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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 신동빈 롯데 회장 '사과의 경제학' 학점은?
입력: 2015.03.26 17:23 / 수정: 2015.03.26 21:27

용인 도로공사 현장 붕괴, 원인은? 25일 오후 5시 20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한 도로공사 현장에서 인부 16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시공을 담당한 롯데건설의 부실공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임영무 기자
용인 도로공사 현장 붕괴, 원인은? 25일 오후 5시 20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의 한 도로공사 현장에서 인부 16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시공을 담당한 롯데건설의 부실공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임영무 기자

스테이시 루이스는 무엇이 미안했나

“아임 쏘리(I'm sorry).”

그녀는 무엇이 미안했을까. 사과할 게 있었나. 우승 트로피는 들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였는데 말이다.

김효주(20·롯데)가 지난 23일(한국시간) LPGA 파운더스컵 우승 기쁨을 누릴 때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는 경기운영본부로 이동하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원로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원로들이 지켜보는 대회에서 미국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해서 그랬을까, 마지막 18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양보하지 않은 승부욕이 계면쩍어서였을까, 한국(계)의 독주를 막지못한 실망감 때문이었을까.

루이스 속마음을 알 길은 없지만 “노 프라블럼(No problem)”이라고 응대해준 한 원로의 화답을 중계방송을 통해 들으면서 궁금증의 작은 매듭 하나는 풀렸다.

“미안하다”는 언급에 “괜찮아”로 위로하고 격려한 대목에서 어떤 의미에서든지 루이스는 자신의 한 심경을 전했다는 걸 유추하게끔 했다. 원로들은 나름 그 ‘진정성’을 읽은 것이다.

진정성을 갖춘 미안함 표시에 대놓고 얼굴을 붉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고개숙임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

올들어 기업들의 사과문 발표가 잇따른다. 10대 그룹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돌발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대국민 사과문 형태로 발등의 불을 끄기에 급급하다.

직원채용과 관련해 ‘갑질논란’에 휩싸였던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는 대표가 손글씨로 두 번째 사과문을 발표하는 해프닝도 연출했다. 첫 사과문이 자기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질책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거세게 일면서 기업 이미지 훼손 등 후유증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용품 생산업체 불스원도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사과문으로 소비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다른 운전자 안전을 위협하는 광고촬영으로 물의를 빚은 불스원은 ‘안전상의 이유’ ‘업계의 관행’이라는 표현을 담은 사과문이 되레 거센 후폭풍을 자아냈다. 주주총회 당일에 노조원 및 민원인 ‘실시간 사찰’ 물의를 빚은 삼성물산도 그랬다.

국내 굴지 그룹의 대국민 사과문도 진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로 코오롱그룹과 ‘땅콩회항’으로 대한항공이 곤욕을 치렀다. 근래는 제2롯데월드 건축과정 및 별도 사업장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롯데그룹 처지가 궁색해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들어 매주 1회씩 제2롯데월드를 방문해 안전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롯데측은 발표했다./ 더팩트DB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들어 매주 1회씩 제2롯데월드를 방문해 안전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롯데측은 발표했다./ 더팩트DB

◆ 신동빈 회장 '사과의 경제학' 학점은?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시 도로공사 현장 상판붕괴사고로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김치현 사장은 “사고가 일어난 데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며칠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100층 돌파를 계기로 “그동안 안전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제2롯데월드 건축과정에서 발발한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롯데건설은 제2롯데월드 공사의 핵심이다.

지난해 12월에도 롯데는 사과문을 냈다. “롯데월드몰 관련 계열사들은 신속하고 철저한 점검과 후속 조치를 통해 롯데월드몰이 시민 여러분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월드몰 콘서트홀 건설현장 작업자 사망사고로 제2롯데월드 안전불감증이 사회적 여론으로 비등하자 신 회장 지시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책임을 느낀다’ ‘죄송하다’ ‘철저한 안전점검을 하겠다’ 사고수습 주체로서 달리 표현할 마땅한 문구가 없겠지만 잊을만 하면 인명 사고가 터지고, 그래서 ‘판에 박힌’사과문을 내놓는다면 롯데의 사과문 진정성은 높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

사과의 진정성 여부가 여론흐름을 좌우한다는 걸 롯데가 모르지는 않을 게다. 그리고 사과문 발표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유사한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사사고 발생은 안전사고에 대한 행정당국 '솜방망이'처벌론을 떠올리게 해 제2롯데월드 극장과 아쿠아리움 재개장을 기다리는 롯데에도 악재이다.

사과(謝過)는 어찌보면 비즈니스 행위일 수 있다. 자기 합리화에 몰두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사과는 적자(赤字)일 수밖에 없다. 자기반성과 근본대책을 담은 사과는 궁극적으로 흑자(黑字)로 돌아온다.

김효주 프로의 으뜸 후원사인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사과의 경제학’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스테이시 루이스가 챔피어 퍼트를 배려하지 않은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은 바로 김효주다. 김효주의 메인 스폰서는 롯데다. 롯데는 이제 국내와 일본을 떠나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롯데는 외형만 세계를 지향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 문제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롯데 사과문의 대차대조표를 해빙기를 맞은 지금 모두가 재차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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