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코오롱 세이브프라자, 불법 용도 변경 수원 코오롱 세이브프라자가 일반공업지역에서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판매시설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황진희 기자 |
코오롱 세이브프라자 용도 변경,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교훈 잊었나?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 사업부문인 코오롱FNC(대표 박동문)가 경기도 수원의 일반공업지역에서 창고시설로 허가받은 건물을 증축한 뒤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해, 10년 넘게 판매시설인 상설할인매장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공장용지에서 허가받지 않은 판매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더욱이 코오롱FNC는 지난 2013년 수원시로부터 불법 용도변경이 적발돼 이에 따른 행정제재를 받고도 여전히 지금까지 해당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행정처분에도 막무가내식 불법 영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 리조트 참사 사과는 빈말? 지난해 2월 17일 발생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발생한 체육관 붕괴사고와 관련해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고개 숙여 사과한 바 있다. / 더팩트DB. 코오롱 공식 사과문 캡처 |
지난해 2월17일 120여명의 사상자를 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코오롱그룹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붕괴참사의 주 원인은 사고 체육관의 용도변경없는 불법사용이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리조트 참사 사고 다음날 현지로 급히 내려가 "사고원인 규명에 한 점의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민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코오롱그룹 계열사의 불법 용도변경 사업(영업)장은 또 다른 곳에서 성황리에 고객을 맞고 있는 게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굴뚝 솟은 일반공업지역에 판매시설이? 수원 코오롱 세이브프라자 일대는 일반공업지역으로, 인근에 삼성SDI와 삼성전기를 비롯해 여러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
◆ 코오롱 세이브프라자, 불법 용도변경?
코오롱이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운영하고 있는 세이브프라자 수원점은 코오롱스포츠, 맨스타, 캠브리지멤버스, 잭니클라우스, 엘로드, 헤드, 시리즈, 헨리코튼 등 fnc코오롱계열의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상업시설이다.
코오롱 세이브프라자가 들어선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381-1번지는 일반공업지역으로, 인근에 삼성SDI와 삼성전기를 비롯해 다수의 공업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27일 <더팩트>가 직접 찾은 원천동 코오롱 세이브프라자 일대는 곳곳에 굴뚝이 높게 솟아 있는 공업지역이었다. 자재를 나르는 화물차가 수시로 오가는 이 곳은 과연 국내 패션시장의 강자인 코오롱 계열사의 의류 매장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반인의 통행이 어려운 지역이었다.
등기부등본 상 코오롱 측은 지난 1993년 이 곳에 공장용지 1만5736㎡를 사들여 1995년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물류센터(창고시설 허가)를 세웠다. 이후 2002년 이 건물 바로 옆에 지금의 코오롱 세이브프라자인 지상 3층짜리(총면적 6448.93㎡) 건물을 세웠고, 수원시에는 ‘창고시설 및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았다.
코오롱 세이브프라자는 이 건물 1층에 있으며, 1층 면적 2085.29㎡ 중 약 1500여㎡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법상 공장용지 내에 판매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이는 건축법 19조와 108조에 의거해, 당초 허가받은 용도와 달리 불법으로 용도변경에 나설 경우 징역 3년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다만 공장용지에서도 판매시설을 운영할 수는 있는데, 이는 면적이 1000㎡ 이하인 시설에 대해서만 근린생활시설의 소매점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코오롱 세이브프라자 수원잠의 경우 면적이 1000㎡을 훌쩍 넘어 소매점으로 분류될 수 없고, 당연히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오롱은 2002년 이후부터 계속 불법적으로 판매시설인 세이브프라자를 운영해 왔다.
결국 뒤늦게 수원시는 지난 2013년 3월 이에 대해 코오롱 측에 행정제재를 내리고, 벌금 23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수원시청 건축과 관계자는 “공업지역과 공장용지에 판매 및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라면서 “이에 따라 2년 전 코오롱 측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 제재를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오롱은 건축물 승인권자인 수원시의 행정제재를 받고도 지금까지 용도를 변경한 채 상업시설인 세이브프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2년여 동안 세이브프라자를 철수하거나 면적을 줄이지 않는 배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창고용도로 허가받은 3층의 경우에도 콜센터와 고객상담실, 교육장, 수선실 등으로 무단 용도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창고용도의 3층 규모는 2072.64㎡로 이를 용도변경없이 상업관련 시설로 무단활용하고 있어 이 부문에 대한 행정당국의 사실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코오롱FNC 측은 “용도 변경으로 인해 수원시의 행정제재를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공업지역에서 판매시설을 전혀 운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1층 세이브프라자의 면적을 줄이는 공사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조트 이어 상설할인매장도 불법 용도변경 일반공업지역에 자리한 코오롱 세이브프라자는 코오롱FNC 코오롱스포츠, 맨스타, 캠브리지 멤버스, 잭니클라우스, 엘로드, 헤드, 시리즈, 헨리코튼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상설할인매장이다. |
◆ 불법 용도변경, 코오롱의 문화?
그러나 코오롱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은 있다. 수원시의 행정제재를 받은 것은 2년여 전인 2013년3월이지만, 여전히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1000㎡가 넘는 세이브프라자를 지금까지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무단 용도변경이라고 해서 허가를 무조건 취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정제재를 받았으면 즉각 이를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2년이 다 되도록 해당 면적을 줄이는 공사를 내부적으로 검토만할 뿐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행정조치를 받고 바로 이행하지 않는 코오롱측의 자세도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행정조치 미이행 기업에 대해 보다 강도높은 행정력을 발휘하지 않은 수원시의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코오롱은 지난해 2월 마우나오션리조트 지붕 붕괴사고에서도 운동시설을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해 문화집회시설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를 받았던 전례가 있다. 때문에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전사고 이후에도 세이브프라자를 불법적으로 운영한 부분은 더욱 문제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장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코오롱 측이 할 수는 있겠지만 그에 앞서 불법으로 용도를 무단 변경해 10년넘게 사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영마인드가 '재벌그룹 적폐'의 한 사례이다"라는 거센 비판도 지역 경제계에서는 나온다.
이에 대해 코오롱 측은 “행정제재 이행 부분은 수원시 측과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다”며 말끝을 흐렸다.
[더팩트 │ 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