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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롯데vs애경 '육교 전쟁'…수원시민 "속 터져"
입력: 2015.04.30 14:56 / 수정: 2015.04.30 23:15

롯데몰에서 임시통로를 걸어나와 수원역으로. 학생들과 시민이 롯데몰에서부터 수원역으로 통하는 임시 통로를 통행하고 있다. /수원=김민수 기자
롯데몰에서 임시통로를 걸어나와 수원역으로. 학생들과 시민이 롯데몰에서부터 수원역으로 통하는 임시 통로를 통행하고 있다. /수원=김민수 기자

롯데 vs 애경 '연결육교 분쟁'…시민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져요"

"표지판도 없어서 처음 찾아올 때 엄청 고생했었죠."

한 시민이 수원역에서 롯데몰로 향하는 미로같은 길 위에서 기자에게 건넨 푸념이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에 있는 수원역사를 빠져 나와 롯데몰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멀다. 초행자들은 수원역 주변을 몇 번씩 헤매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수원역과 연결돼 있는 애경그룹의 AK프라자를 먼저 둘러보고 나서 롯데몰로 이동하려는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접는 것이 좋다. 수원역과 롯데몰을 잇는 연결육로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원역 안에서 역사 밖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롯데몰로 향하는 임시 통로를 알리는 안내표지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8일 오후 1시 50분께 수원역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더팩트> 취재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원역'을 알리는 표지판만큼이나 크고 밝은 AK프라자 입구였다. 그것도 잠시, 곧바로 눈을 돌려 역내에서 롯데몰로 통하는 길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시선을 던졌다. 금방 보일 거라 생각했던 '롯데몰' 표지판은 수원역 안팎에서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빙 둘러 롯데몰로 시민들이 롯데몰로 향하는 임시통로를 거쳐 롯데몰 건물로 발걸음하고 있다. /수원=김민수 기자
빙 둘러 롯데몰로 시민들이 롯데몰로 향하는 임시통로를 거쳐 롯데몰 건물로 발걸음하고 있다. /수원=김민수 기자

롯데는 지난해 11월 롯데몰 수원점을 열었다. 개장 한달 전인 10월부터는 매장 2층에서 수원역사로 연결되는 170m 가량의 임시육교를 준공했다. 당초 롯데측은 롯데몰과 수원역사 사이에 건설될 버스환승센터를 통해 두 건물을 연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환승센터 완공 일정이 2016년으로 연기되면서 롯데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는 수 없이 롯데는 원활한 고객 유치를 위해 30억 원을 들여 수원역에서 롯데몰로 직접 통하는 임시육교를 만들었다.

그러나 다리 완성을 앞두고 수원역사의 지분 84%를 보유한 애경이 제동을 걸었다. 애경은 AK네트웍스를 통해 수원역사 민자개발사업에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고, 수원역사와 연결된 AK프라자와 AK몰도 운영하고 있다. 애경 측은 "롯데몰과 곧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생기면 고객들이 (롯데몰로) 빠져나가는데 영업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쉽게 허가할 수 있겠느냐"며 수원역사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육교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또 2016년에 버스환승센터가 완공되면 어차피 다시 철거할 임시육교를 짓기 위해 역사에 구멍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몰을 알리는 표지판을 찾지 못한 취재진은 우선 수원역사와 연결된 AK프라자로 들어갔다. 매장 직원들에게 롯데몰로 향하는 길을 물어 봤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여기서 가시려면 빙 둘러가야 한다", "2층 주차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복잡하니 근처에 가서 다시 주변에 물어보라", "저희도 잘 모르는데"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직원이 알려준대로 1층에서 M층(Middle·가운데)을 거쳐 2층 주자창이 표시된 출구로 빠져나왔다. 육교를 걸어 옆 상가 건물로 넘어갔다. 롯데몰을 묻는 취재진에게 상가 안 중국집 주인은 "여기 처음 오는 거죠? (롯데몰로 가는 길) 알려줘도 못 찾아갈텐데..."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그는 수원역에서부터 아무런 표시가 없어 헤매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애경 측이) 그걸 알려주면 손님 다 뺏길텐데 가르쳐 주겠느냐"고 말했다.

