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1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통사ㆍ제조사 CEO를 불러 단통법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를 가졌다./ 더팩트DB |
[더팩트 | 황원영 기자]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부른다. 정부가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바로잡겠다며 추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단통법은 그간 국내 통신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됐던 강제적인 상위 요금제 및 할부 판매, 소비자 차별, 높은 통신비 등 각종 통신 시장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됐다. ‘혹시나’하는 기대를 했던 업계와 소비자들은 ‘역시나’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행 2주 만에 ‘천덕꾸러기’로 내려앉은 것이다.
단통법이 본래 취지와 달리 업계와 소비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조사와 통신사 CEO를 긴급 소집했다. 비난 여론에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최성준 방통위원장 등 각 주무부처 수장이 직접 나섰다. 정부는 “단통법을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용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엄포를 놨다. 보조금을 늘리고 단말기값을 인하해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라는 주문이다.
실제 단통법이 시행된 후 국내 통신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제조사는 단통법 시행 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며 울상을 짓게 됐다. 삼성전자는 단통법 시행 전과 비교해 하루 판매량이 2만대 이상 감소했다. LG전자는 이달 들어 점유율이 5% 가까이 떨어졌다.
소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전화 가격이 상향평준화 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전에는 기회를 노려 싼 휴대전화기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보조금이 뚝 끊겼다는 얘기다.
유통대리점은 이미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단통법이 오히려 유통종사자와 소비자의 생존권·소비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마케팅비가 줄어 유일하게 단통법 수혜를 봤다는 통신사업자도 편치만은 않다. 일단 가입자가 급감했다. 단통법 시행 후 1주일간 이통3사의 일일 평균 가입자는 44만5000건으로 9월 평균과 비교해 33.5% 감소했다. 신규 가입자는 58% 감소했으며, 번호이동 가입자도 46.8% 감소했다. 가입자 확보가 실적의 중요한 척도가 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점유율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보조금을 확대하라는 정부와 소비자의 압박도 편치 않다.
흐트러진 국내 통신시장을 바로잡고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도입한 것이 단통법이다. 하지만 이미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데다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통법은 출발할 때부터 분리공시제 논란과 함께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혹시나 했지만, 정부의 말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규제행정’이 됐을 뿐이다.
경쟁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억압은 오히려 풍선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는 단통법을 통해 이를 몸으로 느꼈다. ‘시간을 좀 더 가져보자’고 하지만 언제쯤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장경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이 자유로운 경쟁을 펼칠 때 가장 효과를 발휘한다. 정부는 시장 규제를 철폐하고 그간 통신 담합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보조금 상한제와 요금인가를 풀어야 한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번번이 고배를 줬던 제4이동통신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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