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이 단행한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KIA 팬들의 시선이 곱지가 않다. 조범현 감독이 '잘못된 거래'를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 "조범현이 KIA의 미래를 팔았다."며 분노하는 팬들도 있다.
지난 4일 밤 KIA는 투수 전병두, 내야수 김연훈을 SK로 보내고 포수 이성우, 외야수 채종범, 내야수 김형철을 받는 2-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트레이드를 논란의 중심으로 서게 한 선수는 전병두다.
팬들이 조범현 감독을 비난하는 이유는 전병두를 다른 팀으로 보내서가 아니라 그를 보내고 받은 것이 터무니없이 작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KIA 팬들이 미래라고까지 표현한 전병두는 매력적인 투수다. 그는 스카우트들을 흥분시킨다는 좌완 강속구 투수이며, 24살의 젊은 투수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트레이드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전병두는 KIA가 다니엘 리오스(야쿠르트)를 두산으로 보내며 영입했을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던 투수다. 당시 팬들은 리오스를 보낸 아쉬움을 KIA의 미래를 얻은 것으로 달래기도 했다.
그런데 조범현 감독이 느닷없이 전병두를 주전이 아닌 백업 선수들의 트레이드에 포함시켜 SK로 보내버린 것이다. 대신 영입해온 선수들을 살펴보면 당장 성적을 보장받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알 수 없는 결과에 배팅한다는 점에서 트레이드는 일종의 도박과 같다. 팬들은 전병두라는 매력적인 카드를 들고도 터무니없이 적은 판돈을 거둬들인 조범현 감독의 배팅 실력에 분노하고 있다.
도대체 이리도 불공정해 보이는 거래가 어떻게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일까?
조범현 감독이 생각하는 전병두의 가치
프로 6년차인 전병두는 올 시즌까지 KIA에서 4시즌을 뛰었다. 전병두가 KIA에서 거둔 성적은 84경기(선발 26번) 11승 15패 2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4.83이다.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니다. 이적 첫해였던 2005년 2승 2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한 것이 전병두가 KIA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2006년 44경기(선발 15번)에 등판해 5승 8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던 전병두는 지난해에는 겨우 9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시즌 초반 선발로 출발했던 전병두는 제구력 난조로 불펜으로 밀려났으며 팔꿈치 부상으로 5월을 넘기지 못하고 2군으로 추락했다. 올 시즌에도 4경기에 선발로 나와 1승 3패 평균자책점 8.25의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지난 4월 24일 2군으로 내려갔다.
전병두는 최근 세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6이닝(경기당 평균 2이닝)을 투구했으며 8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허약한 팀 타선을 탓하기도 어려운 성적이다. 성적으로만 본다면 전병두는 결코 좋은 카드가 아니다. 조범현 감독은 2군에서도 난타를 당하는 전병두를 보고 미련을 접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병두를 트레이드 시킬 수 있었다. 조범현 감독이 생각하는 전병두의 가치는 2군 유망주 투수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것.
더군다나 KIA는 주전 포수 김상훈이 부상으로 빠진 후 평균자책점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내년에 송산이 입대를 하면 KIA의 포수 자원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또다시 올 시즌 초반과 같은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조범현 감독은 가능성은 있지만, 기대만큼 자라주지 못하는 '유망주' 전병두를 보내고 아킬레스건인 포수와 외야수를 보강한 것이니 손해 볼 게 없는 거래를 한 셈이다. 어디까지나 조범현 감독의 시각에서 볼 때의 이야기다.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사실 자신에게 그다지 필요가 없다면 헐값에 팔 수도 있다. 그러나 현명한 장사꾼은 결코 자신의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나에게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환영을 받는다면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전병두가 끝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할 수도 있다. 전병두의 미래는 분명 불확실하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의 가치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조범현 감독은 전력감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투수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면 그것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리 팀 사정이 급하다 할지라도 충분히 흥정을 해서 가장 좋은 조건을 끌어냈어야 했다. 그것은 감독이 팀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다.
조범현 감독이 거래 상대로 선택한 SK는 무서운 전력을 바탕으로 경이적인 승률을 올리고 있는 팀이다. 전병두를 달라고 먼저 요구했지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전병두가 없어도 그만인 팀이 SK다. 강속구를 던지는 젊은 좌완 투수 전병두를 탐내는 팀은 한둘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가 가장 어려운 SK를 선택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더군다나 SK는 투수를 조련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의 팀이다. KIA에게 부메랑을 던질 위험이 가장 큰 팀이 바로 SK다.
트레이드는 로또와도 같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이 트레이드의 승자가 김성근 감독이 아니라 조범현 감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이 '위험한 거래'를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좋은 조건을 끌어내지 못했다면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 KIA는 너무 쉽게 전병두를 보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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