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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 4월에 왜 'KONO법'을 상상하는가
입력: 2015.04.03 12:29 / 수정: 2015.04.03 14:24

국회 표식어가 한자에서 한글로 바뀌었다. 국민을 위한 변화일 게다. 명함만 아니라 책무도 그래야 한다./더팩트DB
국회 표식어가 한자에서 한글로 바뀌었다. 국민을 위한 변화일 게다. 명함만 아니라 책무도 그래야 한다./더팩트DB

4월에 왜 'KONO법'을 상상하는가

‘KONO법 국회 본회의 통과’ ‘사회 지도층 노블레스 오블리주 법제화’ ‘계층간 양극화 해소 급진전 기대’

20XX년 4월1일 국내 언론사 톱 기사 제목 몇 개를 가상적으로 뽑아 봤다. 해당 기사는 대강 이렇다.

“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법제화한다는 게 개개인의 자기 결정권 존중과 충돌한다는 문제점은 있지만 국민적 상생 및 이타적 나눔과 배려의 체계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코리아 노블레스 오블리주(KONO)법’이 의결됐음을 선포합니다.”

KONO법이 국회 해당 위원회 심사와 본 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입법 제안 3년여 만에 산고의 진통을 거쳐 ‘4월1일’ 탄생했다.

연간 개인소득이 30억 원이 넘는 소득자들은 의무적으로 소득의 5% 이상을, 10억~30억 원 구간의 소득자는 2% 이상을 법정 사회공헌 단체에 기부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법인들은 기업 규모별로 세전 순이익의 0.1~ 0.5%를 기부해야 하며 법인 출자 재단에 기부하는 것은 별도로 한다. 위반시에는 의무 기부금액의 5배를 벌칙금으로 징수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여야의원 18명이 기습적으로 제안한 이 법은 정치권은 물론 재계 및 상대적 고소득자 계층에서는 삼키기도 내뱉기도 힘든 ‘뜨거운 감자’였다. 소득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가 사회적 핫 이슈로 떠오른지 오래됐고 그런데 지도층 도덕적 의무는 핀잔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토론과 논란의 주제로 다뤄지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법 제정 반대론자들은 한마디로 “기부를 강제화하는 게 시장경제 논리상 온당하냐”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일종의 ‘부유세’라며 이념공세를 펴기도 했다. 한 사용자 경제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반대집회를 갖는 등 입법 의원들과 정부 측을 압박했다. 제도권 여론 전파력이 뛰어난 이들은 특히 정부(정권)를 흔들었다.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불순한 작태이다”고.

정부는 삼권분립 차원에서 국회입법안에 대해 가부간 의견을 내놓을 수 없다는 식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경제 민주화와 양극화 해소차원에서는 모른 척 하고 찬성하고도 싶을 터지만 경제 활성화의 투자 주체가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인지라 정부는 눈치보기가 먼저였다. KONO법안은 사회적 이슈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사장되는가 싶다가 20XX년 해가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재점화됐다.

국내외 경제환경 악화와 삶의 가치에 대한 인간적 재인식이 발화제였고 결국 20XX년 3월 31일 통과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여부는 둘째 치고 일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뉴스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가 사회적 논쟁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보상금의 상당부분이 국민 성금(기부금)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KONO법을 그려봤다.

전통시장은 여전히 겨울인가./더팩트DB
전통시장은 여전히 겨울인가./더팩트DB


'오포세대'에게 봄은 언제 오나

2015년 4월은 'KONO'의 씨앗을 품고 있을까.

‘단군이래 최대 불황’ ‘오포세대(출산 결혼 연애 인간관계 내집마련 포기)’등 잿빛 소식과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등 자산시장 활력이 실물부분으로 확산되면서 경기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청와대 측 장밋빛 주장이 뒤엉켜 있는 게 지금 4월의 모습이다.

‘IMF세대보다 더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경고는 취업난에 휘둘리는 청년층을 골방으로 내몰고 ‘담배 한 갑 사기도 힘들다’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수 년 동안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나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공개(규모)는 부러움을 떠나 이질감의 한 요인으로 작동, 두껍고 높은 양극화의 벽을 느끼게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한국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소유와 분배가 필요하다”며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불평등의 자본주의가 정의로워질 수 있도록 평등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여야 한다”는 장하성 교수의 주장이 근래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주로 나라밖에서 들린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지난달 말 경제지 포춘과 인터뷰에서 “누구든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연못의 조약돌이 되고 싶어한다. 현재 10살인 조카가 대학교육을 마치면 전 재산을 기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언론이 추산한 쿡의 재산은 현재 8억 달러(약 8840억 원)다. 그는 재산을 어디에 기부할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수표를 써주는 것이 아닌 좀 더 체계적인 자선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공군 헬리콥터 조종사로 7년6개월동안 군 복무를 마친 윌리엄 왕자는 응급헬기 조종사로 취업하면서 자신의 연봉(한화 6550여만원) 모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도층의 도덕무장은 계층간 반목과 대립의 간극을 줄이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 수단 중 하나이다. 기득권층의 공공정신 강도에 따라 그 사회의 건강성과 발전성이 가늠된다.

거부 팀 쿡같은 경제인, 세습 권력가 윌리엄 왕자같은 이를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면 KONO법은 ‘4월1일 만우절법’으로 그칠 게다.

하지만 노블레스(상류층)’만 앞세우고 ‘오블리주(도덕적 의무)’가 없는 사회라면 KONO법에 앞서 고위공직자 직계가족 전원 재산공개 의무화, 상장사 미등기 임원 5억 원 이상 연봉 공개 추진법이 공론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올 4월은 지난해보다 더 따뜻할까.

[더팩트 ㅣ 명재곤 기자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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