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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추적]녹십자와 日 마루타 731부대 연계설 사실은?
입력: 2015.04.02 16:02 / 수정: 2015.04.03 16:51

녹십자, 일본 녹십자와 무슨 사이? 녹십자가 일본 녹십자와의 기술 제휴 등의 문제로 과거사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녹십자는 잔혹한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 731부대 주요 간부 이시이 시로 등이 설립한 회사다. /변동진 기자
녹십자, 일본 녹십자와 무슨 사이? 녹십자가 일본 녹십자와의 기술 제휴 등의 문제로 과거사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녹십자는 잔혹한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 731부대 주요 간부 이시이 시로 등이 설립한 회사다. /변동진 기자

기술 도입·합작회사 설립 등

일동제약 적대적 인수 ·합병(M&A)실패로 망신살이 뻗친 녹십자(대표 허은철)가 최근 '기업 토대 및 역사성' 논란에 휩싸였다. 일명 생체실험부대 '마루타' 부대로 잘 알려진 일본 731부대 간부들이 만든 일본 녹십자(미도리쥬지)와 기술·자본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

녹십자는 최근 일동제약 M&A 추진 중 사촌형제 간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고 허영섭 회장 차남)와 허진성 녹십자 부장(허일섭 녹십자 회장 장남)간의 후계자 경쟁설이 나돌았고 더불어 녹십자가 세계2차대전 때 악명 높은 일본 마루타 부대 출신들과 연관있다는 풍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에서 유포됐다.

녹십자는 마루타 부대 연관설에 대해 "관계 없다"고 공식적으로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더팩트> 취재 결과 녹십자는 마루타부대 출신들이 설립한 제약사 '미도리쥬지'로부터 2개 제조 기술(유로키나제, 인트라리포즈 20%)을 각각 1973년, 1993년에 도입해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 판매 중이며, 한때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수십년 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적으로 기술적으로 일본 731부대 출신들이 경영을 한 일본 녹십자 측과 크고 작은 인연을 맺어온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일본녹십자, 미도리쥬지는 어떤 회사?

끔찍한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부대 사령관 ‘이시이 시로’는 1950년 제2대 부대장을 지낸 ‘기타노 마사지’, ‘나이토 료이치’ 등과 일본혈액은행(일본블러드뱅크)을 창설한다. 또한 당시 6.25 전쟁 중인 한국에 혈액을 보내 막대한 부를 축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9년 10월 9일 이시이 시로는 식도암으로 사망했지만 남은 두 인물은 1964년 미도리쥬지(綠十字, 일본 녹십자)로 사명을 변경한다.

731부대, 끔찍한 생체실험 자행 731부대원이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731부대, 끔찍한 생체실험 자행 731부대원이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미도리쥬지는 혈청 알부민, 혈액제제 등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일본 일류제약 기업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1980년대 초 혈우병 환자에게 투여했던 수입 비가열 혈액제제로 인해 1800여 명이 에이즈에 감염됐고, 1995년 4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결국 그해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당시 미도리쥬지 측은 “회사에서 개발한 혈우병치료제와 에이즈 감염은 관련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본 보건당국인 후생성 혈액제 담당자 역시 법정에서 허위로 증언했지만 1996년 후생상을 역임했던 간 나오토 전 총리(제94대 2010년 6월~2011년 8월)가 모든 잘못을 증언해 사건이 마무리 됐다.

이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미도리쥬지는 경영이 어려워졌고, 1998년 4일 요시토미제약(길부제약)이 인수해 ‘웰화이드’(또는 웰파이드)로 재탄생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지난해 1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731부대 관계자들이 단죄를 받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러시아가 생체실험 자료를 넘겨받는 대가로 이들의 전쟁범죄를 묵인했기 때문이다. 731부대 관련자들은 전쟁이 끝난 뒤 ‘일본녹십자’를 설립하기도 하고 의사회 회장이 되거나 의대 학장이 되는 등 의료계 요직에 진출했다”며 일본녹십자 탄생 배경에 대해 밝혔다.

