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원안 아제이 칸 왈 행장)과 한국씨티은행(원안 하영구 행장)이 비슷한 시기에 자리에서 물러난다./더팩트DB |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비슷한 시기에 행장을 교체한다. 한국씨티은행은 14년 만에 행장을 교체하는 반면 한국SC은행은 최초로 한국인 행장을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두 은행 모두 '소매금융' 전문가를 선임한다는 계획이어서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위해 소매금융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14년 간 자리를 지켜 온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사임을 표명한 가운데 새 행장 후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새롬 기자 |
◆14년 만의 행장 교체…소매금융 전문가 영입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행장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후보자를 추천, 바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하영구 씨티은행장의 후임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차기 행장에 박진회 기업금융그룹장과 조엘 코른라이히 소비자비즈니스 총책임자가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씨티은행장 선임은 씨티그룹이 결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제 3의 인물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행장은 전남 출신으로 서울대 무역학과 학사,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등의 학위를 취득했으며, 씨티은행 자금담당 본부장, 삼성증권 운용사업부담당 상무,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을 거쳐 2007년부터 기업금융그룹장을 맡아왔다.
코른라이히 부행장은 씨티은행 싱가포르 소비자금융 이사와 러시아 소비자금융책임자, 벨기에·스페인 소비자금융 대표, 인도네시아 소비자금융책임자를 거쳐 지난해 한국씨티은행 소비자비즈니스책임자로 임명된 소매금융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새로 선임되는 행장이 악화되는 한국씨티은행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한국씨티은행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에는 6277억 원,2011년 5605억 원, 2012년 2693억 원, 2013년 2191억 원으로 4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엔 7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에 씨티그룹은 비용 효율화를 한국씨티금융지주와 한국씨티은행을 합병했으며, 내년까지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한국씨티그룹은 캐피탈의 매각 작업을 포함한 전략적 조치를 2015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일정은 시장상황이나 감독당국의 승인에 따라 일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금융의 자회사인 씨티그룹캐피탈은 지난 상반기에만 84억 원의 적자를 낼 정도로 수익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없는 조직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또한번 씨티은행에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도 씨티은행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하 행장 역시 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힌 만큼,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란게 업계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최초 한국인 행장…실적악화 극복할까
'구조조정'없는 점포 정리를 약속했던아제이 칸왈 SC은행장은 임기 6개월 만에 교체됐다. |
한국SC은행의 사정 역시 한국씨티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제이 칸왈 행장은 임명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된다. 차기 행장은 한국인으로, 박종복 소매금융 담당 부행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행장은 청주고와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강남 PB센터 부장, 강남지역 PB본부장, 소매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칸 행장은 지난 5월 취임 후 "한국시장 철수도, 인력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연말까지 계획돼 있는 50개 지점 통폐합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추가적인 지점 통폐합이나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구조조정 없는 통폐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행장 교체를 통해 SC그룹은 본사 차원에서 아시아 지역의 전략을 바꾼다. 한국SC그룹은 행장 인사와 더불어 이달 말께 자회사 경영 악화로 유명무실한 SC금융지주를 해체, SC은행에 합병하는 내용의 조직 체계 개편안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한국SC 역시 소매금융을 대폭 줄이고 기업 금융 중심으로 간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점포 추가 폐쇄가 불가피하고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C은행의 실적 감소 역시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1년 2466억 원이었던 SC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 666억 원으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 3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SC금융은 올 6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저축은행(이하 SC저축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캐피탈 (이하 SC캐피탈)의 지분 100%를 매각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 은행 모두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실적이 계속 악화됨에 따라, 돈이 되는 기업 금융 쪽으로 시선을 돌려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