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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남자커트가 7만 원? 청담동 미용실 '꼼수'
입력: 2015.02.25 06:40 / 수정: 2015.03.18 11:41

청담동 미용실은 배짱 영업 업계에서 인정 받는 최고 고수만 모여 있다는 청담동 미용실은 다자이너와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천양지차였다. 하지만 청담동 미용실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부분의 청담동 미용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청담동=이성락 인턴기자
청담동 미용실은 배짱 영업 업계에서 인정 받는 최고 고수만 모여 있다는 청담동 미용실은 다자이너와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천양지차였다. 하지만 청담동 미용실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부분의 청담동 미용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청담동=이성락 인턴기자

"디자이너, 서비스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옥외가격 표시제'가 서울 부촌 청담동만큼은 치외법권 지대였다. 극소수만 지킬 뿐 대부분은 외면했다. 결국 청담동 미용실은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담동에 있는 미용실은 '디자이너, 서비스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에 옥외가격표시제는 의미가 없다'는 태도로 배짱 영업을 하고 있지만 행정당국 역시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하지 않는 미용실을 수수방관하고 있어 일각에서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늬만 제도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 대부분도 옥외가격 표시제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 청담동 미용실, 애매한 가격…'소비자 선택 제한'

대부분 외면 옥외가격표시제를 이행하고 있는 미용실은 단 한 군데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정확한 가격을 명시해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 외면 옥외가격표시제를 이행하고 있는 미용실은 단 한 군데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정확한 가격을 명시해놓지 않고 있다.

23일 오후 2시 찾은 청담동 미용실에는 시술에 대한 가격을 적어 놓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직접 미용실에 들어가 일일이 가격을 물어봐야만 했다.

외부에서 가격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A미용실은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미용실로 들어간 순간 종업원들은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디자이너 계시나요?"라며 안내했다.

문제는 미용실 내부에도 미용 가격을 적어 놓은 안내판이 없다는 것. 미용실 직원에게 "남성 커트는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안내 데스크로 가보세요"라며 다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뒤늦게 파악한 사실은 이곳에서 가격을 물어보는 행위는 스스로 '촌뜨기'를 자인하는 셈이다.

이 미용실은 미용 시술에 대한 상담을 시작하자, 그제서야 가격이 적힌 안내판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정확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도입된 옥외가격표시제도이지만 이곳 안내판에는 남성 커트가 '3만~5만 원'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가격에 대해 묻자 미용실 직원은 "가격은 어떤 헤어 디자이너에게 서비스를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애매하게 설명했다. 이 직원에 따르면 청담동 미용실에서는 미용사의 경력이나 인지도, 찾는 손님의 횟수 등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정가'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들만의 세상에 적응된 사람들이 아닌 소비자들이 청담동 미용실을 찾게 되면 불편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청담동 미용실을 지인과 찾은 적이 있다는 이모(32)씨는 "가격표시가 명확하게 돼 있지 않아, 고객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제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비싼 가격을 미리 알 방법도 없기 때문에 미용실에 한번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A미용실 뿐만 아니라 이날 찾아간 청담동 미용실 대부분의 상황은 비슷했다.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고 있는 미용실은 단 한 군데. 이마저도 '3만 5000원~7만7000원'이라고 적혀 있어 확실한 미용 가격을 알 수 없었다. 실제 B미용실은 옥외가격표시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B미용실의 한 직원은 옥외가격표시제에 대해 묻자 "비싼 가격과 가격표시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머리만 잘 자르면 된다"고 딱 잘랐다.

◆ 무용지물 옥외가격표시제, 정부 ' 단속 소홀'

다른 미용실은 어떨까 미용실이 밀집해 있는 이대 미용실에는 옥외가격표지제가 잘 지켜지고 있었다.
다른 미용실은 어떨까 미용실이 밀집해 있는 이대 미용실에는 옥외가격표지제가 잘 지켜지고 있었다.

옥외가격표시제는 미용실을 찾는 소비자의 알 권리 증진과 업소 간 건전한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2013년 1월 말부터 식품위생법과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에 따라 면적 150㎡(45평) 이상의 음식점과 66㎡(20평) 이상의 미용실은 반드시 옥외가격표시제를 실시해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제도를 마음껏 비웃고 있다. 이름뿐인 옥외가격표시제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정확한 금액을 고지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옥외가격표시제는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주요 미용업소 1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2개 업소가 옥외가격표시제를 잘 지키지 않았다. 27개 미용 업소는 옥외 가격 표시가 아예 없었고, 5개 매장은 표시 항목 수(커트, 파마 등 대표품목 5개)보다 적었다.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고 있는 73개 업소에도 문제가 많았다. 무려 66개의 업소에서 최저 가격만 표시해 놓고, 추가 요금에 대해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미용실을 찾은 소비자들은 실제로 자신이 지급해야 하는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옥외가격표시제의 기준이 모호해 이행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옥외가격표시제는 게시물의 종류, 위치, 글씨 크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미용실들이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옥외가격표시제를 단속해야 할 행정당국 역시 이를 소홀히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구청 측은 "작년 하반기쯤 옥외가격표시제 단속을 시행했다. 당시 옥외가격표시를 하지 않은 업소에는 1차 개선명령 처분을 한 상태이며 계속 가격표시를 하지 않는 업소에는 영업정지를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용실 수가 다른 구역에 비해 두 배 이상이다"며 "모든 미용실을 상대로 수시로 옥외가격표시제 단속을 나가기에는 인원이 부족하다"고 단속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담동 미용실이 정확한 가격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해진 가격은 없고 업소마다 또 미용사마다 천차만별이다. 미용실이 정확한 가격을 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미용실에 얼마부터 얼마까지 가격을 정해 소비자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메뉴얼을 안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측은 "올해 옥외가격표시제 단속 관련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시설점검 계획이 있을 때마다 우편물이나 홍보물을 보내 옥외가격표시제를 이행하고 있지 않은 미용실을 개도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미용사 측에서는 일정 부분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제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미용사중앙회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바가지 요금을 막는다는 옥외가격표시제 시행 취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옥외가격표시제는 유명무실하다고 본다. 소비자들은 대개 미용사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서 내가 다니는 미용실의 가격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옥외가격표시제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본다. 효과가 확실히 드러났다면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지 않는 미용실에 대한 저항이 컸을 것"이라며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지 않는 이유로 미용사들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담동 미용실에 관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미용사중앙회는 "대개 가격을 보고 미용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청담동 지역 미용실의 가격을 이미 알고 선택적으로 선호하는 미용실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 측의 설명은 달랐다. 옥외가격표시제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관련 정보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옥외가격표시제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널리 알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제도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용실이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지 않아도) 문제 제기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의례적으로 없어도 되는 거구나 생각이 들 수 있다. 홍보에 문제점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비자단체 고발센터에서는 옥외가격표시제 관련 고발 건수가 거의 없다고 한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모르니까 소비자들의 고발이 적은 것이다. 오히려 홍보에 힘을 더욱 쏟아 옥외가격표시제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활성화해야 한다."

[더팩트ㅣ청담동=이성락 인턴기자 sseo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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