◆녹십자·일본녹십자, 기술 및 자본 협력 관계

녹십자의 전신은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다. 녹십자 실질 창업주인 고 허영섭 회장과 현 녹십자 허일섭 회장의 아버지인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회장이 1967년 10월 설립했다. 1969년 1월 극동제약으로 상호 변경한 후 1971년 10월 녹십자로 간판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고 허영섭 회장이 미도리쥬지(綠十字, 일본 녹십자)에 부탁해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는 루머도 있다. 사명 변경 이후 1973년 국내 최초로 사람 요(오줌)에서 추출한 혈전용해제 유로키나제 생산을 시작했다.

녹십자, 일본 녹십자와 두 차례 기술 도입 녹십자는 녹십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973년 5월 일본 녹십자로부터 유로키나제를 도입했으며, 1993년 12월 영양제 인트라리포즈 20% 기술을 도입해 1997년 2월 출시했다. /금융감독원 공시 캡처
녹십자, 일본 녹십자와 두 차례 기술 도입 녹십자는 녹십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973년 5월 일본 녹십자로부터 유로키나제를 도입했으며, 1993년 12월 영양제 인트라리포즈 20% 기술을 도입해 1997년 2월 출시했다. /금융감독원 공시 캡처

녹십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로키나제는 1973년 5월 미도리쥬지(綠十字, 일본 녹십자)로부터 도입했다. 유로키나제뿐만 아니라 1993년 12월 영양제 인트라리포즈 20% 기술을 도입해 1997년 2월 출시했다.

의약품 시장 조시기관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유로키나제는 12억2300만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또 인트라리포즈는 1억4500만 원이 처방됐다.

아울러 인트라리포즈는 현재 독일계 제약사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인트라리피드’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1999까지 녹십자의 자회사 녹십자양행에서 판매했다. 그러던 중 2000년 독일 제약사 프레지니우스카비와 녹십자양행이 합병해 프레지니우스녹십자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3년 녹십자가 지분을 모두 털어내 2004년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해 판권이 넘어갔다.

녹십자는 지난 1983년 12월 19일 100% 자회사 녹우제약을 설립한 후 1989년 4월 미도리쥬지(일본 녹십자)를 참여시켜 지분율 50대 50의 합작기업으로 전환했다. /금융감독원 공시 캡처
녹십자는 지난 1983년 12월 19일 100% 자회사 녹우제약을 설립한 후 1989년 4월 미도리쥬지(일본 녹십자)를 참여시켜 지분율 50대 50의 합작기업으로 전환했다. /금융감독원 공시 캡처

더불어 녹십자는 지난 1983년 12월 19일 100% 자회사 녹우제약을 설립한 후 1989년 4월 미도리쥬지를 참여시켜 지분율 50대 50의 합작기업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1999년 공시를 살펴보면 녹우제약의 최대주주는 요시토미제약(길부제약)과 녹십자다. 길부제약은 1998년 4월 미도리쥬지를 인수한 곳이다. 녹십자는 2005년 7월 5일 웰화이드(요시토미+미도리쥬지)에 지분을 양도하고 관계를 청산했다.

녹우제약의 현재 사명은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로, 타나베미츠비시제약의 한국 법인명이다. 1994년 요시토미제약이 미도리쥬지를 인수해 웰화이드로 사명을 변경한 후 ▲2001년 웰화이드와 미츠비시도쿄제약이 합병해 미츠비시도쿄제약으로 ▲2007년 미츠비시도쿄제약은 다시 타나베제약과 합쳐 지금의 타나베미츠비시제약이 됐다.

◆녹십자 훽나인 사건·미도리쥬지 에이즈 사건과 평행이론?

우연의 일치일까. 한국과 일본은 오염된 혈액제제 투여로 에이즈(면역결핍증후군)에 감염된 사건이 발생한다. 공교롭게도 녹십자와 미도리쥬지가 각각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지난 2001년 녹십자 혈우병치료제 훽나인 투여한 16명의 환자들이 에이즈에 감염,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 등 69명은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당시 1심에서는 재판부가 인과관계를 인정해 승소했다. 하지만 이미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를 통한 보상은 불가능했다. 더구나 2심에서는 재판도 못 열어보고 완패를 당했다.

