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스테이크'가 된 마쓰이 히데키
  • 박정환 기자
  • 입력: 2007.08.02 16:29 / 수정: 2007.08.03 12:21

[ 박정환기자] "스테이크인 줄 알았더니 햄버거였다". 미국에서의 첫 시즌.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 뉴욕 양키스 구단주가 일본 최고의 슬러거 마쓰이 히데키(33)에게 내린 굴욕적인 평가다. 2002년 50홈런을 때려낸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03년 16홈런에 그쳤다. 수많은 땅볼 아웃으로 인해 별명은 고질라(Godzilla)가 아닌 '그라운드질라(Groundzilla)'가 됐다.

절치부심한 마쓰이는 2004년 31홈런을 기록. 동양 파워를 선보였으나 2005년 다시 8홈런이 줄어 중장거리포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3년 합산 70홈런 시즌 평균 23홈런은 대포로 구분하기에 무리가 따랐다. 설상가상으로 2006년에는 왼쪽 손목 골절 부상을 당해 8홈런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마쓰이는 개인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근의 장타 행진은 가히 폭발적이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 위화감 제거하기

7월이 다가올 즈음 지역지 '뉴욕 데일리 뉴스'는 양키스가 이기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나열하며 5명의 원인 제공자를 꼽았다. 그 가운데는 마쓰이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마쓰이는 시즌 개막 후 6월까지 3달간 8홈런. 타율은 0.269에 불과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으로 구해지는 OPS 역시 8할(0.782)을 밑돌았다.

마쓰이는 작년 5월 12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다 왼쫀 손목이 완전히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다시 경기에 나서기까지는 4달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복귀 후 마쓰이는 19경기에서 3홈런 10타점 타율 0.396의 호성적을 올려 2007년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부상 후유증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도 마쓰이의 왼쪽 손목에는 금속으로 된 심이 박힌 상태다. 작년 복귀 당시에는 좋았지만 잃은 감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몸에 있는 이질적인 물질은 위화감을 일으켰다. 이런 느낌은 근육의 경직된 상태를 유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어졌다. 손목 부상 이전까지 철인으로 불렸던 마쓰이는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 4월 동안 10경기만 나섰다.

마쓰이는 그 위화감을 없애야만 했다. 본래 오른손잡이인 마쓰이는 이후 왼손잡이로 생활했다. 젓가락을 쥘 때도 왼손을 썼다. 날씨가 따뜻해져 몸이 풀린 것도 호재가 됐다. 아울러 타격 자세도 손을 봤다. 마쓰이는 이승엽과 같이 매년 타격 자세를 수정·보완하는 선수다. 큰 변화는 없어도 미세한 부분에서 항상 변화를 꾀한다. 이 요소들이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켜 7월의 대폭발을 만든 것이다.

◆ 대포 장전

양키스에는 거포들이 즐비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비롯 개리 셰필드와 제이슨 지암비는 부상과 부진이 겹쳤어도 함께 한 3년간 276홈런을 합작했다. (1인 평균 30.7홈런) 마쓰이는 굳이 홈런을 칠 필요가 없었다.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이 많은 양키스 타선에서 타점을 꾸준히 올려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셰필드는 떠났고 지암비는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로드리게스를 제외하면 3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없다. 조 토리 감독이 시즌 시작 전 마쓰이를 두고 "올해는 장타가 기대된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 바람에 가까웠다. 그러나 마쓰이는 그 바람을 흘려 듣지 않았고 대포 장전에 돌입했다.

28경기 13홈런 28타점 타율 0.345 출루율 0.411 장타율 0.735. 마쓰이의 7월 성적표다. 홈런은 7월 역대 최다 기록과 3개 차에 지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13홈런의 방향이다. 홈런 13개 모두는 우측 펜스를 향했다. 철저하게 큰 타구를 노린 당겨친 스윙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7월 이전 8홈런은 중월 2개와 우월 6개다)

◆ Being Steak

그렇다고 마쓰이가 모든 투구를 끌어 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몸쪽 공에는 풀 스윙을 돌리지만 바깥 코스는 가볍게 밀어쳐 안타에 주력한다. 정확도와 파워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 "미국에서도 홈런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궁극적인 이상향은 역시 슬러거다. 일본의 한 야구인은 마쓰이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40홈런을 꾸준히 치기 전까지 타격 자세를 변경할 선수"라고 정의했다. 마쓰이는 이제 커다란 스테이크가 되고 있다.

maxmlb@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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