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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골프장 3대 핫 키워드…'인권신장·대기업시대·유달시변'
입력: 2015.01.01 08:09 / 수정: 2015.01.01 12:56

골프장 업계가 2015년 새로운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뒤로한 채 변화의 갈림길에 선 골프장 업계를 들여다 봤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더팩트DB
골프장 업계가 2015년 새로운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뒤로한 채 변화의 갈림길에 선 골프장 업계를 들여다 봤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더팩트DB

[더팩트ㅣ임준형 기자]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아침이 밝았다. 골프장 업계는 지난해처럼 아팠던 적이 없다. 폭락한 회원권 금액에 눈물지었고, 사치성 스포츠라는 세간의 눈길마저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살고자 하면 길이 있는 법. 지난해 과오를 딛고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골프장 업계가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 인권신장(人權伸張)

2014년은 유독 고위관료 출신 인물들의 골프장 경기 보조원(캐디)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그들의 인권신장을 향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다.

박 전 의장은 지난해 9월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 A씨의 신체를 함부로 만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한 것이고, '예쁜데 총각들을 조심하라'며 조언해 준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이 같은 행동에 불쾌감을 느낀 A씨의 고소를 피할 수 없었다. 성추행 여부를 부인하던 박 전 의장은 결국 정식재판에 부쳐졌고, 오는19일 춘천지법 원주지원서 첫 공판이 열린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더팩트 DB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더팩트 DB

신 전 총장은 성추행 혐의가 드러났지만 처벌은 불가한 상황이다. 고소기간이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신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신 전 총장이 회장으로 있던 포천의 한 골프장의 전 캐디 B씨로부터 성추행을 이유로 고소당했다. B씨는 2013년 6월 22일 기숙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골프장 근태 현황표 및 예약시스템 직원 로그 기록, 신 전 총장의 라운드 일자 등을 종합했을 때 고소인의 주장이 맞더라도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난 뒤 1년 이내 고소해야 한다'는 성범죄 친고죄는 2013년 6월 19일 폐지됐는데, 신 전 총장의 성추행은 그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판단돼 처벌할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처럼 캐디들은 성추행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해당 골퍼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캐디들이 당하는 설움은 더욱 크다. 성추행 신고도 어려울뿐더러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그동안 골프장에서는 캐디들의 불만에 대해 쉬쉬하기 바빴다.

하지만 2015년에는 다양한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캐디들부터 스스로 변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캐디 마스터 C씨는 "여성 캐디를 대상으로 성추행 방지를 위한 교육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시작은 미약할지 몰라도 천천히 바꿔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골프장들도 캐디들의 근무 조건 개선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충북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한 안내판 부착하는 방법부터 골프장 차원에서 성추행 예방 교육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라면서 "캐디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계속해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2014년 3월 경기도 용인 처인구의 레이크사이드CC를 전격 인수하면서 대기업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골프장과 홀수(162홀)을 보유하게 됐다. /네이버지도 캡처
삼성은 2014년 3월 경기도 용인 처인구의 레이크사이드CC를 전격 인수하면서 대기업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골프장과 홀수(162홀)을 보유하게 됐다. /네이버지도 캡처

◆ 대기업시대(大企業時代)

삼성(물산+에버랜드)이 지난해 3월 경기도 용인 처인구의 레이크사이드CC를 전격 인수하면서 대기업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골프장과 홀수(162홀)를 보유하게 됐다. 그동안 안양, 안성, 가평, 동래 베네스트와 퍼블릭 골프장인 글렌로스를 보유하고 있던 삼성은 레이크사이드CC(회원제 18홀+퍼블릭 36홀)의 지분 100%를 3500억 원에 인수하면서 골프장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다.

삼성의 인수 소식에 레이크사이드CC의 회원권이 시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회원권 금액이 폭등했지만 매수세가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회원권을 구할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용인에 대규모 레저왕국을 건립하는 야심에 찬 계획의 첫발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레이크사이드CC는 총 400만㎡(약 12만 평)가 넘는 부지에 유휴부지만 27만㎡(약 8만 평)이나 된다. 이미 54홀을 가지고 있는 레이크사이드CC 내에 고급 빌라 등 다양한 레저 시설로 채울 수 있는 여유 부지가 있다. 또한 레이크사이드CC 주변으로 에버랜드와 퍼블릭 골프장인 글렌로스가 버티고 있다. 특히 에버랜드의 경우 산 하나를 두고 레이크사이트CC와 직선거리로 2km밖에 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주변 레저 시설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인수 당시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삼성에버랜드 역시 레이크사이드CC와 인접한 용인 에버랜드와 글렌로스GC 등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고 말하는 등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삼성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골프장 사업에 몸담고 있다.