이후 재판부는 합의조정을 요구했지만 환자 측은 인과관계 인정 및 배상, 녹십자의 사과를 원했다. 녹십자 측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거세게 반격했다. 결국 감염된지 20년이 지나 사과는 현적으로 어려웠고, 환자 측도 언제 소송이 종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합의조정에 동의해 10년이 넘는 소송 끝에 조정으로 마무리됐다.(손해배상금액 및 부대조건을 모두 수용)

녹십자는 훽나인 사건에 대해 “재판에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배상금 역시 정확하게는 손해배상이 아닌 도의적 차원에서 배상한 것”이라며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지난 1996년 혈액제제로 사태로 큰 홍역을 앓았다. 일본은 이를 ‘약해(藥害) 에이즈 사건’이라 부른다. 1980년대 초 미도리쥬지가 외국에서 수입한 비가열(非加熱) 혈액제제를 투여한 환자 1800여 명이 감염, 400명 이상 목숨을 잃어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당시 미도리쥬지 측은 “회사에서 개발한 혈우병치료제와 에이즈 감염은 관련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본 보건당국인 후생성 소속 혈액제 담당자도 법정에서 허위로 증원했다. 그러나 당시 후생상을 역임했던 간 나오토 전 총리(제94대 2010년 6월~2011년 8월)가 모든 잘못을 증언해 사건이 마무리 됐다.

일본 녹십자와 한국 녹십자의 사명의 동일성에 대해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이 1971년 사명 변경 당시 어떤 배경에서 녹십자 사명을 선택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변동진 기자
일본 녹십자와 한국 녹십자의 사명의 동일성에 대해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이 1971년 사명 변경 당시 어떤 배경에서 녹십자 사명을 선택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변동진 기자

◆사명 녹십자, 일본 미도리쥬지와 같은 이유?

이처럼 녹십자는 미도리쥬지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고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고, 심지어 비슷한 사건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허영섭 회장이 미도리쥬지에 부탁해 사명을 녹십자로 선택했다는 풍문도 있다.

이에 대해 녹십자 측은 과거는 잊은 채 "현재는 관계가 전혀 없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등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녹십자 측은 일본 미도리쥬지와의 관계등 <더팩트>의 공식질문에 대해 “1998년 폐업한 ‘미도리쥬지’와 지배∙종속 관계가 전혀 없다. 예전에 기술도입 및 합작사 설립은 했지만, 이게 문제될 게 있냐”며 “혈액분획제제 사업 진출을 결정할 당시에는 국내에 관련 전문가나 기술보유자가 전무해 해외 기술도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삼성이나 현대차나 일본에서 기술도입 안 한 기업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미도리쥬지로 부터 기술을 들여오고 합작사를 만들었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도리쥬지의 전신 즉, 일본 생체실험부대 731부대와의 역사적 인과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태도였다.

이어 사명변경에 대해 “극동제약이라는 당시 사명이 동물약품 제조업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혁신적인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서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사명 변경을 추진했다. 녹십자라는 사명은 유럽청년봉사단체인 Green Cross에서 영감을 얻었고 혈액관리사업을 하는 적십자와 공통점을 가지면서 공중보건의 의미를 담아 ‘녹색의 십자가’ 즉 녹십자로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며 “다만 기술 제휴 교류가 있던 미도리쥬지와 한자가 같아 양해를 얻은 바는 있다”고 회사입장을 밝혔다.

누리꾼들은 SNS 트위터를 통해 녹십자와 일본 녹십자의 관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 캡처
누리꾼들은 SNS 트위터를 통해 녹십자와 일본 녹십자의 관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 캡처

한편 녹십자의 일동제약 적대적 M&A가 추진될 때 SNS에는 녹십자와 731부대와의 연계성을 유추할 수있는 주장들이 나돌아 네티즌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한국 녹십자, 일본 '731 생체실험 부대'와 제휴했었다”, “혈우병 치료제에 에이즈환자 혈액 쓴 게 일본녹십자 사건 말고도 우리나라 녹십자에서도 있었단 말인가. X았네”, “녹십자도 이거 일본 녹십자의 한국판 변형이지요. 일본 녹십자가 사람 피 매혈(예전에 청량리에서 피파는 사람들 많았습니다)로 떼돈 번 집단이고(알부민등의 재료), 유로키나제(혈전치료제)만들려고 오줌도 수집하지요. 이거 고대로 따라하는 게 한국녹십자입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더팩트ㅣ변동진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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