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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회장의 '황혼재혼', 그룹 경영권승계 변수?
입력: 2014.11.20 11:23 / 수정: 2014.11.20 11:23

재계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두 아들은 물론 지난해 말 결혼한 22세 연하의 부인에게도 교보생명 주식을 단 한주도 물려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재계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두 아들은 물론 지난해 말 결혼한 22세 연하의 부인에게도 교보생명 주식을 단 한주도 물려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황혼 재혼'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나이차이를 극복한 사랑의 결실도 있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법적 상속권자'가 등장했고 이 현실적 상황이 향후 교보생명그룹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궁금증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재혼녀(배우자) 등장은 경우에 따라서는 교보생명그룹 오너십 체제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신 회장의 황혼 재혼을 다른 시각으로 내다봤다.

교보생명그룹 오너 경영인인 신 회장은 지난 2010년 사별한 정혜원 여사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고 있지만 지주회사격인 교보생명 지분을 전혀 승계하지 않아 일찍부터 신 회장의 2세 후계 구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컸다.

국내 대부분 재벌총수가 2세 자녀는 물론이고 심지어 3세 손자손녀에게까지 증여형식 등으로 자신의 지분을 물려주면서 경영권 세습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신 회장의 경우는 지금까지 두 아들에게 단 한주의 주식도 증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자'라는 지위로 새로운 법적 상속권자가 나타나 교보생명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은 한번 더 고민하게되는 국면을 맞았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 진단이다.

특히 최근 법무부가 상속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목도 재차 교보생명 지분구조가 주목받는 한 배경이다.

법무부는 배우자가 50%의 재산을 의무적으로 상속받도록 관련법을 개정 추진 중이다. 이 개정안은 배우자의 재산 50% 상속은 유언으로도 바꾸지 못하는 방향으로 민법 상속편을 보완한다는 방침이어서 재벌가 상속권자들은 이해관계가 교차할수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초 22세 연하의 박지영(40)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더팩트>취재결과, 이 결혼식에는 신 회장의 아들 중하(34)·중현(32)씨와 박 씨의 일가 친척, 소수의 직장 동료들만 참석했다. 당시 교보생명 관계자들도 결혼 소식을 한달뒤에나 신 회장이 직접 이야기할때까지 모를정도로 조용히 진행됐다. 신 회장과 박 씨는 선으로 인연을 맺었다. 박 씨는 금융재벌가 출신이거나 금융계 종사자가 아닌 미술계통 학자 집안의 재원이다.

신 회장의 재혼 사실이 올 연초 언론에 단편적으로 공개되자 재계 관계자들은 자연스럽게 교보생명 지분구성에 재차 눈길을 돌렸다. 일반인의 예상과는 다르게 신 회장의 두 아들인 중하·중현 씨의 교보생명 지분율이 0%인 상황에서 '배우자'가 부상했기 때문. 아직까지 신 회장의 재혼녀인 박 씨도 지분이 전혀 없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33.8%를 보유한 신 회장이며, 특수관계인(친인척)으로 신회장의 사촌동생 신인재 필링크 사장 2.5%, 신 회장의 누나 신영애 1.4%, 신경애씨가 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이제 60대에 접어든 건강한 오너경영인이고 두 아들 역시 30대 초중반이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기에 당장 직계 가족인 두 아들의 지분이 없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재벌가의 상속분쟁가능성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수 없다. 상속법도 배우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려는 추세다.

올해 초 법무부 산하 민법 상속편 개정특별분과위원회는 상속법 개정에 대한 최종안을 마련, 법무부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남긴 재산 중 50%를 남은 배우자에게 먼저 배분하고, 해당 선취분에 대해선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나머지 50%를 배우자와 함께 다시 상속비율에 따라 나눠 받는다. 기존 부인 1.5(60%) 대 자녀 1(40%)의 비율로 배분되던 상속 비율이 배우자가 더 많은 비율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상속법에서 가족이 10억 원을 상속받는다면 배우자와 자녀들은 6억 원, 자녀는 4억 원을 받는 식이다. 그러나 상속법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는 5억 원을 선취분으로 가진 후, 자녀들과 함께 나머지 5억 원을 다시 비율(1.5 대 1)대로 나누게 된다. 이에 따라 배우자는 8억 원, 자녀는 2억 원을 상속받는다.

상속법 개정으로 박지영(왼쪽 위)씨와 신창재 회장의 두 아들에 대한 재산 분할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박 씨가 신 회장의 재산형성기여분이 매우 적어 개정된 상속법과 무관할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팩트 DB
상속법 개정으로 박지영(왼쪽 위)씨와 신창재 회장의 두 아들에 대한 재산 분할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박 씨가 신 회장의 재산형성기여분이 매우 적어 개정된 상속법과 무관할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팩트 DB

뿐만 아니라 상속법 개정안은 배우자 선취분 50% 보장을 유언보다 우선한다고 정했다. 선취분이 유언에도 우선하는 이유는 선취분이 배우자가 기여한 배우자의 재산이기에 그만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다만 법무부는 배우자가 상속에 있어 절대적인 우위를 갖는 것을 우려해 일부 단서 조항을 만들었다. 배우자의 혼인기간, 재혼 또는 별거한 기간, 별거 사유 등을 참작해 법원이 선취분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정상적 결혼 생활을 하면서 재산을 일군 경우 재산형성 기여도를 따질 필요도 없이 배우자에게 50%가 돌아가지만, 그렇지 않고 재혼을 했거나 이혼 또는 별거 등의 경우에는 재산형성 기여분을 따져야 한다.

상속법 개정안에 따라 만약 자산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너가 사망하면 배우자의 몫으로 자산의 50%가 상속된다. 이럴 경우 배우자가 최대주주가 돼 경영일선으로 나설 수도 있으며, 상속받은 지분을 특정 자녀에게 몰아줄 수도 있다.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시가총액 400억 원의 영풍제지를 꼽을 수 있다. 35세 나이차이로 화제가 됐던 영풍제지의 노미정(45)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남편인 이무진(80) 회장으로부터 회사 주식 113만 주를 받아 지분율을 55%로 늘렸다. 이후 이 회장의 두 아들이 경영권에서 밀려나면서 노 부회장은 실질적인 회사 주인이 됐다.

이 때문에 아직 자산승계가 진행되지 않은 교보생명에서도 상속법 개정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상속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열림의 박신호 대표변호사는 "입법 예고가 되지 않은 법안이기 때문에 재혼한 배우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재산형성 기여도를 따질지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다"며 "하지만 상속법 개정안이 배우자의 지분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현재 자산승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만큼 상속법 개정안이 입법화되면 배우자 쪽이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상속법 개정안과 재벌가 후계구도의 인과성이 재계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그럼에도 신 회장과 박 씨의 재혼으로 교보생명그룹 경영권 향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박 씨는 신 회장의 기존 재산형성기여분이 매우 미미해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상속분쟁 한 전문가는 "박 씨는 신 회장의 재산형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배우자 50% 상속은 해당 배우자가 결혼 기간을 오래 유지했거나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때만 적용되는 만큼, 교보생명은 상속법 개정과 별개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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