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vs 기량하락' 해외진출 유턴파의 엇갈린 명암
  • 유성현 기자
  • 입력: 2011.05.02 14:41 / 수정: 2011.05.03 08:31

▲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스포츠서울 DB>
▲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스포츠서울 DB>

[유성현 기자] 오락가락하는 봄 날씨를 닮았는가. 고국에서 화려한 봄을 예고했던 'U턴 해외파'선수들의 활약이 제각각이다. '꽃범호' KIA 이범호(30)의 기량은 봄을 맞아 활짝 피었다. 2일 현재 타점 1위(27타점), 최다안타 공동 3위(29개), 홈런 공동 5위(4개), 타율 8위(0.337), 장타율 7위(0.523), 출루율 7위(0.425)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을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범호와 함께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로 복귀한 두산의 이혜천(32)은 정반대의 경우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8경기에 출장해 1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8.31의 부진한 성적이다. 두산의 고질적 약점이었던 좌완 투수 부재를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로 복귀한 해외파 선수들의 초반 성적표를 들여다보자.

◆ '절치부심' 이범호, 설움 딛고 '완벽 부활' 성공

지난해 야심차게 일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실패를 맛봤던 아픔이 오히려 약이 됐다. 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굴욕을 털어버리기 위해 힘차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이범호에게 2010년은 희망과 좌절이 교차한 시기다. 2009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이범호는 일본으로 눈길을 돌렸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3년간 최대 5억 엔(약 65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에 성공하며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일본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팀 내 유망주 마츠다와 경쟁 구도에서 일찌감치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2경기 연속 대타 홈런을 때리기도 했지만 아키야마 감독은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성실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범호도 팀 내에 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일본에서 단 4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24, 4홈런, 11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국내로 돌아온 뒤 절치부심했다. 친정팀 한화가 아닌 KIA에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KIA도 이범호에게 큰 기대를 걸고 팀의 오랜 숙제였던 3번 타자 임무를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화에서 활약했던 10시즌 동안 단 한번도 80타점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해 월등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개막 후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경기당 1타점이 넘는 맹활약으로 벌써 27타점을 쓸어 담았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꼴찌에 머무르던 KIA의 팀 타율도 이범호의 맹활약에 힘입어 현재 공동 2위(0.278)를 달리는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의 이혜천 <스포츠서울 DB>
▲ 두산 베어스의 이혜천 <스포츠서울 DB>

◆ "예전 같지 않네" 두산 이혜천, 기대 밑도는 활약

지난 2년간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활약했던 이혜천은 올 시즌 친정팀 두산과 계약금 6억원에 연봉 3억5천만원 등 총 11억 원에 계약하며 '금의환향'했다. 구단도 이혜천을 2선발에 배정하며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기대를 밑도는 부진을 보인 이혜천은 선발에서 계투진으로 보직까지 변경되며 자존심을 구겼다.

두산에서 10시즌 동안 활약했던 이혜천은 53승40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4.16의 성적을 거두며 강력한 구위를 지닌 수준급 좌완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이승엽, 양준혁 등 국내 최고의 좌타자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투수로 이혜천을 지목할 만큼 좌타자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본 무대에서 2년간 단 54.2이닝만을 소화한 이혜천은 실전 감각이 부족했다. 제구력 난조 등 일본에서의 불안 요소를 고스란히 노출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또한 국내 타자들의 향상된 기량도 이혜천을 어렵게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일본야구 유턴파 정민태, 이종범, 정민철, 이병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서울 DB>
▲ '일본야구 유턴파' 정민태, 이종범, 정민철, 이병규(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포츠서울 DB>

◆ 'U턴파' 엇갈린 희비…"정민태 웃고, 정민철 울고"

이처럼 해외로 진출했다가 국내로 복귀한 'U턴파'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은 과거에도 있었다. 복귀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선수로는 단연 정민태가 꼽힌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2년간 2승 1패, 평균자책점 6.28에 그치며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던 정민태는 2003년 복귀하자마자 17승(2패)을 거둬 다승왕과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소속팀 현대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도 복귀 이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1998년 주니치로 이적한 이종범은 불의의 팔꿈치 부상을 당한 데 이어 호시노 감독과 갈등으로 2001년 국내로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45경기에서 타율 0.340, 11홈런, 64안타로 맹활약한 이종범은 올 시즌 현재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복귀 후 예전 같지 않은 경기력을 보인 선수로는 정민철이 대표적이다. 일본 진출 전까지 8시즌 동안 109승을 따 냈던 정민철은 2000년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해 2년 간 3승2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부진했다. 결국 2002년 국내로 복귀해 26경기에서 7승13패 평균자책점 5.35를 거두는 등 8년간 52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적토마' 이병규 또한 국내 복귀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였다. 일본 진출 전까지 타율 0.312, 123홈런, 134도루를 기록해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던 그는 2006년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해 3년 통산 타율 0.254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2010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LG로 복귀했지만 타율 0.290, 9홈런, 64타점에 머무르며 예전같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한편, 현재 일본에서 활약 중인 '국민타자' 이승엽은 은퇴는 친정팀 삼성에서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124승을 따 내 아시아 출신 투수 최다승에 빛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 또한 고향 팀 한화에서 활약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해외에서 활약을 마무리하고 향후 국내로 복귀할 '잠재적 U턴파'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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