AK프라자에서 수원역 밖으로 연결된 육교 AK프라자에서 롯데몰로 가려면 AK프라자 2층에 있는 육교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노보텔 앰배서더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수원=김민수 기자
AK프라자에서 수원역 밖으로 연결된 육교 AK프라자에서 롯데몰로 가려면 AK프라자 2층에 있는 육교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노보텔 앰배서더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수원=김민수 기자

현재 시민들은 수원역 출구로 나와 롯데몰까지 최대 500m 가량의 거리를 둘러다니고 있다. 임시육교가 생기면 1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다. 다시 수원역으로 돌아와 AK프라자와 '노보텔 엠배서더 수원'(애경그룹 호텔)을 지나치자 저 멀리 롯데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 아래 오르막길을 걸으며 수원역 내부에서 롯데몰로 곧장 갈 수 있는 연결육교가 더욱 간절해졌다. 롯데몰에 근접하자 그제서야 커다란 빨간색 화살표가 롯데가 자체적으로 설치한 임시 통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원역에서 롯데몰로 향하던 한 30대 여성은 이렇게 다니기 불편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불편하다"며 "처음에 찾아올 땐 엄청 애를 먹었다. 역 안에 표지판도 없고 지나가던 사람을 몇 명이나 붙잡고 물어봤는지" 라며 말 끝을 흐렸다.

또다른 시민은 "내년에 버스환승센터가 생기면 연결된다고 하는데, 그럼 고객들은 곧 다가올 한여름과 한겨울에 이 길을 계속 걸어서 왔다갔다 하라는 거냐"며 인상을 찌푸렸다. 유모차를 끌고 이곳을 통과하는 시민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각자 유모차를 끌고 롯데로 향하던 주부 고객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게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 같다"며 "AK나 롯데나 백화점 밖을 나서면 자기들 고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이렇게 무책임하게 고객들이 오고 가는 길을 방치할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역 2번출구 전경 수원역 2번출구로 나가면 롯데몰로 향하는 임시통로로 이어진다. 하지만 2번출구 나가는곳 표지판에선 롯데몰을 찾아볼 수 없다. /수원=김민수 기자
수원역 2번출구 전경 수원역 2번출구로 나가면 롯데몰로 향하는 임시통로로 이어진다. 하지만 2번출구 '나가는곳' 표지판에선 '롯데몰'을 찾아볼 수 없다. /수원=김민수 기자

애경 측은 임시육교 설치에 대해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애경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처음엔 육교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해당 구청에 허가를 받고 마음대로 육교 공사를 시작했다"며 "마치 세입자가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갑자기 옆집으로 통하는 문을 뚫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롯데는 "여러 차례 고객 안전과 편의 도모를 하고자 논의를 요구했으나 애경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고 있다"며 "(애경이)고객의 선택권과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어 "수원시에서 중재를 해줬으면 하는데 (수원시 조차) 사기업 간의 일이라면 한발 물러나 있다"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수원시는 "수원역이 AK민자역사기 때문에 사실상 (수원시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애경측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는데, 현재로는 상황을 중재할 담당 부서가 따로 없다"며 곤란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또 롯데에 임시육교 건설 허가를 내 준 권선구청 안전건설과 측은 "롯데와 애경이 철도시설공단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육교 연결을 놓고 협상을 해오다가 결국엔 협의를 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사전협상에 실패한 롯데가 우선 자신들의 부지 내에 육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어 공장물 설치를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롯데몰과 수원역사 사이 연결육교 완공을 요구하는 민원이 모두 1795건이 접수됐다. 시민들은 또 롯데몰로 통하는 대중교통 확장과 수원역사 내에서 롯데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 설치 등도 건의했다.

[더팩트 | 수원=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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