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 씨가 최근 세입자들과 월세 인상 갈등을 겪은 반포동 'M빌딩'을 방문하고 있다. 이 빌딩에는 서 씨가 지분 60%를 보유한 유원실업이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반포=문병희 기자 |
[더팩트ㅣ반포=이철영·문병희·서재근 기자] '미스롯데' 출신 서미경(55·유원실업 감사)씨가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며 '은둔 경영'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33년 만에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32·호텔롯데 고문)씨는 최근 롯데그룹 오너일가 지분 경쟁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재계의 관측이 제기될 만큼 활동 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는 가운데 베일에 가려있던 서미경 씨가 지난달 26일 <더팩트>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서미경 씨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기는 지난 1981년 연예계 은퇴 이후 33년 만이다.
서 씨 모녀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988년 신 총괄회장이 신 고문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면서부터다. 신 고문이 롯데 오너일가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면서 소문으로만 나돌던 서 씨 모녀와 롯데그룹과의 관계가 그 베일을 벗는 듯 했지만, 서 씨 모녀의 계열사 지분율 외에는 이렇다 할 정보가 공개된 적이 없어 '숨은 세력'으로 불려왔다.
서 씨는 롯데쇼핑 지분 0.1%(3만531주)를 보유 중이다. 3일 현재 주당 평가금액(34만원) 기준으로 서 씨의 롯데쇼핑 주가 총액은 108억 8054만원이다. 신 고문은 현재 롯데쇼핑과 롯데삼강 지분을 각각 0.1%, 0.33%, 코리아세븐 지분 1.40%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신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사장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다. 서 씨 모녀가 아직은 경영권에 관여할 만한 지분율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오너일가의 새로운 등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베일 속 서미경, 유원실업 통해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가로 등장
서 씨가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지난달 26일 오후 3시40분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의 초호화 빌라 '롯데캐슬XXXX' 자택에서였다. 서 씨는 톱스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외모를 자랑했다. 롱패딩에 면바지 그리고 흰색 단화를 신고 외출한 서 씨는 특별할 것이 없을 정도로 평범했지만 빛을 발하는 외모는 여전했다.
서 씨의 외출에는 운전기사와 중년 여성 한 명이 함께했다. 급히 차량에 올라 탄 후 서 씨가 이동한 곳은 다름 아닌 지난 2012년 롯데건설로부터 매입한 반포동 'M빌딩'이었다. 집과의 거리는 불과 2km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현재 이 빌딩에는 서 씨가 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유원실업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지난 1970년대 서승희라는 예명으로 연예계에서 활동 당시의 서미경 씨. 당시 톱스타였던 서 씨는 1981년 돌연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지난달 초 <더팩트>은 이 빌딩 세입자와 유원실업 간 월세 인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단독] 롯데 서미경의 유원실업, 임대차보호법 위반 '논란'’을 보도 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33년 만에 언론 카메라에 비친 서 씨가 찾은 곳도 다름 아닌 <더팩트>이 문제를 제기한 빌딩이었다. 서 씨는 빌딩에서 약 1시간 30분을 보낸 후 귀가했다.
서 씨가 지분 60%를 보유한 유원실업은 신 고문이 지분 40%를 보유해 사실상 모녀의 회사이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유원실업은 주획회사 형태로 운영됐으며, 롯데그룹의 비계열 특수 관계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유원실업은 롯데쇼핑 계열사인 롯데시네마의 매점 사업을 독점하며 연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롯데의 지원은 상당했다. 그러나 유원실업이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 씨와 신 고문이 운영하는 회사인 것이 알려지자 2009년 12월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또 롯데는 유원실업에 매점 사업을 직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으며 지난달 4일 국세청으로부터 롯데쇼핑은 6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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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경 씨는 유원실업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M 빌딩' 방문 후 밝은 표정으로 차를 타고 있다. 서 씨와 딸 신유미 씨는 유원실업 지분 60%, 4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
◆ 서미경 모녀 활동, 롯데家 2세인 신영자·동주·동빈 지분구조에 변수?
서 씨 모녀의 등장은 롯데그룹 2세 남매들의 지분구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분 몇 %에 경영권이 왔다 갔다 하는 재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서 씨 모녀의 등장은 재계의 관심 대상이다. 서 씨 모녀가 롯데의 지원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은 신 고문이 20대를 넘기면서다. 서 씨의 딸 신 고문이 롯데라는 기업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10년이다. 2010년 신 고문은 호텔롯데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신 고문이 호텔롯데의 고문으로 부임하자 일각에서는 신영자(72) 롯데쇼핑 사장과 지분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전망됐다.
