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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영의IT] 삼성 백혈병 문제, ‘보상 우선’인가 ‘사과 먼저’ 인가
입력: 2014.07.17 17:40 / 수정: 2014.07.18 10:14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6시간에 걸친 4차 협상을 진행했다. 사진=1차 협상이 열린 지난 5월 28일 건설회관 3층 소회의실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앉아 있다./ 더팩트DB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6시간에 걸친 4차 협상을 진행했다. 사진=1차 협상이 열린 지난 5월 28일 건설회관 3층 소회의실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앉아 있다./ 더팩트DB

[더팩트 | 황원영 기자] 길을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있기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나’ 싶어 다가갔다. 덩치도 크고 튼튼해 보이는 젊은이와 웬 중년남성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다. 중년남성은 “제대로 사과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젊은이는 “일단 치료비 받고 그만하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자세히 보니 중년남성 가슴에 피멍이 들어있다. 젊은이는 ‘있는 집’ 아들 티가 난다.

있는 집 젊은이인 삼성전자와 가슴에 피멍 든 중년남성 ‘반올림’(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이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4차 협상을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협상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그간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백혈병 근로자 문제는 이날도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

양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밤 8시까지 반나절 동안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6시간 동안 대화에서 둘은 입장 차만 확인했다. 반올림은 여전히 ‘사과와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췄으며, 삼성은 ‘신속한 보상’을 우선으로 내세웠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두루뭉술한 사과가 아닌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올림이 제시한 공개사과 범위는 안전보건 관리를 하지 않은 점과 산재보상을 방해한 점,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에게 폭행과 고소를 한 점이다.

반면 삼성은 이미 포괄적인 사과를 했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지난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이 3차례에 걸처 포괄적 사과를 했다”며 “사과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장 시급한 보상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날 협상에서 반올림측은 대부분의 시간을 삼성전자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보상 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 및 재발방지책도 함께 요구했으나 반올림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다.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구경꾼들이 말한다. “사과 들어봤자 뭐가 생긴다고 저렇게 시간을 끈데, 얼른 합의나 하지”, “어쨌거나 미안하다고 한 것 아니야? 그럼 됐지.”

그렇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제안대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받아들여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말대로 부회장과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도 했다.

하지만 그간 삼성전자를 향해 “피해보상 하라”고 외치기만 하던 반올림이 간신히 얻은 황금 같은 기회를 ‘진정성 있는 사과’ 요구에 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두루뭉술한 사과를 듣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을 투쟁해왔다.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나서 피해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약속한 지난 5월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여성 근로자인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2007년으로부터 7년이 된 시점이다. 그간 눈물 젖은 투쟁을 벌여온 유가족들과 피해자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삼성전자가 내미는 보상금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보여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닐까.

삼성전자가 반올림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과를 하게 됨으로서 안전보건 관리를 하지 않은 점과 산재보상을 방해한 점 등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결심을 한만큼 전향적인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반올림 역시 7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삼성전자와 열린 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hmax875@tf.co.kr
비즈포커스 bizfouc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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