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환기자] '핫 코너(Hot Corner)'는 3루수를 뜻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또한 사람들의 인식 안에서는 3루수의 방망이 역시 뜨거울 것이란 이미지가 내재돼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역사는 이를 부정한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를 야수별로 분류할 때 가장 수가 적은 포지션은 다름 아닌 3루수다.
역사상 조정 OPS(Adjusted OPS)가 200 이상인 시즌은 총 61차례다. 이 가운데 3루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61. 단 1회에 불과하다. [주 : OPS는 공격의 최종 목표인 득점의 기초 조건. 출루(출루율)와 전진(장타율)을 더한 개념이다. 조정 OPS는 여기에 시대와 평균을 가미했다. 특정 선수의 조정 OPS가 '200'이라면 해당 시대의 평균적인 선수들에 비해 200%. 즉 2배 우월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올해는 가히 3루수의 해라 불릴 만하다. 1980년 마이크 슈미트와 조지 브렛은 3루수로서 양대리그 MVP에 선출됐다. 올해는 27년 만에 양대리그 MVP가 모두 3루수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시즌이 2달 정도 흐른 뒤 데뷔한 루키 선수는 이미 30홈런을 돌파했다. 취중(就中) 이름도 휘황찬란한 알렉산더 엠마누엘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32)는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3루수 최초의 50홈런을 넘어 60홈런 이상도 가능할 로드리게스의 올해는 3루수 역대 최고 시즌 가운데 어느 자리에 위치할까. 아래는 '메이저리그 3루수 역대 최고 시즌 TOP 10'이다. (해당 시즌 3루수 출장 경기 최소 110회 이상 기준)
10위 1974년 조 토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30안타 24홈런 137타점
타율 0.363 출루율 0.421 장타율 0.555
2000승 고지를 점령한 역대 10명의 감독 중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존 맥그로(감독 2763승·선수 타율 0.334)와 토리가 유이하다. 만 20세에 큰 무대로 진출한 토리는 30세 때까지 통산 1693안타 205홈런 890타점 타율 0.304의 성적을 쌓아 당시 나이를 감안할 경우 명예의 전당급 선수에 가까웠다. 특히 30세가 되던 1971년 토리는 내셔널리그 타율 1위(0.363) 안타 1위(230) 타점 1위(137) 토탈 베이스 1위(352) 등을 휩쓸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971년 기자 선정 MVP와 선수들이 선택한 MVP는 동일했다. 이후 은퇴 시즌까지 급격한 노쇠를 겪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 (마지막 6년 47홈런 295타점 타율 0.280 장타율 0.397)
9위 1980년 마이크 슈미트 (필라델피아 필리스)
157안타 48홈런 121타점
타율 0.286 출루율 0.380 장타율 0.624
1980년부터 1989년까지. 1980년대 내셔널리그의 평균 방어율은 3점대 중반에 그쳤다. 슈미트는 투고타저의 기류가 팽배한 1980년대 최고의 선수였다. 이 10년간 슈미트는 MVP 3회와 홈런왕 5회 그리고 타점왕 4회를 차지했다. 금장갑 또한 6개를 더했다. (통산 골드글러브 10회) 1980년은 슈미트의 커리어에서 홈런과 타점이 가장 많았던 시즌. 48홈런은 올해 로드리게스가 경신하기 전까지 3루수 부문 역대 홈런 1위 기록으로 26년간 보존됐다. (2004년 아드리안 벨트레와 동률)
8위 1985년 조지 브렛 (캔자스시티 로열스)
184안타 30홈런 112타점 타율
0.335 출루율 0.436 장타율 0.585
브렛은 '부상만 없다면 최고의 타자'란 표현의 원조격인 선수다. 첫 풀타임 시즌인 1974년부터 1993년까지 20년간 브렛은 485경기를 결장했다. 평균적으로 매년 24경기를 빠진 셈이다. 대부분 원인은 부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렛은 통산 3154안타를 기록했다. 1985년은 브렛이 시즌 30홈런을 넘긴 유일한 해다. 골드글러브 수상과 100볼넷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캔자스시티의 월드시리즈 우승 역시 마찬가지. 브렛과 또 다른 브렛인 세이버하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7위 1953년 에디 매튜스 (보스턴 브레이브스 / 현 애틀랜타)
175안타 47홈런
135타점 타율 0.302 출루율 0.406 장타율 0.627
역사상 가장 파괴력이 뛰어났던 어린 3루수를 꼽는다면 단연 매튜스다. 슈미트 이전 3루수 시즌 최다포의 주인공이 바로 매튜스. 1953년 만 21세의 매튜스는 무려 47개의 대포를 담장 너머로 발포했다. 이후 매튜스는 3년 연속 40홈런을 유지했으며 1961년까지 9년 연속 30홈런의 꾸준함을 선보였다. 30세가 되기 전 통산 홈런은 370개. 매튜스와 행크 애런의 MA포는 역대 가장 유명한 듀오 가운데 하나다. 매튜스는 내셔널리그 내야수 최초의 통산 500홈런 선수로 기록돼 있다.
