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이 1000억 원을 쏟아부어 만든 대전 유성구 도룡동의 골프존 조이마루 전경. / 대전=임준형 기자 |
[더팩트ㅣ대전=임준형 기자] 골프존(대표 김영찬)이 '골프 한류의 전진기지'를 목표로 한 골프테마파크 골프존 조이마루를 지난 9일 오픈했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 일대에 3만3000㎡(약 1만 평)의 부지에 오픈한 골프존 조이마루에는 시뮬레이션 골프 대회 경기장, 연습용 시뮬레이터, 실내 퍼팅장, 피트니스센터 등과 함께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쇼핑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골프존이 1000억 원을 투입해 만든 15년(2000년 창립이래) 역사의 산실이다.
하지만 골프존과 함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수억 원을 투자한 골프존 사업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들을 만난 곳은 15일 골프존 조이마루 앞에서 열린 4차 전국 골프존사업자 생존권 사수대회. 골프존 사업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까지 결성해 골프존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었다.
비대위는 15일 조이마루에서 4차 생존권 사수대회를 연 비대위는 9개의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 골프존이 프랜차이즈임을 인정할 것 ▲ 리얼, 비전 시스템 원가 공개 및 초과 이득금 반환 ▲ R캐시 원가 공개하고 그동안 대납한 캐시비 반환 ▲ 15개 무료코스 부활 ▲ 신규 판매 금지 ▲ 중고 기계 50% 원가 보상 ▲ 광고 수익금 분배 및 무단광고 철폐 ▲ 신제품 업그레이드 무상지원 등이다. 골프존과 사업주. 어디서부터 어긋나게 된 것일까.
골프존 스크린 골프장은 전국적으로 5300여 개를 넘어섰다. / 더팩트DB |
◆ 과잉 공급을 시작으로 번지게 된 갈등
골프존은 2000년 창업 이후 성장 가도를 내달렸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시뮬레이션 골프를 들고 시장에 나섰다. 골프장의 비싼 그린피가 부담됐던 골퍼들이 점차 골프존 스크린 골프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방' 문화가 성행했던 당시 국내 사정과도 맞물렸던 면이 있다. 골프존 사업주들은 발전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고, 골프존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한국 골프 문화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갈등은 2008년 골프존이 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시작됐다. 골프존 스크린 골프장이 과잉 공급되면서 업주들 간 불화가 시작됐다. 사업주들은 나날이 늘어가는 골프존 매장을 바라보며 게임비 인하 등 출혈경쟁을 시작했다. 망한 사람도 부지기수. 여기에 기계가 업그레이드라도 되는 날이면 따로 비용을 지급해야 했다. 최신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손님을 끌 수 없기 때문. 또한 2011년에는 무료로 제공됐던 15개 코스가 사라지고 대신 모든 코스에 대해 이용료(R캐시)를 따로 냈다. 1인당 2000원인데, 사업주마다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이용료를 내야 했다.
최근에는 골프존에서 비전 플러스라는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 비용이 눈앞의 현실이 됐다. 여기에 이용료도 2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국 골프존 사업주들이 일어선 것이다.
골프존과 골프존 사업자 비상대책위원회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곧추세우고 있다. / 임준형 기자 |
◆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갑의 횡포'라고 주장하는 사업주
골프존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업주들은 현재 하고 있는 행위들은 프랜차이즈보다 더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존 사업의 시스템을 살펴보면, 제조업체라고 주장하는 골프존이 기기를 판매하고 사업주는 기기를 구매한다. 사업주는 장소 임대와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급하며 자신의 사업장을 완성한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면 이제부터 발생하는 수익은 100% 사업주의 몫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료 제공 코스가 없어지면서 골퍼 1인당 이용료 2000원을 내야 했고, 골프존의 무단 광고까지 삽입되면서 수익이 떨어졌다. 시작과 중간에 나오는 광고 때문에 홀당 소요시간이 길어지면서 사업장 회전율이 떨어진 사업주는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또한 사업주들은 사업 초기부터 업주들에게 ▲ 골프존 상표의 간판 노출 ▲ 골프존의 공을 사용 ▲ 골프존 서버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기기 사용 불가 등 프랜차이즈처럼 운영해왔다고 주장했다.
송경화 비대위원장은 "나를 비롯한 골프존 사업주들은 골프존의 오늘을 만든 역사이고 주인이다. 골프존은 대부분의 매출을 사업주들에게서 만들어놓고 이제는 창업과 도산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우리가 없었다면 골프존의 오늘도 없었을 것이다. 골프존 김영찬 회장도 10여 년 전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와 우리와 손잡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과거 김 회장은 직접 현장을 돌며 골프존 사업주들과 만나 격려하고 자사의 상표를 주변에 알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15일 대전 유성구 골프존 조이마루에서 골프존 사업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제4차 전국 골프존 사업자 생존권 사수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골프존 직원들이 집회를 바라보고 있다. / 임준형 기자 |
◆ 15일 4차 집회 현장 찾아보니…
15일 대전 골프존 조이마루 앞을 찾았다. 오전 9시께 조이마루로 들어가는 주차장은 차량과 공사 물품으로 단단히 막았다. 주변에도 모래를 가득 실은 포대가 놓여 있었는데, 그 포대들은 집회 장소의 중간에 있었다.
조이마루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안쪽에서 굵은 자물쇠로 걸어 잠갔다. 경찰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골프존 직원 및 경찰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화장실 이용 가능 여부를 묻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주변의 다른 건물에서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오전 10시께 비대위 관계자와 경찰의 소소한 승강이가 벌어졌다. 천막 설치를 두고 의견이 대립한 것. 유성구청 관계자까지 출동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결국 '문제가 생길 시 즉각 철거'를 약속받은 경찰이 한발 물러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오후 1시로 예정돼 있던 집회 개회식은 오후 2시를 넘어서야 시작됐다. 비대위 송 위원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 대전 등 총 10개 지역의 장급들의 연대사를 이어갔다. 골프존 관계자들은 점심시간 무렵도, 그 이후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한창 지역장들의 연대사가 이어질 즈음, 갑자기 군중들 사이에서 욕설이 나왔다. 그리곤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골프존 조이마루 건물을 바라보니 투명창으로 두세 명의 사람이 집회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웃음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집회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떤 이는 집회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하기도 했다.
집회의 열기가 극에 달했을 때 비대위 인원들은 골프존 김영찬 회장을 목 놓아 불렀다. "제발 사업 초기처럼 우리 앞에 나와 이야기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 귀를 닫은 골프존 조이마루는 고요한 적막만 흘렀다. <더팩트>는 골프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골프존은 사업주들과 상생을 위해 지금까지 두 차례 상생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월 1차 상생안에서는 시장 포화와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기기 공급을 신도시나 불포화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등의 신규 공급 최소화와 함께 보상 판매 프로모션 가격의 인하, A/S 무상 보증 기간 연장, 스크린골프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당시에도 사업주들은 상생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장객 감소에 따른 장기적인 상권 보호와 활성화 대책이 아닌 당장 면피하려는 상생안이라고 꼬집었다.
골프존의 2차 상생안도 1차 때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골프존은 지난 6일 2차 상생안을 발표했다. 비전플러스 무상 제공, 리얼 중고 시스템 매입을 통한 폐업 지원, 골프존 전체 시스템 대수 현 수준 유지, 스크린골프 붐업 마케팅 강화 등을 내세웠지만, 사업주들과 입장 차이가 분명했다.
◆ [영상] 골프존 비대위 집회현장(http://youtu.be/KhtghDtx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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