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편의점, 제과점 등은 화려한 포장으로 높은 가격을 받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르게 했다./ 변동진 기자 |
[더팩트 | 강남=변동진 기자] "해도 너무하네 진짜."
유통가에서는 1년 중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인 빼빼로데이와 수능시험을 코앞에 두고 편의점과 제과점 등 유통업체들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선을 벗어난 가격 거품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각종 포장과 인형 끼워 팔기 등을 통해 3만 원이 넘는 가격을 받고 있어 일각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 40대 초반의 시민은 거품 낀 값비싼 선물이 아니면 주는 사람의 정성과 성의가 퇴색될 것 같은 분위기를 유통업계가 조장하고 있다고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지난 7~8일 <더팩트> 취재진은 빼빼로데이(11월11일)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13일)을 앞두고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강남역 일대를 취재한 결과 세븐일레븐, CU, GS 25, 미니스톱,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에는 빼빼로와 대학합격 기원 상품들을 보기 좋게 진열해 판매하고 있었다.
파리바게뜨에 전시된 수능 대박 기원 상품들의 경우 대부분 1만 원 이상 받고 있었으며 일부 상품은 2만 원을 넘기도 했다. /변동진 기자 |
언제나 그렇듯 양일 강남대로 일대에는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밤에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시민들은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등을 방문해 수능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상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기에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부분 상품이 1만 원 이상이였으며 초콜릿 9개에 1만8000원, 합격기원 빵(중) 2만1000원, 합격돼지(대) 2만3000원까지 받고 있었다. 또한 뚜레쥬르도 역시 기본 1만 원 이상 받았으며 인형이 포함된 상품은 2만9000원이었다.
뚜레쥬르의 경우 인형을 끼워 파는 상품의 가격은 2만9000원이다. /변동진 기자 |
수능 합격 기원 선물뿐만 아니라 빼빼로 역시 선물용 제품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치솟았다. 일반 빼빼로는 1000원 선에 구입할 수 있지만 그럴싸한 멋진 포장이 들어간 제품의 가격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인형이 포함된 제품의 경우 3만 원 이상 받기도 했으며 페레로로쉐(초콜릿)로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20대 중반의 이 여성은 빼빼로를 구매하면서 비싼 가격 때문에 불만을 토로했다. /변동진 기자 |
일부 시민들은 '수능 대박 기원 선물'과 '빼빼로'의 높은 가격을 보고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과 동시에 가격 거품에 대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초동에 거주하는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정말 해도 너무한다. 동생이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뤄 예쁜 선물을 해주려고 들렀는데 가격 거품이 장난이 아니다"며 "거품도 애교수준이어야 받아들일 수 있는데 완전히 황당 그 자체다. 수능은 20대 인생의 진입 과정이고 어떤 대학에 들어가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관문인데 이를 이용해 장사를 하는 것까지 이해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격 갖고 장난하면 누가 좋아하겠냐"며 비난했다. 이어 "완전히 얄팍한 상술이 도를 넘어섰다"고 핏대를 세웠다. 결국 이 여성은 자신이 정성들여 포장해 거품을 없앤 합격 기원을 선물을 만들겠다며 사라졌다.
일찌감치 매장 앞에 빼빼로를 진열하고 판매를 하고 있다. /변동진 기자 |
또 현장 인터뷰에 응해준 연애 2년차 20대 중반의 커플은 "솔직히 이런 기념일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다 빼빼로 제과업체인 롯데의 상술이 아니겠느냐"며 혀를 찼다. 이어 "이런 상술로 가득한 빼빼로데이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우리 둘 기념일도 챙기기 바쁘고 예의상 빼빼로 하나 사주기는 하겠지만 우리처럼 오래된 커플은 그냥 넘어가도 무관하지만 연애 초반의 커플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 같다. 제일 필요없는 기념일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빼빼로를 구매한 한 20대 중반의 여성은 "남자 친구는 아니고 부모님 드리려고 하나 샀다. 근데 너무 비싸다"며 "그래도 부모님께는 항상 감사하는 차원에서 하나 구매했지만 연인들끼리 챙길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빼빼로데이의 경우 그 유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지만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부산-영남지역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뜻으로 빼빼로를 주고 받는 것에서 시작됐다. 제품 모양을 연상시키는 11월 11일이 바로 그날이다.
청소년들은 이날 빼빼로를 꽃다발 모양으로 꾸며 선물하면서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식사 대신 빼빼로를 먹으며 롱다리가 되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수능에 엿과 떡을 선물하는 유례는 아무리 공을 들여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빗대어 "엿을 열 섬이나 버리고도 방에 붙지 못하는 놈"이란 옛 말로부터 시작돼 큰 시험을 앞두고 엿과 찰삭 붙으라는 의미로 찹살떡을 선물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