6위 2005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뉴욕 양키스)
194안타 48홈런 130타점 타율
0.321 출루율 0.421 장타율 0.610
양키스 이적 첫 시즌인 2004년 36홈런 106타점 타율 0.286에 그쳐 명성에 먹칠(?)을 한 로드리게스의 리바운딩은 1년이면 족했다. 로드리게스는 '양키스의 심장' 조 디마지오가 보유하고 있던 양키스 우타자 홈런 1위(46)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변경했으며 1985년 돈 매팅리 이후 20년 만에 양키스 소속 MVP가 됐다.
5위 1953년 알 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201안타 43홈런 145타점 타율
0.336 출루율 0.422 장타율 0.613
내셔널리그에 매튜스란 혜성이 등장한 1953년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로즌이 3루수의 왕으로 군림했다. 10년의 짧은 메이저리그 경력이지만 로즌은 굵은 족적을 남겼다. 첫 풀타임 시즌인 1950년 37홈런 116타점을 작성한 로즌은 1954년까지 100타점 행진을 이었다. 이 기간 1953년은 로즌의 최고 시즌으로 홈런(43) 타점(145) 토탈 베이스(367) OPS(1.034) 등 알짜 기록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로즌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표지의 저주'에 시달려 현역 생활을 일찍 접은 선수로도 유명하다. 1955년 SI 표지 모델로 등장한 로즌은 이전 5년간 평균 31홈런 114타점 타율 0.298를 기록했으나 이후 2년간 18홈런 71타점 타율 0.254의 추락을 맛본 채 1956년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라졌다.
4위 1987년 웨이드 보그스 (보스턴 레드삭스)
200안타 24홈런 89타점 타율
0.363 출루율 0.461 장타율 0.588
보스턴 글로브의 댄 쇼네시 기자는 보그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발이 느린 이치로와 파워가 없는 테드 윌리암스를 합체한 선수'라고. 보그스는 메이저리그 경력 18년 동안 통산 118홈런(평균 6.6) 24도루(평균 1.3)로 두 부문에서 리그 최하 수준의 선수였다. 하지만 보그스는 7년 연속 200안타를 기록할 정도의 안타 제조기였으며 선구안 귀신이었다. (통산 1412볼넷 745삼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200안타와 100볼넷을 4년 연속 동시 달성한 선수는 보그스 뿐이다. 1987년은 보그스의 장타력이 유일하게 빛난 시즌이다. 24홈런의 1987년을 제외할 경우 보그스의 홈런이 가장 많은 시즌은 1995년의 11개다. 2번 타자로 주로 나선 보그스는 리그 OPS 1위(1.049)에 등극했고 RC/27 수치(10.9·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는 절대적인 홈런에서 2배 이상의 차이가 있지만 올해의 로드리게스와 유사하다.
3위 1999년 치퍼 존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181안타 45홈런 110타점 타율
0.319 출루율 0.441 장타율 0.633
RC(Runs Created)는 득점 생산력을 의미한다. 1999년 존스의 RC는 165. 이는 내셔널리그 스위치 히터 및 3루수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여기에는 89%의 최상급 도루 성공률도 포함돼 있다. (25도루 3도루자) 동시즌 60홈런 이상의 마크 맥과이어(65·RC 160)와 새미 소사(63·RC 140)도 RC에서는 존스에 비해 하수였다.
2위 1980년 조지 브렛 (캔자스시티 로열스)
175안타 24홈런 118타점 타율
0.390 출루율 0.454 장타율 0.664
1980년 브렛은 45경기를 결장했지만 이 순위에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1941년 테드 윌리암스 뒤로 여러 대타자들이 4할 타율에 도전했으나 아직까지 성공한 선수는 전무하다. 브렛은 도전자 가운데 가장 오래 4할 타율을 유지했다. 1980년 첫 27경기에서 브렛의 타율은 고작 0.247였지만 이후 77경기 타율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0.445에 달했다. (310타수 138안타) 미국 시간 9월 19일까지 4할 타자로 남았던 브렛. 마지막 13경기가 발목을 잡았다. (타율 0.304)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역사상 유일한 3루수 조정 OPS 200 시즌이 바로 1980년의 브렛이다. (202)
1위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뉴욕 양키스)
167안타 52홈런 140타점 타율
0.319 출루율 0.425 장타율 0.671
올해 양키스는 9월 12일(한국시간) 현재 총 144경기를 치렀다. 잔여 18경기와 시즌 페이스를 감안할 때 로드리게스는 '59홈런 158타점 150득점'이 가능하다. 역대로 '한 시즌 50홈런 150타점 150득점'을 경험한 선수는 단 2명. (베이브 루스 2회와 지미 팍스 1회) 9월 로드리게스의 타격은 '시즌 60홈런 160타점'도 가뿐할 태세다. (9월 성적 9경기 8홈런 15타점 타율 0.529 출루율 0.600 장타율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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