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위)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아래 오른쪽)와 사위인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의 명암에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더팩트DB |
[더팩트 ㅣ 황진희 기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버지'입장에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윤영달 회장이 최근 아들과 사위가 경영을 맡고 있는 주력 회사의 경영상황이 엇갈리면서 마치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버지'심정에서 제과사업의 기회와 위기국면을 동시에 맞아 향후 경영적 판단과 행보가 주목된다.
사위 신정훈 대표가 이끄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반면 아들 윤석빈 대표가 책임지고 있는 크라운제과는 '식중독 웨하스'로 곤욕을 치르면서 희비가 교차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이자 장인인 입장에서는 우산도 잘 팔리고 짚신도 인기를 끌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들' 윤석빈 대표가 이끄는 크라운제과는 식중독웨하스 유통 혐의로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았지만 '사위' 신정훈 대표는 허니버터칩 개발로 출시 3개월여 만에 100억 원대 매출을 달성 했다.
윤석빈 대표가 이끄는 크라운제과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제조사 등을 비롯한 10개사를 거느린 모회사 격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자회사는 신정훈 대표가 이끄는 해태제과로, 모회사 크라운제과와 함께 과자류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한 몸의 '형제' 기업이면서 선의의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먼저 두 회사의 연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모회사 크라운제과가 400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반면 자회사 해태제과의 연매출은 7000억 원이 넘는다. 스넥과 비스킷을 판매하는 크라운제과와 다르게 해태제과는 빙과류와 일부 냉동식품도 취급하고 있어 절대적인 매출 규모의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 윤영달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 대표는 최근 공장 증설을 고민할 정도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신정훈 대표는 윤 회장의 외동딸 윤자원 씨와 결혼했으며 미국 MBA를 수료한 회계사 출신이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세 달 만인 지난 17일까지 103억 원어치가 판매됐다. 연말까지 허니버터칩 매출액은 2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식품시장에서 신제품의 경우 월 판매량이 10억 원만 넘겨도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점을 감안하면 허니버터칩은 초대박 상품인 셈이다. 허니버터칩은 지금까지 광고도 한 적이 없다.
신정훈 대표에게 허니버터칩이 안겨준 것은 단순히 100억 대 매출만은 아니다. 매출이라는 유형자산과 이미지 쇄신이라는 무형적 자산을 동시에 안겨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2012년부터 개발팀을 꾸려 오랜 준비를 거치는 등 개발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신정훈 대표는 해마다 7~8%씩 성장하는 감자칩 제품군에서 해태제과의 주력 감자칩이 없었단 사실에 주목하고, 직원 6명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미국∙일본 등에서 판매되는 감자칩을 전수 조사했다. 이에 따라 신정훈 대표의 리더십이 보릿고개를 겪고 있던 해태제과를 살려냈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뿐만 아니라 장인인 윤영달 회장과 신정훈 대표의 경영 호흡도 잘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돼 국내에 들어온 해태제과의 일부 과자에서 멜라민이 발견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당시 '미사랑 카스타드' 와 '미사랑 코코넛' 등 4개 품목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
당시 신정훈 대표는 멜라민 파문이 일자 관련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일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훈 대표가 멜라민 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하면서 윤영달 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정훈 대표가 개발한 허니버터칩이 출시 3개월 만에 1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반면, 크라운제과의 유기농웨하스는 식중독균 검출로 사정기관의 수사를 받았다. |
반면 윤영달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대표는 지난 10월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제품을 5년간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놓였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단장 이성희 부장검사)에 따르면 크라운제과는 2009년 3월부터 올해 8월 초까지 '유기농 웨하스', '유기농 초코 웨하스' 등 2개 제품에 대한 자사품질검사 결과 판매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 사실을 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채 31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이에 검찰은 크라운제과와 생산담당이사 신모(구속)씨 등 임직원 7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뿐만 아니라 윤석빈 대표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영달 회장이 장남인 윤석빈 대표에게 크라운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윤석빈 대표를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이끈 계열사는 '연양갱'으로 유명한 두라푸드다. 두라푸드의 지분구도를 보면 먼저 윤석빈 대표가 지분율 59.6%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이어 윤영달 회장의 친인척 윤병우 씨 17.78%, 윤영달 회장의 부인인 육명희 씨 7.17%, 차남 윤성민 씨 6.32%, 장녀 윤자원 씨 3.82% 등의 순이다.
두라푸드는 2009년 당시 시장점유율 80%에 달할 정도로 알짜사업이었던 연양갱 생산라인을 크라운제과에서 넘겨받으면서 가파른 매출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두라푸드의 매출은 2009년 39억 원에서 2010년 82억 원으로 껑충 뛴 이후 해마다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두라푸드의 고성장 배경에 계열사와의 높은 내부거래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두라푸드는 매출 99억 원 중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 등에서 각각 15억 원과 77억 원 등 모두 92억 원을 올렸다. 내부거래율은 92%에 달한다. 2012년과 2011년엔 96억 원의 매출중 각각 94억 원과 95억 원을, 2010년에는 매출 82억 원중 23억 원을 계열사에서 올렸다. 사실상 두라푸드의 성장에서 계열사 매출을 빼놓고 말하기 힘든 셈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으로 크라운제과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하는 등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연출되지만 장남과 사위의 경쟁구도로 보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크라운제과에서도 히트상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