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인력 '새판짜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재계 서열 1위 삼성을 비롯한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의 한 해 경영 농사 풍년을 위한 인력 '새판짜기'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룹별로 상반된 경영 성적표를 내놓은 만큼 '안정'과 '혁신'이라는 상반된 키워드로 인력 운영안을 수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다수의 대기업이 힘겨운 한 해를 보낸만큼 올 연말 인사는 '신상필벌'의 큰 틀 안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재계 맏형 '삼성·현대차' 문책 인사설 '솔솔'
올 연말 인사에서 '칼바람'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재계 삼성과 현대차그룹이다.
이달 초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에서 연말 재계 인사 키워드로 제시한 '임원감축'(Cut)과 '총수부재'(Absence), '세대교체'(Next), '올드보이 퇴진'(Delete), '젊은 연구인력 강세'(Young, Engineering, Supervisor) 등을 꼽았듯이 신흥 경제강국의 공세와 환율 등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한해를 보낸 이들 기업에 '인사한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에서 전 분기 대비 43.5% 떨어진 4조60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3년여 만에 영업이익이 5조 원대 밑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해 온 IT모바일(IM) 부문에서 3분기 1조7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 결정타였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의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 특히 IM 부문을 중심으로 '인사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그룹 연말 인사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두고 재계 관계자들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 역시 가라앉은 그룹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신종균 IM 부문 사장 교체설을 비롯해 사장급을 포함한 IM 부문 임직원 6000여 명을 구조조정하거나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삼성은 지난 2011년 경영실적 부진으로 이듬해 10%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전력이 있는 만큼 올 연말인사에도 문책성 인사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서열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 그룹은 올 3분기 이렇다 할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데 따른 '인사한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
현대차그룹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영업이익에서 1조2370억 원을 기록한 지난 2010년 4분기 이후 15분기 만에 가장 낮은 1조6487원을 기록했다. 원화 강세와 엔저 등 외부적인 환경 요인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실적에 찬물을 끼얹은 것. 지난달 이삼웅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파업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도 사실상의 문책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 담당부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등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핵심 라인으로 꼽히는 원로 인사들도 이미 세대교체 대열에 합류한 만큼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인 조직라인 개편이 예고되는 분위기다.
◆ LG '나름의 성과, 보상 기대'. SK '위기 돌파, 전진배치'
LG그룹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에서 두라릿수 이상의 실적 성장률을 보인 만큼 나름의 성과가 있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 제공 |
LG그룹 역시 다음 달 초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그룹의 올 한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LG전자는 올 3분기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에서 매출 4조2470억 원, 영업이익 1674억 원을 기록했다. 휴대전화 부문에서 매출 4조 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전사 영업이익 가운데 휴대전화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6%에 달한다.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 역시 올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에서 각각 191%, 85% 증가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문책'이 아닌 '적절한 보상'에 초점을 맞춘 인사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실적 성장세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의 임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년 째 총수의 부재를 겪고 있는 SK그룹은 올 연말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사업구조 및 인력 재편성을 바탕으로 그룹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그룹 측은 이미 지난달 28~29일 양일 간 진행된 '2014 최고경영자 (CEO)세미나'에서 강도 높은 사업구조 개편을 시사한 바 있다. 전사 차원의 '체질개선'을 선언한 데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력계열사의 부진한 실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난달 28~29일 양일 간 진행된 '2014 최고경영자 (CEO)세미나'에서 강도 높은 사업구조 개편을 시사한 바 있는 SK그룹 측은 이번 연말인사를 '위기극복, 전략적 혁신'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 SK그룹 제공 |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5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이후 3분기 4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겨우 흑자전환에 간신히 성공했지만, 지난해 동기(3181억 원) 대비 84.6%나 줄어들었다.
SK텔레콤 역시 올 3분기 매출액은 4조3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366억 원으로 2.7% 줄어들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연말 인사는 예정대로 다음 달 중순을 전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사차원에서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혁신을 주문한 만큼 이번 인사는 위기극복을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