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의 수주량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LNG선/ 현대중 제공 |
[더팩트|황준성 기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경쟁에서 맥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발주량은 지난해 대비 26% 늘었지만, 국내 조선 '빅3'의 수주량은 같은 기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올 수주 목표액도 30% 수준 밖에 채우지 못했다.
21일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은 지난해 상반기 1670만CGT보다 26% 증가한 2050CGT가 발주됐다. 선박 척수도 749척에서 944척으로 늘었다.
화학제품선, 유조선, 벌크선, 대형 컨테이너선, LPG선 등 고부가가치 선들의 발주량이 고루 늘었다. LNG선만 지난해 대비 지난해 상반기 23척에서 18척으로 줄었다.
하지만 국내 조선 '빅3'의 수주는 오히려 감소해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심지어 4월과 6월 국가별 수주에서 중국에 이어 일본에까지 밀리는 현상을 보였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조선 '빅3'의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 274억 달러의 절반 수준인 147억 달러다. 이는 '빅3'가 내세운 올해 목표치 545억 달러의 27% 수준이다.
조선 업계 1위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123억 대비 28% 감소한 89억 달러를 수주했으며,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60% 감소한 39억 달러 수주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초대형가스선(VLGC) 10척과 LNG선 3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을 수주하며 지난해 상반기 54억 달러보다 65% 감소한 19억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 실적을 견인했던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침묵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조선 '빅3'가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9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척의 절반 규모다.
또한 해양플랜트는 상선 시장의 불황 속에서 효자 톡톡히 해왔지만, 저가수주 등의 여파로 지금은 오히려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추락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호주와 나이지리아 프로젝트에서 7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보며 ‘어닝 쇼크’를 보였고, 삼성그룹 삼성중공업의 경영진단에 나섰다.
하반기 전망은 상반기보다는 밝다. 대우조선해양은 3조 원 규모의 지난 9일 러시아 천연가스 개발 사업(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쇄빙 LNG 운반선 10척을 수주해 기분 좋은 하반기를 시작했다. 또한 앞으로 5척의 쇄빙 LNG 운반선 추가 수주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7407억 원 규모의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 6척을 세계 최초로 따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수주를 알렸다. 지난 1일 7200억 달러 규모의 가스중앙처리플랫폼 1기와 생산플랫폼 1기를 수주했고, 지난 11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드마옵코사로부터 고정식 해상플랫폼 4기와 200km 구간의 해저케이블 등 모두 2조 원 상당의 해상 유전 플랜트 계약을 단독으로 따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수주는 전 세계 발주량 증가에도 저조했지만, 올 하반기에는 고부가가치선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대기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