리베라, 신안, 그린힐, 에버리스, 윌리힐리CC 등 총 154홀을 보유한 신안그룹은 삼성 이전에 가장 많은 홀수를 보유한 기업이었다. 에머슨퍼시픽은 에머슨, 세종 에머슨, 아난티클럽서울, 힐튼남해, 아난티클럽금강산 등 총 6개 골프장에 총 117홀을 보유하고 있고, 레이크힐스 역시 레이크힐스 용인, 레이크힐스 제주, 레이크힐스 안성 등 5개 골프장에 117홀을 갖고 있다.

한화그룹은 용인프라자와 설악프라자, 제주프라자, 제이드팰리스, 골든베이CC 등 총 106홀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스카이힐제주, 스카이힐김해, 스카이힐상주, 스카이힐부여 등으로 골프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해비치제주, 해비치서울, 충남 현대기업도시 내 36홀 규모로 건설 중인 현대더링스CC를 가졌다. CJ그룹은 나인브릿지(제주)와 헤슬리 나인브릿지(여주) 등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 골프장 유달시변(有達時變)

부달시변(不達時變)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뜻으로 융통성이 없음을 꼬집는 말이다. 한국의 골프장이 그랬다. 각자 자신들의 골프장이 최고라며 고가의 그린피와 식음료를 판매해 세상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골프장들도 자세를 낮추고 골퍼를 위한 골프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골프장마다 이제 '유달시변(有達時變)'을 경영정책으로 삼는다. 2015년에는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한국에는 2014년 말을 기준으로 500개가 넘는 골프장이 난립해있다. 지난 2005년부터 매년 평균 30개가 넘는 골프장이 새로 개장하면서 골프장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골프장이 고가의 옷을 벗었다. 회원권 없이 예약조차 불가능했던 골프장들이 2014년에는 각종 할인을 앞세운 저가 정책을 펼치면서 골퍼 모시기에 나섰다.

그린피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서울에 인접한 경기권 회원제 골프장의 고가 그린피는 여전하지만 충청권과 강원권 골프장 등 지방 골프장의 그린피는 수시로 변동된다. 최근에는 골프장마다 문자메시지로 할인된 금액 정보를 전달하며 문턱을 낮췄다. 직장인 D씨는 "불과 2~3년 전에 골프장을 이용할 때는 1인당 최소 3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해야 했는데, 최근에는 골프장끼리 그린피 할인 경쟁이 붙으면서 시기만 잘 맞춘다면 15만 원 이하의 그린피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며 "골퍼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그린피 할인 이외에도 골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No) 캐디 및 캐디 선택제를 도입하는 골프장도 생겨났다. 라운드 시 필수로 캐디를 고용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캐디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골프장도 점차 느는 추세다. 하지만 노 캐디 및 캐디 선택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잡음이 많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 익명을 요구한 골프장 전문가는 "노 캐디 및 캐디 선택제의 경우 대부분 산악형 골프장으로 이루어진 국내 골프장 현실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코스에 익숙하지 않은 골퍼가 골프장에서 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골퍼들에 환영받는 정책이지만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퍼블릭 골프장도 골프장들의 자세 낮추기에 한몫했다는 의견도 있다. 퍼블릭 골프장은 최근 코스와 시설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회원제 골프장 못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회원제 골프장이 사치성 재산으로 규정돼 중과세를 적용받지만, 퍼블릭 골프장은 과세의 부담이 적다. 이는 곧 그린피 인하로 나타났고, 골프 대중화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1인당 10만 원'을 깬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경기가 열렸던 인천 서구의 드림파크 골프장은 주중 9만 원, 주만 12만 원의 그린피로 골퍼를 유혹한다. 인천 시민이라면 주중 5만 원, 주말 10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퍼블릭 골프장의 저가화는 지방으로 갈수록 심화한다. 전북 군산의 군산CC는 노 캐디 운영을 원칙으로 주중 9만 원, 주말 13만 원에 이용할 수 있지만 1월 31일까지 동계 반값 이벤트를 적용해 주중 4만5000원, 주말 8만5000원이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경기 파주CC는 주중 최저 6만 원에 이용할 수 있고, 주말은 12만5000원이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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