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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턴수첩] 男커트 7만7000원, 딴 세상을 봤다
입력: 2015.03.02 06:00 / 수정: 2015.03.02 07:54

남자커트가 7만7000원 청담동 미용실은 디자이너와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껑충 뛰었다. 대부분의 청담동 미용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한 청담동 미용실 직원이 손님의 머리를 감기고 있는 모습. /청담동=이성락 인턴기자
남자커트가 7만7000원 청담동 미용실은 디자이너와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껑충 뛰었다. 대부분의 청담동 미용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한 청담동 미용실 직원이 손님의 머리를 감기고 있는 모습. /청담동=이성락 인턴기자

옥외가격표시제 지키지 않는 청담동 미용실

7만7000원.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일반적인 미용실에서는 남성 고객이 커트와 염색 또는 파마를 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서울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청담동 미용실에서만큼은 남자커트 비용이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누구에게는 커트 비용이 될 수 있지만 누구에는 커트 비용으로 지불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거 아닌가. 이곳에서 솔직히 딴 세상을 엿보았다.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디자이너가 따로 있으세요?"

지난달 23일 인턴기자로서 처음으로 주어진 현장취재 미션은 '미용실 옥외가격표시제 실태 조사'였다. 첫 현장취재에 나선다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청담동의 한 미용실을 찾았다.

웬만한 고급레스토랑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바쁘게 움직이는 수십 명의 직원들. 한눈에 봐도 이곳 미용실의 풍경은 그동안 인턴기자가 봐왔던 일반적인 미용실과는 확연히 달랐다.

미용실 가격 맞아? 청담동 미용실에서 옥외가격표시제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그곳에 적힌 서비스 가격을 보자 입이 쩍 벌어졌다.
미용실 가격 맞아? 청담동 미용실에서 옥외가격표시제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그곳에 적힌 서비스 가격을 보자 입이 쩍 벌어졌다.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주위를 살펴봤지만, 미용실 어디에서도 서비스 가격을 적어 놓은 안내판은 찾을 수 없었다. 인턴기자의 이 같은 태도가 어색해서였을까. 안내데스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한 직원은 "처음 와보시죠?"라며 각종 서비스 가격이 적힌 안내판을 건넸고, 그곳에 적힌 숫자들은 그간 경험해왔던 '미용실 가격'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정부가 소비자 선택권 강화의 목적으로 2년째 운영하고 있는 옥외가격표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깃집에서나 사용할 법한 메뉴판까지 만들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그곳에 적힌 서비스의 가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매직 펌', '디지털 펌' 이름도 생소한 서비스 가격은 4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에 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 등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사업소득'은 평균 86만2200원이다. 머릿속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려보지 않더라도 평범한 자영업자의 수입으로는 청담동 미용실에서 제공하는 웬만한 서비스를 한 번 이상 받기조차 어렵다는 답이 나온다.

사회초년생인 인턴기자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십여 곳의 미용실에서 상담 직원들이 건네는 안내판의 수가 늘어나자 한편으로는 그들만의 세상이 놀랍기 그지 없었다. 더욱이 남자커트 7만7000원 가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잠시 멈칫했다. 7000원이 당연하고 익숙한 인턴기자로는 7만7000원 남자커트가 너무나 궁금했다.

11배나 비싼 남자커트는 도대체 뭐가 다를까. 한참을 고민하고 망설이다 7만7000원은 색다른 서비스가 있는지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간결 명료했다. "크게 큰 차이는 없는데요" 허탈했다. 단지 어느 헤어디자이너가 머리 손질을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헤어디자이너의 안목과 가위 솜씨 그리고 정성을 다한 서비스가 합쳐져 높은 가격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또한 엄연히 수요가 있으니 가격을 내리지 않는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누구에게는, 아니 상당한 이들에게 청담동 미용실의 비용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 '전세난', '자영업자의 위기', '사상 최대 취업난' 등 서민 경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들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여 건씩 나오고 있다. 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비싼 게 좋다'라는 허황된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그릇된 문화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가격 책정의 명확한 기준도 없이 값비싼 금액을 고객들에게 버젓이 제시하는 것도 놀라운 마당에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오지도 않는다. 옥외 가격 표시 역시 마찬가지"라며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청담동 미용실 직원들의 태도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병폐로 자리 잡은 '소득 격차', '특권 의식' 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 참으로 씁쓸했다.

[더팩트ㅣ이성락 인턴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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