2010년 호텔롯데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신 고문은 현재 롯데그룹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롯데쇼핑 지분 0.1%와 롯데삼강 지분 0.33%, 코리아세븐 지분 1.40%를 보유하고 있다. 서 씨도 롯데쇼핑 지분 0.1%를 보유 중이다. 롯데쇼핑 지분 0.1%가 미약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신영자 사장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 씨와 그의 딸 신유미 고문의 등장이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지분 경쟁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또 지난 2012년 7월 12일 신 고문은 처음으로 롯데삼강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삼강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식품가공업체 롯데후레쉬델리카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신 총괄회장은 이미 주요 지분을 두 아들 위주로 정리하고 신영자 사장에겐 상징적인 정도의 지분만 물려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 고문에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0.93%)과 롯데제과(6.83%), 롯데칠성(1.3%)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만약 신 총괄회장의 지분 일정 부문이 신 고문과 서 씨에게 승계될 경우 자매간 지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 '숨은 실세' 서미경, 신격호 회장 지원 부동산 재산만 1000억원 넘어
서 씨 모녀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각별한 애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부동산 소유 내역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먼저, 서 씨가 보유한 부동산은 서울시 강남구 방배동에 있는 502.6㎡ 규모의 유원실업 사옥과 주차장이다. 현재 이 건물에 입주한 유원실업 일부는 '서래마을' 부근의 노른자 땅에 세워진 지하 1층, 지상 5층 'M빌딩'(100억원대)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606.2㎡(150억원대)규모 땅과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딸과 공동 소유), 서울시 방배동의 659㎡, 지하 1층과 지상 4층으로 이뤄진 초호화 빌라(1600억원대) '롯데캐슬XXXX', 경남 김해시 일대 약 30만㎡(9만750평) 등이 서 씨와 딸 유미 씨의 부동산이다.
서래마을에 위치한 서미경 씨의 자택은 지하 1층 지상 4층의 최고급 빌라로 주민들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은둔의 생활을 하고 있다. 서 씨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차량에서 내림과 동시에 급히 집안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
먼저 주목할 만한 부동산은 현재 서 씨의 거주지이다. 서 씨의 등기부상 현 주소지인 방배동 빌라 6채 모두 서 씨 모녀의 공동소유다. 그러나 이곳은 방배롯데캐슬빌라XXX로 신 총괄회장의 서울 거처로 알려진 곳이다. 지난 2008년 빌라로 승인 받기 전 단독주택이었을 당시에는 서 씨 1인 소유였지만, 2008년 9월부터 딸 신 씨와 공동소유 형태로 바뀌었다.
강남구 신사동 땅(606.2㎡)과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 또한 서 씨 모녀가 공동소유하고 있다. 이곳 역시 신 총괄회장의 소유물이었던 것을 지난 2007년 10월 9일 두 사람에게 증여했다.
서울이 아닌 김해시 일대의 약 30만㎡ 역시 롯데그룹과 관련이 있다. 또한 서 씨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롯데그룹의 개발 부지였던 김해시 일대 약 30만㎡(9만750평), 시가 300억원에 달하는 부지도 증여받았다.
이외에도 이목이 쏠리는 부동산은 현재 유니플렉스 소유의 동숭동 빌딩과 주차장 부지다. 동숭동 94-1은 현재 유니플렉스의 단독 소유물이지만 이전 소유자는 서 씨 모녀였다. 서 씨는 2009년 10월 12일 62억5000만 원에 건물을 매입, 딸 신 고문을 50 대 50 공동소유자로 올렸다. 그리고 서 씨 모녀는 기존 지하 3층, 지상 7층 건물에서 임대업을 벌였고, 같은 날 옆 건물 99-1(382㎡)도 67억 원에 매입했다. 이곳은 기존에 있던 건물을 헐고 현재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 역시 서 씨 모녀의 지분이 절반씩으로 공동소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유니플렉스 출범 후 서 씨 모녀는 그해 8월 16일 부동산을 유니플렉스에 사업 양수도 계약으로 넘겼다. 부동산 사업 양수도 계약은 일반 임대 업자가 법인 임대 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변경할 때 부동산 자산을 넘기는 방식이다. 실질적인 사업자가 보유한 자산을 자신이 설립한 법인에 넘기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취득·등록세가 면제된다. 현재 이 회사의 이사는 서 씨와 그의 오빠인 서진석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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