, 싸서 좋다? 대기업 '갑질'에 중소업체 '울상'

"수십 년간 키워온 브랜드를 한순간에 빼앗아 간 거죠."

한 와인 수입 업체 관계자가 푸념을 털어놨다.

신세계그룹의 와인유통 사업을 맡고 있는 신세계L&B는 새로운 와인을 발굴하기보다 기존 와인 전문업체들이 개척한 판로를 자금력으로 사들여 논란을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 와인전문 수입유통기업들은 현재 신세계L&B에 대한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업계에서는 신세계L&B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거대한 유통채널을 활용해 와인사업을 키우는 데 대해 불안감이 크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은 소송이 시작되도 실제로 참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중소 와인수입업체들은 신세계L&B의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을'의 입장에서 '갑' 인 신세계 측에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설사 소송을 감행한다해도 향후 신세계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털어놓는다.

◆ 내부 목소리 "소송 쉽지 않을 것"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들은 신세계 측이 적극적으로 와인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한결같이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신세계의 유통채널을 이용하는 협력업체로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해외 와이너리와 계약을 성사시켜도 수입해온 와인을 브랜드화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와인사업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신뢰관계를 쌓는 걸 중시하기 때문에 계약도 구두로 이뤄질 때가 많다"며 "계약 내용이 문서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송을 걸게 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세계L&B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브랜드를 빼앗긴 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거래해 온 와이너리와의 관계를 돈으로 빼앗아가니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가 대중적인 콘셉트의 와인을 선보이고 싶어하는 일부 와이너리의 욕구를 채워주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영소 와인 수입사의 경우 좋은 브랜드 하나가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데 대기업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자금력으로 밀어붙이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L&B 관계자는 "와인 뿐만 아니라 맥주나 패션·의류 등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서는 해외 브랜드들이 수입사들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와이너리 측에서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 대기업의 손을 잡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중소업체들이 와이너리가 원하는 만큼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마케팅 능력이 떨어져 사업이 대기업으로 넘어올 때가 많다. 와인시장이 아직 작고 불안정하다보니 사업적으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형 유통업체 갑질에 거래 그만둔 업체도

대기업들은 최근 몇년간 주류 유통에 발을 넓히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100% 자회사로 지난 2008년에 설립된 신세계L&B를 통해 와인과 해외 맥주 등을 유통, 판매하고 있다. 전세계 12개 나라, 340여 종의 와인을 취급한다. 맥주 역시 6개국, 40여 종을 취급하고 있다.

주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SSG푸드마켓 등 신세계그룹의 유통 채널을 활용하고 있으며,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자사 유통라인을 활용해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점이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 와인을 들여놓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할인점들이) 중소업체들에 요구하는 조건은 많은 데 비해 수익은 나누지 않는다"며 "그래도 대형 마트에 물건을 들여놓아야 홍보효과가 있으니 거래를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세계L&B는 다른 중소업체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계약하고 있다"며 이마트가 신세계L&B의 물량 공세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한국와인협회 관계자는 "사실 '갑과 을'의 사이라서 수입사들은 대기업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구조"라며 "정부가 대기업의 독주를 제재하는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작은 수입사들이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 346억 원과 영업이익 3억67만 원, 당기순이익 3억322만 원을 기록했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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