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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에 정성립 사장 추천…노조 반발 ‘시끌’
입력: 2015.04.07 11:35 / 수정: 2015.04.07 11:35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에 정성립 사장 후보 추천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성립 STX조선 사장을 후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STX조선 홈페이지 캡처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에 정성립 사장 후보 추천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성립 STX조선 사장을 후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STX조선 홈페이지 캡처

산업은행의 정성립 사장 추천, 낙하산 인사인가?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장고 끝에 대우조선해양 사장 후보로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을 내정했다. 임기가 끝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후임을 인선하지 못해 ‘시한부 사장 체제’로 운영되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부리나케 후보를 내세운 것으로 비쳐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지분 31.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차기 사장 후보 내정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반발하고 일어섰다. 홍 회장이 점찍은 정성립 사장 후보가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며, 결국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6일 오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새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을 추천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주 중에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을 처리할 임시주주총회를 5월 말에 개최하는 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정 사장 후보 추천에 대해 “정 사장 후보가 대우조선해양 대표를 역임한 경험이 있어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영혁신 및 조직쇄신 의지를 가지고 체질개선에 나설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란 점에서 추천하게 됐다”면서 “조선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조선업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 후보는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왔으며 1970년대 중반 산업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조선해양부문 관리본부장을 거친 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에는 산업은행의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는 STX조선해양의 사장으로 선임됐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정 사장 후보 내정에 반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신임 사장 내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노조, 정 사장 후보 내정에 반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신임 사장 내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정 사장 후보는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을 지낸 만큼 기업문화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신임 사장 내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일 오전 대우조선해양 노동종합은 정 사장 후보자를 ‘외부인사’로 규정하며 모든 것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보도자료에서 “매출 15조 원의 건실한 대우조선해양을 좌초의 위기로 내몰았던 산업은행이 올바른 인사검증을 거친 내부인사 선임이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며 벼락치기로 외부인사를 추천했다”면서 “현대중공업과 같은 희망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을 시도하려는 의도와 함께 대우조선 매각을 앞두고 산업은행의 대변인 역할에 적합한 사람을 선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조가 현재 우려하는 부분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인원감축이다. 정 사장 후보는 STX조선해양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 등 사업구조 재편을 벌였다. 이 때문에 노조는 정 사장 후보가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선임되면 곧바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무직 희망퇴직 등을 단행한 현대중공업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고연봉의 차·부장급이 전체 인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를 보이고 있고, 사무직이 생산직보다 300~400명 정도 많기 때문에 인원감축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경우 과장급 이상 직원 1500명을 구조조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직원은 “홍기택 회장이 사장 후임자를 정하지 못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이후 신규수주를 따내지 못하고 삼성중공업에 2위로 밀려났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표류하게 만든 장본인인 산업은행인데, 구조조정을 위해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것은 직원과 노조에 대한 탄압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의지대로 정 사장 후보를 신임 대표로 앉혀 대우조선해양을 고가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앞서 홍기택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KDB대우증권은 국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여건 등을 감안해 매각시기를 결정하겠다”며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등 출자회사들도 매각가격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 매각시점을 잡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국내 3대 조선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이뤘다. 최소 2년 동안의 수주물량도 확보한 상태라 경영환경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매물로 나올 경우 최소 2조 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 사장 후보는 '정피아'가 아니라 조선업에 능통한 적임자다. 대우조선해양에 꼭 필요한 경영자라고 판단했다"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서는 국내 조선업이 전반적으로 회복된 후에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팩트 │ 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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