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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다 해서 받았는데'…보험설계사, 그만두면 빚더미 '한숨'
입력: 2013.12.09 11:09 / 수정: 2013.12.09 17:52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사와 환수 수당 문제로 법적 싸움을 하고 있다. 설계사들은 보험사가 환수 수당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고, 이미 받은 금액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보험협회 제공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사와 환수 수당 문제로 법적 싸움을 하고 있다. 설계사들은 보험사가 환수 수당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고, 이미 받은 금액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보험협회 제공

[ 오세희 기자] "설계사를 그만둔 후 집까지 가압류당했다."

최근 보험설계사들의 교육비와 보증보험 환급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보험설계사로 근무할 당시 회사에서 지원받았던 교육비와 초기정착금을 보험사가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들은 이미 받은 금액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다.

◆ '교육비, 정착지원금 환수' 빚더미 앉는 보험설계사

지난 11월 전 동양생명 보험설계사인 한모(42)씨는 법무법인으로부터 보험환수수당 항소심 단체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지난 2009년부터 집단소송을 시작해 1심, 2심이 끝나고, 대법원 판결에서도 설계사들이 패소하면서 설계사들은 희망도 잃고, 그동안 소송으로 지급 정지상태였던 환수 수당도 지급하게 됐다.

보험설계사들의 교육비와 초기정착금 관련 소송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5월 미래에셋생명 전 보험설계사 135명이 첫 집단 소송을 시작했고, 같은 해 8월 동양생명 전 설계사들 57명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이어 뉴욕생명, 대한생명, ING생명, 금호생명 등으로 이어졌다.

2000여명의 설계사들이 보험사의 수당 환수가 부당하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보통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들이 해촉되면 그동안 받았던 수당 일부를 되돌려달라고 통보한다. 생명보험사들은 보험 상품이 10년 이상인 경우가 많아 보험계약 체결과 동시에 수당을 선지급하는데 이 보험이 해지될 경우 퇴직한 설계사들이 받은 수당을 환수한다. 설계사들은 이미 계약이 끝난 보험을 설계사에게 책임지우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사가 받은 수당을 초과해 금액을 요구하거나 반환이 없다고 설명했던 교육비까지 환수를 요구하자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보험사들은 신입설계사에게 교육받는 기간에 대한 교육비를 지원한다. 또 초기 실적이 없는 설계사들을 위한 초기정착금을 보험사에 따라 한 달 10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는데 퇴직한 설계사들에게 이 비용을 환수하고 있다.

전 동양생명 설계사 김모(42)씨는 "장기 보험에 대해 설계사가 계약을 하며 보험사는 해마다 분할 지급 받아야 할 해당 상품에 대한 수당을 1~2년 이내에 50% 정도 선지급금으로 준다. 미리 받은 금액이기 때문에 해촉되면 1~2년 내에 일정 반환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에 교육비나 초기정착금을 환수하는 건 부당하다. 또 보험사는 퇴직한 설계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이 계약기간에 유지됐을 경우 정당하게 지급받아야 할 잔여 수당은 정산해 주지 않으면서 받은 것 이상을 빼앗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 미래에셋 설계사 정모(39)씨도 "설계사로 위촉될 당시에는 교육비는 교육을 받기만 하면 지급되는 돈이라고 했다. 하지만 설계사를 그만두고 보니 170만원의 환수금이 미납됐다고 했다. 여기에 이자가 붙어 270만원, 300만원으로 불어났다. 부당하다고 소송을 준비했는데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해지 계약 금액이 큰 설계사는 1800만원의 환수금을 물기도 하다"고 하소연했다.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교육비, 초기정착금을 지급하는 행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설계사를 모집하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교육비는 한 달여의 교육을 받으면 무조건 받는 돈이다. 환수는 없다. 실적과 무관하게 한 달 보장 기본급 120만원, 설계사가 빠르게 적응할 있도록 회사 보유 기존 고객데이터 80여건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 줄줄이 소송 패소, 일부만 승소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한결같이 이미 고지한 내용으로 증명돼 있다고 설명한다.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수수료지급규정' 관련 책자를 발급하고 있어 설계사들이 관련 내용을 몰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에는 9개월 차 실적률이 88%에 미달하면 정착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적혀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설계사들은 교육비와 초기정착금만 받고 그만두기도 한다. 환수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에게 지원되는 한 달 2~400만원되는 금액만 부담해야 한다"며 "또 설계사들이 그만두면 설계사를 다시 모집하고, 수당 환수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해 해촉 설계사들에게 더 많은 비용이 환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법원은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까지 20~30회차 2000명~2500여명이 진행한 환수 집단소송 중에서 승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고등법원은 "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 계약서에 싸인했기 때문에 책임이 설계사에게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후 대법원은 "개인 계약이 아닌 약관성 계약으로 인정하지만, 보험업계 설계사가 보험업을 오래해 환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으로 원고들의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설계사들은 약관이 있다면 보험사가 약관을 설명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계사들은 "회사는 계약이 해지되면 지급한 수당을 환수할 수 있다는 말만 했을 뿐, 약관규제법 제3조에 따라 소정의 명시 및 설명 의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을 받아본 소송 당사자는 "보험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약자 대신 강자의 자료를 보고 판결한 것밖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약자를 위해 대변해 줘야 할 법의 세계는 역시 강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또 한번 느끼게 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설계사들의 원고승소 판결 사례는 드물다. 지난 8월 대구지법 민사11단독이 최모(42)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정착지원금을 돌려줄 필요 없다"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 거의 유일하다. 법원은 "회사가 규정이 적힌 책자를 줬지만, 분량이 30쪽이라 누구나 손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혀 설계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 특수고용직 보험설계사, "호소할 때도 없어"

부당 환수도 문제지만, 토로할 데가 없는 것이 보험설계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독립사업자 신분으로 보험사와 위촉계약을 맺는다. 때문에 보험사와 설계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 작성된다.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4대 보험이 의무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의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지난 6월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보험설계사와 함께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을 특수형태 근로사업자로 인정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인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보험설계사들은 여전히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설계사들은 보험사 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다. 보험사 노조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들은 독립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회사 노조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회사와의 분쟁이 생길 시에는 조언을 하지만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금융감독원 등에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보험인협회 관계자는 "설계사들은 노조에 속해있지도 않고, 설계사들을 위한 권익단체도 없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3월 협회도 만들어진 것"이라며 "40만명의 설계사가 있는데 환수 소송과 관련해서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단체가 없다. 회사와 협상권도 없어 법적 대응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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