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애경, 자존심 싸움 승자는? 유통 명가 롯데와 애경이 이른바 '수원 육교전쟁'을 벌이며 사사건건 비방전을 펼치며'네탓' 공방을 펼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임영무 기자, 애경 홈페이지 갈무리 |
'황금알 상권' 수원역을 둘러싼 유통업계의 패권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10년 터줏대감 애경에 '유통공룡' 롯데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양 측의 신경전은 시민들의 불편을 외면한 채 더욱 거세지면서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수원역과 롯데몰을 육교로 연결하려는 롯데와 이를 저지하려는 애경의 신경전은 공사 협조 공문 수발을 놓고 '모르쇠'와 '딱 걸렸다'로 다시 맞서는 형국이다. 지난해 롯데몰 개장 당시 벌어진 수원역 대합실 몸싸움을 놓고도 대립 중이다. 수원 상권을 둘러싸고 불거지는 롯데와 애경의 치열한 진실 공방을 <더팩트>가 파헤쳐 본다. <편집자 주>
◆ 몸싸움 논란…롯데 "애경의 강한 제지" vs 애경 "사실 아니다"
수도권 유력 상권 중 하나인 수원지역 패권을 두고 유통 명가 애경과 롯데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수원역 근처 상권은 애경이 그동안 장악하고 있었지만 롯데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른바 '수원 육교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애경과 롯데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양 측이 '수원역사 집객행위'와 관련해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 신동빈 회장과 애경 채형석 총괄 부회장의 자존심 경쟁도 양보 없는 수원 육교전쟁의 한 요인인 것으로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지적한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수원역에서 승하차한 사람은 지난해 1324만명으로 서울역과 동대구역, 부산역, 대전역에 이어 전국 5위를 기록했다.
애초 롯데는 수원점(2014년 11월) 개장에 앞서 역사와 건물 연결을 지난 2013년 말 완공 예정인 버스환승 센터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버스환승 센터 완공일이 2016년 11월로 늦춰지면서 '고객 편의와 안전' 등을 이유로 애경이 들어서 있는 역사 대합실과 롯데몰을 연결하는 육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원역사의 84% 가까운 지분을 지닌 애경이 공사를 반대하면서 육교는 완공까지 불과 10여 미터 앞둔 상황에서 중단됐다. 이후 양측의 갈등은 시작됐다.(4월 30일 '[TF기획] 롯데vs애경 '수원 육교 전쟁', 거세지는 네탓 공방' http://news.tf.co.kr/read/economy/1520182.htm 기사 참고)
육교 전쟁, AK측과 협의는 언제? 롯데는 중단된 육교 건설을 애경과 조속히 협의해 완성하겠다고 했으나 애경은 "그럴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네이버 지도, 김아름 기자 |
첨예한 경쟁구도는 롯데몰과 애경프라자를 찾는 고객들에 대한 각각의 안내서비스 충돌로 이어지는 등 양 유통 명가 간 신경전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애경 측이 롯데 측 고객 안내서비스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이 일면서 양측이 사사건건 비방전에 가까운 여론 플레이를 서슴치 않고 있다.
롯데는 애경이 롯데몰 개장 당시 대합실 근처에서 고객 안내에 나선 직원들을 몰아내는 등 강하게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강하게 반박했다.
◆롯데 측 "(애경이) 직원들 몰아내고 문을 잠갔다"
6일 오후 롯데는 <더팩트>와 만난 자리에서 "애경이 지난해 11월 27일 롯데몰 오픈할 때 대합실에 나온 (롯데몰) 안내 직원들을 강하게 저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경이) 안내판 표시나 입간판 설치 등을 하지 못하게 막아 어쩔 수 없이 당시 롯데 직원들은 길을 모르는 고객에게 길 안내를 하고자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정복을 입은 애경 보안 요원이 우르르 몰려나와 롯데몰 가는 방향으로 직원들을 몰아내며 일렬로 늘어서 문을 걸어 잠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롯데가 주장하는 '몸싸움 현장' 롯데는 지난해 11월 27일 롯데몰 개장날 수원역 대합실 출입구에서 손님들을 안내했다. 그러자 애경의 보완 요원들이 나와 롯데 직원들을 문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수원= 김민수 기자 |
그러나 애경은 "그러한 사실은 있지도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애경 측 " 조심스럽게 타일렀지,문을 잠그지는 않았다"
애경 측 관계자는 "아무리 상도덕이 없다고 한들 그런 행동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날 롯데가 애경 플라자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등 호객을 하고 있었기에 우리 측 보안 요원들이 나가 '그러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타일렀지 문을 잠그거나 제지하지 않았다"며 "만약 (롯데 직원들을) 몰아내고 문을 걸어 잠갔다면 시민 민원이 빗발치지 않았겠냐"고 반박했다.
이어 "(롯데가 먼저) 애경의 사업장 앞에서 손님을 끌어가는데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지 않냐"고 덧붙였다.
롯데는 이에 대해 "(애경의 강한 저지 행위를) 당시 역무원과 주변 상인들이 그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증인이 있는데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고 있으니 할말을 잃었다"며 "애경 사업장 앞에서 안내하지도 않았으며 대합실 바깥 쪽에서 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우리는 모르는 일" 롯데는 당시 현장에 있던 역무원과 상점 주인들이 이 광경을 봤다고 했으나 정작 역무원과 주변 상점 주인들은 하나같이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수원=김민수 기자 |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에 당시 대합실 등 현장에 있던 상점 주인과 역무원에게 사실을 확인해본 결과 이들의 의견에도 차이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점 주인은 "지난해 애경과 롯데가 대합실서 두 차례에 걸쳐 부딪친 광경을 목격한 적 있으나 몸싸움을 한다거나 강한 부딪침은 본 적 없다"며 롯데가 주장하는 '문을 잠그는 등 행위'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역무원들도 "(애경과 롯데 간의) 발생한 일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하면서도 구체적 상황 설명에 대해 조심스러워했다.그러나 롯데가 주장했던 것과 달리 "대합실 문을 잠그게 되면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행동은 하지 못한다"며 애경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안내판 등 설치하는 걸 애경이 못하게 막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와 애경 논란에 수원시는 '기업 간 일'이라며 발을 뺀 상황이다. 수원시는 "(수원역이) AK민자역사라 사실상 (수원시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애경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는데, 현재로는 상황을 중재할 담당 부서가 따로 없어 어쩔 수 없다"며 이렇다할 답변을 꺼려했다.
[더팩트| 수원=김아름·김민수 기자 beautifu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